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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장편소설] 시인, 강을 건너다 : 호앙 밍 뜨엉

Bawoo 2021. 5. 4. 12:56

 

시인, 강을 건너다(비판세계문학 1)

저자 호앙 밍 뜨엉 | 역자 배양수

 

[소감]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외침을 많이 받은 비극의 나라 베트남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란 소개에 끌려 읽기를 선택한 작품. 비극의 땅  베트남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중국 왕조가 바뀔 때마다-몽골 포함- 침략을 당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프랑스, 일본의 식민지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겨 통일을 이룬 나라. 그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을지는 절로 짐작할 수가 있다. 내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 이후 남북 간의 내전을 겪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겪었는가를 책을 통해서 잘 알고 있기에.

 

이 작품은 600여 쪽이 넘는 분량인데 활자가 너무 작아-내가 보는 기준은 12호인데 11호로 보였다. 그러니 12호로 출판했다면 1,000쪽이 넘지 않을까 싶다-읽기를 포기하려다가 전개되는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읽어내려가다가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포기할 생각을 하고서-결국 완독하게 되었다.  보람을 느낀다. ^^

 

작품 내용은 북부 베트남-구 월맹-의 한 집안 가족사를  프랑스 식민통치 기부터 통일 후까지 아우르며 전개된다. 우리나라처럼 이념에 따라 공산 베트남과 자유 베트남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이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갈라지게 된다.  공산 베트남을 택한 장남, 차남, 그리고 집안을 지키는 막내 양자와  자유 베트남을 택한 3남. 장남은 공산당 실력자로 성장하고 차남은 유망한 시인이지만 시의 내용의 공산이념에 안 맞는 것으로 인지되어 7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폐인이 되다시피 한다. 그의 곁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지켜주는 아내가 있지만  망가지는걸 막지는 못한다.  3남은 통일 이전에 자유 베트남에서 건설 관련 고위 간부로 일해 재산도 꽤 모았으나 나라가 공산화 통일이 된 뒤 자신을 옥죄어 오는 공산정권 아래서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보트피플이 되어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가기는 하지만 먼저 가 있던 아내와는 헤어지게 된다. 큰딸이 밀항 도중에 해적들에게 강간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끓은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는 기다리다 지쳐-4년- 멕시코 남자와의 사랑을 택하게 된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토지개혁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유는 공산정권에 나름대로 기여를 많이 했는데도 지주라는 이유로 땅, 집을 뺏기고 자기가 부리던 사람들에게도 모욕을 당하는 등- 이는 우리나라도 똑같았다고 한다- 치욕을 당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그런 것으로 나온다. 아버지의 주검을 본 형제 중 유일한 딸은 충격을 받아 비정상인 되어 버린다.

장남에게는 젊은 시절 3일간 불같은 사랑을 한 여인이 있는데 이 여인은 이전에 자유주의자인 남자와 사랑을 하나 배신당하고 둘 사이에 생긴 자식을  찔레꽃 덤불 속에서 낳아서 버리는데 이 아이를 4형제의 부모들이 주워다 양자로 삼아 키운 게 4남이다. 4남의 두 아들은 전쟁터에 나가 죽는데 자기 어머니가 미군의 폭격에 죽자 복수하겠다고 자진입대한  큰아들의 죽음은 나중에  영웅적인 행동이었던 것으로 밝혀저 영웅 칭호를 받게 된다. 

 4남의 생모인 여인은 공산당 고위 간부인데 젊은 시절 장남과 3일간 불같은 사람을 하여 아이를 갖게 되는데 이를 다른 사람의 아들로 속이고 키운다.

4형제는 끝까지 살아남아 자식들과 함께 집안의 사당을 짓는 것까지 추진하고, 보게 되는데  작품은 4남의 어머니가 4남이 자신이 낳은 자식이어서 장남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과 형제란 걸 알리고 4남 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으로 끝난다.

