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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편소설]신의 눈물: 하세 세이슈

Bawoo 2021. 11. 30. 18:41

신의 눈물: 하세 세이슈 |

[소감] 늘 다니는 동네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문학 작품을 찾다가 외국 작품이지만 싫어하는 추리소설이 아니고-추리소설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나 그 분야까지 챙겨 읽을 시간이 없다. ㅠㅠ.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이야기인 걸 보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하여 빌려왔다.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호주 원주민처럼 핍박받는 내용이 아닐까 지레 생각하고서, 당연히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읽는 걸 포기할 생각을 하고서.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바로 빠져들었다. 단문형 문장이라 읽기 수월한 데다가 활자 크기도 갈수록 시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인 나에게도 부담이 안 갈 정도로 알맞아 하루를 온전히 다 들여-아마 대여섯 시간 정도-읽어냈다. 그만큼 작품에 빠져든 것인데 마음에 드는 문학 작품이 주는 매력이랄 수 있겠다. 아무리 양서일지라도 문학 작품 이외의 분야 서적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

 

작품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주로 살고 있는 홋카이도(북해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70대 할아버지-히라노 겐조라는 이름의 전직 사냥꾼이자 현재는 나무 조각가이다. 주로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조각한다. 대표적인 게 불곰, 올빼미-와  15살 중학생인 외손녀-히라노 유우라는 이름-가 살고 있는 데 어는 날 한 20대 젊은이-오자키 마사히코란 이름- 가 찾아온다. 할아버지에게 나무 조각을 배우고 싶다면서.   할아버지는 이 젊은이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지만 본능적으로 자기와 인척 관계인 것을 알아서이다. 이 젊은이는 할아버지의 조각을 좋아하는 호텔 사장-우라노란 이름- 덕분에 일자리를 얻어  이 지역에 머물게 된다. 조각도 배우고 나중에 육촌 여동생뻘임을 알게 되는 여중생 "유우"의 등교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런데 유우는 아이누 족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게 싫어 고등학교부터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모르는 외지로 나가 살 꿈을 꾸며 매일같이 짐가방을 쌌다 풀었다 한다. 반면 할아버지는 나고 자란 이 홋카이도에서 절대로 떠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살려는 사람이면서 손녀의 타지 유학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조각을 한다. 이 할아버지에게는 외손녀 유우처럼 아이누인이라는게 알려지는 게 싫어 외지로 나간 여동생과 딸이 있는데  소식은 끊어진 상태이다. 딸에게 손주가 있다는 소식은 아는 정도이고 여동생 소식은 전혀 모른다. 여기에는 할아버지의 폭력-젊은 시절 자신이 아이누인이라서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술을 마신 후 폭력으로 푼 설정이다-도 한몫하는데 아무튼 외손녀 유우는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다. 자신의 딸과 사위가 교통사고로 죽자 외손녀가 찾아와 같이 살게 된 것이다. 한편 할아버지를  찾아온 젊은이 -오자키-는 할아버지의 여동생이 낳은 딸의 아들이다. 작중에는 큰할아버지라고 나오는데 실제론 큰 외할아버지이다. 이 젊은이는 어머니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유증으로 죽자 원전 사고에 분노하게 되고 동시에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목조각과 노래에 얽힌 사연을 찾다가 자신이 아이누족 출신인 걸 알게되고 목조각을 만든 사람이 외할머니와 관련이 있는 인물인 걸 알게되어 찾아온 것이다. 이 젊은이는 성실한 인물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자신의 어머니도 죽게 한 인재라는 거라는 판단하에 반원전 운동에 참여하는데 이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알게 되어 원전 사고의 책임회사인 도쿄전력의 전사장을 납치하여 공개적인 사과를 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할 생각으로 같이 반원전 운동하던 또래 젊은이 두 명과 의기투합하여 납치까지는 성공하나 자위대 출신의 동료-겐고라는 이름-가 실수로 죽게 한다. 시체를 원전 사고의 원인인 쓰나미가 일어난 바다에 유기한 세 명은 각자 연락을 끊고 흩어지는데 이때 오자키는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는 이 할아버지를 찾아온 것이다. 자수할 생각을 하고는 있으나 일단 자신의 뿌리를 찾아온 것이다. 젊은이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생활하는 와중에 동료 중 한 명-다쓰키라는 이름-이 잡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사장을 실제로 살해한 동료는 젊은이를 찾아오게 되고 급기야는 "유우"를 납치하여 도망까지 하게 된다. 도피 중 더 이상 도피할 수가 없음을 알고 자수를 하게 되고 동시에 젊은이도 자수한다. 이로부터 5년 뒤 젊은이는 5년 형기를 채우고 석방되어 큰 외할아버지 겐조의 마중을 받아 같이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20살 대학생이 된 유우와 재회한다. 5년 전 자수하던 날 그날 세 가족이 만찬을 하고 자수하려고 했었는데 동료가 나타나는 바람에 못 한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6촌 여동생인......

