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1974년 8월 15일 -내가 군 복무한 지 32개월쯤 되는 날이다. 제대 특명받기 한 달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이란 인물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박 대통령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는 역할- 당시에는 정보를 알 수 있는 매체가 신문, 방송뿐이어서 포장된 면도 있을 것이다-을 해서 국민들에게 많이 사랑받던 분이었는데. 그런데 장소가 놀랍게도 경비가 철통같을 기념식장이었다. 나를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은 이 사건에 어떤 음모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걸 누가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역사를 돌아봐도 권력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인간들이 저지른 미궁에 빠지는 사건이 비일비재한 법 아니던가.
작가는 48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까를 소설 기법을 사용하여 추리하는 형식으로 추적했다. 민주화 운동을 한 탓에 사법고시를 패스하고도 제도권 밖에서 수입이 별로 없는 변호사를 하는 가상의 주인공을 내세워. 작품 내용은 초스피드로 잘 읽힌다. 아는 내용이 많아서이겠지만 등장인물이 최소화된 단순한 구성이라서이기도 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당시의 사회상 - 이 작품에서는 저임으로 착취당하는 가발 공장 여공의 이야기가 나온다-을 잘 반영했다. 문장도 간결하면서 많은 뜻을 담는 방식을 택해서 잘 쓴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다만 결말을 향해 급하게(?) 전개되는 탓에 인물에 대한 입체감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원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로 쓰인 것이라니 이해가 됐다.
그런데 육영수 여사를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의 말처럼 단독 범행일 리는 절대로 없고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수많은 인간이 복마전처럼 얽혀있는 그 맨 위에 미국-CIA-이 있는 것 아닐까? 이 작품에서 언급은 없지만, 이 사건이 일어난 5년 뒤 박정희 전대통령도 비명에 갔으나 그 실상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지 않은가. 밝히려는 그 어떤 시도도 안 보이고.....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국립극장 안에 울려 퍼진 7발의 총성,
과연 누가 퍼스트레이디를 쏘았나?
총성이 난무했던 2분 22초 사이에 숨겨진
그날의 충격적 진실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낸다!
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 23분. 광복절 기념식장에 별안간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던 이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사이, 괴성을 지르며 무대 앞으로 달려 나오는 한 남자.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연이어 화염을 뿜기 시작하는 총구. 이 돌발행동에 국립극장 안은 비명과 총성이 뒤엉키며 일대 혼란에 빠진다. 사내는 결국 연단 바로 앞에서 제압되지만, 그 아수라장에서 두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바로 합창단 여고생과 퍼스트레이디…….
TV로 생중계돼 온 나라를 경악에 빠뜨린 이 대담한 총격사건은 과연 알려진 바와 같이,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 청년의 단독범행일까? 사건 발생 46년 만에 드디어 베일을 벗는 그날의 진실. 그 충격적 진실을 파헤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저자 : 변정욱
서울예고 미술과를 나와 미국 훔볼트주립대학(HSU) 영화과를 졸업했다. 문예영화의 대가이자 부친인 변장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종필름 해외 마켓 이사로 재직했으며, 영화 〈실미도〉를 제작한 한맥영화에서 연출의 기량을 쌓았다. 영화 〈밀월〉의 연출팀에 참여했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 〈만무방〉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미국 포트로더데일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SBS PD로도 일했으며 휴먼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 국가 홍보영상물 등을 연출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영화화를 처음 결심했다. 이후 영화 제작자의 제안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목격자 등을 인터뷰했다. 또 현장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으로 영화 제작이 중단됐고, 15년여 만에 비로소 직접 감독을 맡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그곳의 추억
납치
강성대국
입국자들
백전백패의 변호사
유혈사태
광복절의 노래
두 가지 선택
낙오자들
운명의 기로
폭풍 전야
그날
10시 23분 30초
사투
일생의 기회
카오스
일급보안
빨갱이
목련의 여인
사건 은폐
정의의 용사
반격의 시작
추적
보이지 않는 손
사건의 재구성
의뢰인
죽음의 진실
배후세력
경고
음모의 실체
패닉
사건의 열쇠
지푸라기
백기 투항
탈출
4428번
대반격
숨겨진 총탄
결정적인 증거
사라진 진실
최종 논고
가장 큰 이득
에필로그|악몽의 시작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말없이 수화기를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자신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방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해체했다. 그가 라디오를 거꾸로 들어올리자 묵직한 금속 물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라디오에서 쏟아진 금속 물체는 스미스앤웨슨 38구경 리볼버 한 자루와 총알 다섯 발이었다.