 

우리나라의 대하소설과 같은 성격의 작품이지만 완성도면-구성, 전개 등-에선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국으로 힘겹게 건너가 살고 있는 삼남-리-이 미국 방문단에 끼어있는 철친한 친구를 만나 하는 공산당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싶다. 통일을 이루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대표적인 게 이들 형제의 아버지 그리고 보트 피풀들이다-, 시행착오 행정 등이  과연 무엇을 위해 일어났는가 하는...[2021. 5. 4 수정] ===========================================================================

 

 

[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베트남 중견작가 호앙 밍 뜨엉의 장편소설 『시인, 강을 건너다』. 베트남 민주공화국 수립 70주년이자 베트남 통일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출간의 의미가 각별하다. 이 소설은 북베트남 홍하델타 지역 농촌 명문가에서 50여 년 동안에 벌어진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고 있는데, 프랑스 식민지 투쟁과 1945년의 8월 혁명, 특히 토지개혁, 인문가품운동, 통일과 남부개혁, 탈출과 도이머이(개혁)까지 베트남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다.

 

 

저자 : 호앙 밍 뜨엉
저자 호앙 밍 뜨엉은 1948년 하떠이(현 하노이) 성 출생. 하노이 사범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비엣박 자치구 교육청 근무, 〈인민교사〉(현 〈교육과시대〉) 신문 기자, 〈문예신문〉 산문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작품으로는 『겨울 벼』(1979), 『강 입구』(1981), 『교차로』(1986), 『일찍 온 여명』(1986), 『사생아』(1989), 『호텔의 미인』(1990), 『어떤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면』(1992), 『다시 만난 강』(1990), 『수화도적水火盜賊』(1996), 『검은 것과 뚱뚱한 것』(1997), 『시인, 강을 건너다』(2008), 단편집 『재혼』(1993), 르포 『다처』 등이 있다. 베트남의 주요 문학상인 교육부 문학상(1978), 베트남노동연맹 문학상(1990), 베트남 문인회상(1997), 비정통문학상 trannhuong.com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역자 : 배양수
역자 배양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베트남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베트남 어문학 석사와 박사를 공부했다.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 『하얀 아오자이』(2006), 『정부음곡』(2003),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2002), 『베트남 법규모음?』(1991) 등이 있고, 베트남어로 『미스 사이공』(2009), 『춘향전』(1994) 등을 번역 출판하였다.

 

주요 등장인물 _ 10

제1부 풍진

제1장 응웬끼비엔 | 15
제2장 넷째 아들 꾹 | 30
제3장 곡절 많은 사랑 | 56
제4장 혁명 시인 | 75
제5장 이를 악물고 헤어지다 | 98
제6장 다섯 대문을 열고 환영하다 | 115
제7장 급속 결혼 | 130
제8장 불완전한 사체 | 152
제9장 인민의 노래 | 177
제10장 가품과 가인 | 200
제11장 장대의 꼭대기 | 229
제12장 불청객 | 256
제13장 어머니의 아픔 | 272
제14장 쯔엉선 산맥을 종단하다 | 291

제2부 상전벽해

제15장 하나의 강산 | 321
제16장 떠돌이 | 343
제17장 조각난 삶 | 360
제18장 국외자 | 374
제19장 K27 캠프 | 393
제20장 파도치는 날 | 411
제21장 아버지를 찾다 | 427
제22장 귀가 | 447
제23장 제사 | 464
제24장 부러진 반평생 | 484
제25장 금과 종이 | 504
제26장 약속의 땅 | 521
제27장 동서 대화 | 544
제28장 수족 같은 형제 | 575
제29장 어머니 | 607

