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문학 선집 - 저자야마시로 세이츄 외
[소감] 제국일본은 태평양 전쟁 중 오키나와 전투-1945년 3월 말부터 6월말 무렵까지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일 최후의 전투-에서 민간인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일본군에 의한 주민학살이나 집단자결이 자행되어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극의 땅에 관심을 갖게 되어 관련 문학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다. 오키나와는 에도막부 시절이던 1609년에 사쓰마번 군에 의해 점령당한 뒤 1879년에는 일본에 복속되어 오키나와 현이 설치되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오키나와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했으나 광범한 지역에 설치된 미군 기지가 여전히 주둔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은 일본에 복속되고 미국에 점령당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상적인 작품은 미국 국적인 일본인 2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2세"와 일본 여성- 오키나와 여성-의 성의식을 다룬 "A와인바의 여자들"이었다. 미군에게 몸을 파는 게 가난 때문만은 아닌 인물이 등장하여 성도덕 문제를 꼬집는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기지촌이 왕성하던 시절의 속칭 양공주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는 점령군 미군이 주둔한 나라 어디에서나 대두되는 문제일 것이다. 작품 전체적인 수준은 미흡하다는 쪽이었다. 문학을 통해 오키나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에 만족한다.
[사족] 여기에 수록된 작가 중 오키나와 부속 미야코 섬- 이런 섬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출신이 있는데 해제를 보면 이 섬 주민은 오키나와 본섬이 왕국이던 시절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 본토인이 오키나와 인을 차별하는데 정작 오키나와 인은 부속 섬사람들을 차별했다는 얘기. 결국 자기가 소속된 자리에서 우월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똑같은 행동을 하게 마련인 게 인간 본성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2021. 4. 30]
책소개 - 인터넷 교보문고
류큐처분 이후 자기부정과 자기 파괴로 흔들리는 오키나와, 오키나와전쟁에 대한 오키나와문학의 대응과 물음, 오키나와문학의 현재 등을 담아 낸 『오키나와 문학 선집』. 이 책은 작품 발표순으로 1910년에서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11명 작가의 소설 12편과 시 16편을 번역 수록했다. 오키나와 근대문학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는 야마시로 세이츄, 이케미야기 세키호, 구시 후사코의 작품을 실었다. 이들의 작품은 일본의 일부가 된 후, 자기부정(自己否定)의 심연을 헤매는 우치난추(오키나와 사람/민족)의 비극과 그로부터의 부상(浮上)을 담고 있다.
오키나와전쟁 직후는 오타 료하쿠, 야마노구치 바쿠, 오시로 다쓰히로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들 작품은 자기부정보다는 자기비판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타자를 향해 열린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놀랍고 신선하다. 전쟁 직후에 오키나와의 자폐적인 자기인식과 뒤틀린 아이덴티티를 고통스럽게 응시하고 밖으로 자신을 열어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오시로 다쓰히로의 「2세」는 작가의 초기 작품임에도 높은 완성도와 긴장감이 돋보인다. 미군기지와 우치난추의 관련양상은 미야기 소우와 마타요시 에이키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군기지와 관련된 ‘기지촌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국문학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야마시로 세이츄 외
역자 : 곽형덕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와 컬럼비아대 대학원 동아시아 언어와 문화연구과(EALAC)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을 수학했다. 현재 명지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김사량과 일제 말 식민지 문학』이 있고, 번역서로는 『대동아문학자대회 회의록』, 『무지개 새』, 『돼지의 보복』, 『지평선』, 『한국문학의 동아시아적 지평』, 『어군기』, 『아쿠타가와의 중국 기행』, 『긴네무 집』, 『니이가타』, 『아무도 들려주지 않았던 일본 현대문학』, 『김사량, 작품과 연구』(1~5) 등이 있다.