_p.37
“자네가 지금 남 걱정할 때야? 이 바닥에서 자네 별명이 뭔지 아나? 쓰레기 당번이야, 쓰레기 당번! 내가 언제까지 쓰레기 당번하고 일을 같이 해야 해?”
윤 대표가 작심한 듯 내뱉는 막말에 민규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윤 대표가 윗도리에서 뭔가를 꺼내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놨다. 그것은 한 장의 명함과 돈이 담긴 듯 보이는 두툼한 노랑 봉투였다.
“거두절미하고 선택해.”
_p.69
텅!
꾸벅꾸벅 졸던 영진은 강하게 부딪치는 금속성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무슨 소리인가 고개를 돌려 객석을 두리번거렸지만, 사람들은 미동도 없고 대통령의 연설은 계속됐다. 영진이 갸우뚱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객석 뒤편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며 연단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사내의 손에 들린 것은 분명 권총이었다.
_p.113
“아무리 피의자의 변호사라지만 인간적으로 영부인을 죽인 악마 같은 살인범이 용서가 안 된다는 거지. 양심선언하고 재판을 포기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큰 사건 맡아 이름 날리고 정의로운 변호사로 남고. 이렇게 백 프로 이기는 게임이 어디 있겠나?”
민규는 멍하니 듣다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윤 대표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힘주어 말했다.
“이건 정말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야!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거네!”
_p.122
“이 모든 상황이 우연으로 보입니까?”
민규가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들이 문세광의 거사를 도와주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영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국부터 국립극장까지는 중앙정보부가 길을 터주고! 국립극장에서는 경호실이 범행의 모든 행로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요?”
_p.196
“일단, 박 대통령의 경호팀은 그리 허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사교육도 받지 않은 스물세 살짜리 풋내기가 그런 경호팀을 뚫고 암살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겠습니까?”
_p.224
“혹시 ‘경호 64’라는 말 들어보셨나, 변호사 양반?”
민규는 말없이 그의 눈을 쳐다봤다.
“알 리가 없겠지……. 민간인이 60퍼센트, 경호를 맡는 요원들이 40퍼센트라는 얘기지. 즉, 60퍼센트의 방어벽은 바로 민간인들이야. 인간방패…… 광복절 경축식장에서도 철저하게 ‘64’가 지켜졌기 때문에 각하께서 당하지 않은 거야! 알기나 해?”_p.229
그렇다면 과연 어디란 말인가? 중정과 경호실, 양쪽을 다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_p.243
출판사서평
역사를 바꾼 한 발의 총성…
증폭되는 의문과 조작된 진실
“이 세상에 알아서 안 되는 진실은 없다!”
1974년 여름, 인권변호사 신민규는 오늘도 재판에서 패소한다. 선배가 운영하는 합동법률사무소에 적을 두고 있지만 돈 되는 사건은 수임조차 못 해보고 사회적 약자들의 변론을 맡다 보니 그가 얻은 것은 ‘백전백패의 변호사’라는 꼬리표뿐. 변호사로서의 양심과 고단한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던 그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영부인을 암살한 문세광의 국선변호를 맡는 것.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부인을 저격한 현행범인 만큼 적당히 변호하다 양심선언을 하고 물러나면 정의로운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사건을 맡아 변론을 준비하던 그는 문세광 사건이 사실과 다르게 묘하게 조작되어가는 것을 감지한다. 그는 절친한 고향 친구이자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배영진 형사와 함께 문세광의 행적을 차례차례 더듬어간다. 그런데 파헤칠수록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의심 가는 단서를 포착할 때마다 증인과 증거가 한발 앞서 사라지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건의 배후에 모종의 세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심증을 굳혀가던 와중에 그들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 중 하나인
8·15 저격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충격소설
《8월의 화염》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영화 연출가이자 제작자이며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치밀한 자료조사와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날의 충격적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 소설은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는 기막힌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강도가 쏜 총탄에 가슴을 맞아 서울대병원에서 총탄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그때 주치의가 1974년 영부인 저격사건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의사 중 한 명이었고, 그가 수술을 받은 곳 역시 영부인이 누웠던 곳이었다. 영화를 전공하던 저자는 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영부인 저격사건에 관심을 갖고 훗날 영화로 만들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발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조사하고 당시 외신기자들까지 인터뷰해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시나리오를 토대로 했다.
소설은 1974년 여름부터 문세광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그해 가을까지 약 석 달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실이 왜곡되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통해 유신 시대의 암울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시나리오 작가로 내공을 쌓은 저자의 첫 소설로 영화적 구성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단숨에 독자를 빨아들이며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충격적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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