옮긴이 후기 _ 619
베트남 지도 _ 623

책 속으로

8월 중순의 그녀와의 만남은 코이에게 최고의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녀가 삼 년 넘게 흔적 없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것이다. 이번에 그녀가 포흐엉 사로 돌아온 것은 뛰어난 위세와 함께였다. 혁명이란 그렇게 크고, 모든 것을 빨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혁명이란 오직 가난한 노동자, 농민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거 봐! 눈을 크게 뜨고. 혁명하는 사람들 중에도 저렇게 미칠 듯이 아름다운 여성 지도자도 있구나.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날 준비가 된 뜨거운 열기에다가, 이제 혁명에 참가한 미녀의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취기가 더해져 코이는 신 내린 무당처럼 붕붕 뛰며 몸을 주체할 수 없었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으며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깜이 가는 곳에는 어디라도 코이가 나타났다. 코이는 일본군의 쌀 창고를 부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코이는 현 사무실로 진입하여 현감의 직인을 탈취하고 봉건제국과 관련된 서류와 서적을 불태웠다. -(61쪽)

찌엔탕 러이는 시 위에 쓰인 응웬끼 비라는 작가의 이름을 계속 바라보았다. 분명 자기 동생 응웬끼 비였다. 그의 시가 분명했다. 그는 눈을 들어 작가 쩐응웬을 살폈다. 이 작가를 경계해야 했다. 그가 응웬끼 비가 내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 나이에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전부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 쓴 것뿐이야. 온 민족이 적과 싸우고 있는데 키스에 관한 시를 쓰다니. 반동적이고 감상적이며 구역질나는 소자본가 냄새가 난다. 이 작가의 입장은 문제가 있다. 여전히 자력문이나 토요소설 시대의 애매한 계급의식과 감상적인 음조가 남아 있었다. 아니면 그가 찌엔탕 러이의 계급에 관한 입장을 시험하려는 것인가? 설탕을 바른 실탄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제 생각에 이 시는 반동입니다. 소자본가 입장을 표현하구요. 혁명 시가는 이럴 수 없지요. 아주 위험해요. 남녀가 맘대로 키스하고 계급투쟁을 소멸시키고, 혁명 의지가 없어요. 이 『벼꽃』 잡지 편집장은 문제가 있어요. 상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작가 쩐응웬은 눈을 크게 뜨고 이상한 물건을 보듯 찌엔탕 러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술통을 꺼내서 뱀장어 가죽색의 작은 술잔에 술을 따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자네의 예술에 대한 관점은 아직 멀었어. 나 실망했다고. 나는 소설가야. 그렇지만 네가 생각하는 만큼, 시를 감상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아. 이 응웬끼 비의 시야말로 진짜 시지. 애국시, 혁명시야. 자네한테 익숙한, 구호를 외칠 때 사용하는 시가 어떻게 이런 시를 누를 수 있단 말인가! 『벼꽃』 편집장은 아주 예리한 사람이야. ‘키스는 다음 생에서나 해보자 / 나를 변변치 못하다고 책망하지 마라 / 나라를 위해서는 말가죽에 싸이는 것도 / 감내할 것이고 / 남아의 의지 앞에는 선녀도 아쉽지 않고’ 봤어? 계급에 관한 입장, 애국심, 이 자의 프랑스에 대한 적개심은 우리보다 만 배는 될 거야. 사랑은 인간의 속성이야. 남녀의 사랑은 더욱 신성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지. 그런데도 이 남자는 나라를 구하러 가기 위해 키스를 미루잖아. 남녀의 사랑의 키스는 신성한 신호지. 그렇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더 신성한 것이야. 조국이 외국의 발꿈치 아래에서 신음할 때 사랑의 키스란 노예의 얄팍한 행동이고, 슬픈 일이지. 개인의 사랑은 민족의 큰 사랑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야. 우리 베트남 사람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애국심이 있고, 그들은 자신의 방법대로 애국하는 것이지. 쩐투도와 쩐 꽝 카이 사이에 또는 호뀌리와 레러이 사이에 누가 더 애국심이 큰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 애국심을 독점하지 마라. 객관적으로 봐야 하고, 각자의 애국심을 보살펴주어야지. 응웬끼 비는 젊은이들의 말과 항전에서 총을 쥐고 있는 세대의 말을 전했어. 시를 짓는 사람들은 일생 동안 그런 시를 쓰는 것이 꿈이지. 이 응웬끼 비는 혁명의 시인으로 칭찬받아야 해. 자네 우리 병사들이 이 시를 손에서 손으로 전하며 읽는 것을 알아? 군중들은 예민해. 좋은 시는 그들이 먼저 알아.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수첩에 이 시를 적어서 외우고 있는지 모를 정도야.” -(78-79쪽)