목차
『오키나와문학 선집』을 내며 3
야마시로 세이츄 쓰루오카라는 남자 1910 11
작품 가이드 33
이케미야기 세키호 우쿠마누 순사 1926 41
작품 가이드 64
구시 후사코 멸망해가는 류큐 여인의 수기 1932 69
「멸망해가는 류큐 여인의 수기」에 대한 석명문釋明文 1932 82
작품 가이드 86
오타 료하쿠 흑다이아몬드 1949 93
작품 가이드 107
야마노구치 바쿠 노숙 1950 113
여름에 어울리는 하룻밤 1950 128
(시)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외 1935~1963 132
작품 가이드 159
오시로 다쓰히로 2세 1957 169
작품 가이드 237
미야기 소우 A사인바의 여자들 1959 241
작품 가이드 265
마타요시 에이키 소싸움장의 허니 1983 271
작품 가이드 291
이치하라 치카코 (시) 등대는 뱀 외 1985 297
작품 가이드 314
사키하마 신 산딸기 2008 319
숲 2011 345
작품 가이드 395
메도루마 ? 버들붕어 2019 401
작품 가이드 436
해설_ 오키나와문학의 길 위에서 / 고명철 440
출판사서평
선집의 의의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지가 된 비극적 역사와 일본이 패전한 이후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비극이 함축된 공간이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태한 장소 오키나와. 오키나와의 정신과 사상을 오롯이 담아낸 오키나와문학 선집이 출간됐다. 이 선집은 류큐처분 이후 자기부정과 자기 파괴로 흔들리는 오키나와, 오키나와전쟁에 대한 오키나와문학의 대응과 물음, 오키나와문학의 현재 등을 충실히 담아냈다.
선집 구성
이 선집에는 작품 발표순으로 1910년에서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11명 작가의 소설 12편과 시 16편을 번역 수록했다.
오키나와 근대문학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는 야마시로 세이츄, 이케미야기 세키호, 구시 후사코의 작품을 실었다. 이들의 작품은 일본의 일부가 된 후, 자기부정(自己否定)의 심연을 헤매는 우치난추(오키나와 사람/민족)의 비극과 그로부터의 부상(浮上)을 담고 있다.
오키나와전쟁 직후는 오타 료하쿠, 야마노구치 바쿠, 오시로 다쓰히로의 작품을 수록했다. 이들 작품은 자기부정보다는 자기비판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타자를 향해 열린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놀랍고 신선하다. 전쟁 직후에 오키나와의 자폐적인 자기인식과 뒤틀린 아이덴티티를 고통스럽게 응시하고 밖으로 자신을 열어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오시로 다쓰히로의 「2세」는 작가의 초기 작품임에도 높은 완성도와 긴장감이 돋보인다. 미군기지와 우치난추의 관련양상은 미야기 소우와 마타요시 에이키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군기지와 관련된 ‘기지촌 소설’이라는 점에서 한국문학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세 작가인 이치하라 치카코와 사키하마 신, 그리고 메도루마 ?의 작품을 수록한 이유는 각각 다르다. 이치하라 치카코 시인과는 2017년 여름 오키나와 본도(本島)에서 서남쪽으로 290킬로 떨어진 미야코섬(宮古島)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의 만남으로 미야코섬을 배경으로 한 「등대는 뱀」 등의 시를 번역했다. 오키나와가 제도(諸島)임을 잘 알 수 있는 시다. 사키하마 신은 오키나와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다. 오키나와문학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라는 판단에서 두 편의 작품을 골랐다. 메도루마 ?의 「버들붕어」는 오키나와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첨예한 문제를 다룬다. 메도루마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헤노코 반(反)기지 투쟁을 오키나와전쟁과 이은 수작이다.
오키나와문학의 길 안내 지도
오키나와문학 선집은 근대문학 초기의 대표 작가 야마시로 세이츄부터 최근 촉망받는 신세대 작가 사키하마 신까지를 선집의 대상으로 선별하고 있다. 이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오키나와문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오키나와의 작가들이 오키나와의 삶과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치열한 문학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만남의 길에서 오키나와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것에 대한 오키나와...의 해결 전망을 위한 문학적 실천에 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선집이 갖는 의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이다. 이번 선집은 오키나와문학의 길에 첫 발을 딛는 독자에게 길 안내 지도의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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