 

출판사서평

▶ 베트남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
도서출판 b에서 베트남 중견작가 호앙 밍 뜨엉(Ho?ng Minh T??ng)의 장편소설 『시인, 강을 건너다』(원제: Th?i c?a Th?nh Th?n)가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배양수 교수의 완역으로 출간되었다. 베트남 민주공화국 수립 70주년이자 베트남 통일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출간의 의미가 각별하다. 이 소설은 북베트남 홍하델타 지역 농촌 명문가에서 50여 년 동안에 벌어진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리고 있는데, 프랑스 식민지 투쟁과 1945년의 8월 혁명, 특히 토지개혁, 인문가품운동, 통일과 남부개혁, 탈출과 도이머이(개혁)까지 베트남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서사시다.

▶ 발간 즉시 판금, 그러나 인민이 되살려낸 문제작
그런데 이 소설은 2008년 인쇄되어 배포되자마자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판매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판금의 이유는 출판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 출판법에는 납본 후 10일 후에 배포하도록 되어 있는데, 8일 반나절 만에 미리 배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베트남 사람들은 소설의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하노이의 서점이나 길거리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베트남 문학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소설 전문이 실려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불법 인쇄되어 팔린 책만도 수만 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작가 쩐느엉이 제정한 비정통문학상인 제1회 〈trannhuong.com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하였다. 베트남의 문학상은 시상 주체가 정부, 즉 국가일 경우 ‘정통문학상’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정통문학상’이라고 한다. 이미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출간을 예고하고 있는 문제작이다.

▶ 소외된 계급 없는 전 인민의 혁명으로!
이 소설은 1부는 토지개혁에서부터 통일 전쟁까지를, 2부는 통일 이후 개혁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주로 연대기 순으로 전개하면서 각각 인물들의 살아온 과정은 회상을 형식을 통해 50여 년 동안의 격동의 베트남 현대사를 반영하고 있다. 이야기는 응웬끼라는 한 가문을 통해 펼쳐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토지개혁 당시 지주로 몰려 자살을 하며 가문은 몰락한다. 이후 격동의 역사 속에서 자식들은 제각각 이념이나 형편에 따라 공산당 간부로, 시인으로, 남부 베트남 고위 공무원으로, 혹은 고향을 지키는 장애인으로 흩어져 살며 현실을 견뎌낸다. 그리고 마침내 자식들과 손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합세하여 ‘응웬끼비엔阮奇園’으로 상징되는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베트남 사회에서 아직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절제된 언어로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식민지 해방 투쟁, 남북 전쟁, 개혁의 당위성을 굳건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한 가문의 몰락을 그리면서 베트남의 고유한 전통의 몰락을 암시하고 있다. 몰락한 가문의 자식들은 서로 갈등하는데 이 형제 간의 갈등은 계급 간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 계급 간의 갈등, 즉 노동자 농민 주체의 혁명에서 소외되는 지식인 계급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점이 이 소설의 문제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그 관점은 몰락한 가문의 복원 과정에서 이념과 출신성분을 초월하여 모두가 합심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 통합적 전망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역사와 인간의 관계는 무엇인지, 혁명의 진실은 무엇인지를 담담히 묻고 있는 것이다. 문학이 역사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정통 당문학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비극성을 통해 작품의 핍진함을 배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유교문화권이며, 식민지시대, 외세의 개입에 의한 분단, 남북전쟁 등 한국과 유사한 역사적 과정을 걸어왔기 때문인지 공감의 폭이 넓은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베트남 판 『태백산맥』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