 

작품 전체에 악인은 없고 권력과 결탁된 전력회사가 유일한 악역이다.  할아버지와 젊은이의 관계는 젊은이가 자신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 호텔 사장을 통해 돌아가신 할머니의 친구를 찾아 만나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데 할아버지는 이 젊은이가 자신과 친족 관계임을 처음 본 순간 알아챘고 손녀가 기어코 홋카이도를 떠난다면 집을 물려줄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타지 유학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안 하던 개인전까지 준비하고 그동안 마시던 술까지 끊는데 이런 마음을 젊은이에게 얘기할 때 가슴이 뭉클해진다. 핏줄이라는 게 무엇인지 새삼 가족애-내리사랑-를 느끼게 해준다.  술을 끊은 이유에는 70 초반인 할아버지는 손녀, 손자와 조금이라고 오래 같이 살려면 최소 5년은 더 살아야 하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편 손녀는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지만 졸업하면 중학생 시절에 자기의 친구가 되어준 비 아이누 족 소녀- 사야라는 이름-의 부모가 하는 농장에서 일을 배우기로 한다. 그래서 대학도 농업 관련 학과에 들어갔다. 자신이 아이누족인 걸 모르는 외지에 나가 사는 게 소망인던 꿈을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해주는 할아버지, 6촌 오빠 그리고 친구를 위해서.   [2021. 7. 8]

 

[덧붙임] 이 작품에 매료되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엉뚱하게도 느와르(폭력소설) 3부작이 있었다. 불야성, 진혼곡, w장한가인데 일본을 무대로 암약하는 중국계 폭력조직 이야기이다. 불야성을 절반 쯤 읽다가 그만뒀는데 이유는 들이는 시간에 비해 얻을 게 없는 타임킬링용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폭력물은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기는 하겠다. 내용 자체는 흠잡을 데 없이 잘썼으니까. 검색해보니 영화로도 나온 것 같은데 차라리 영화가 낫지 않을까 싶다. 흥행에는 실패한 모양이지만. [2021. 11. 30]

 

[참고]불야성 - 나무위키2021.10.04.

  • 소설 팬들이 알음알음 읽었거나, 아는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러다 북홀릭에서 2011년에 불야성 신판을 냈고, 그 후속작들인 장한가, 진혼가도 차례대로 번역해서 낸지라, 이제는 구하기 쉬운 작품이 되었다. 
  • namu.wiki/w/불야성 나무위키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는 먼 옛날부터 추운 홋카이도를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소수민족 아이누족이 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일본 본토 지역 사람들로부터 아이누의 문화와 전통을 무시당하며 핍박받아왔다. 실제로 현재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아이누의 숫자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누족에게 홋카이도는 고향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뿌리이고 삶 그 자체이다.아이누족 목조 작가인 할아버지 히라노 게이조와 함께 생활하는 히라노 유우는 자신이 소수민족인 것이 부끄러워 언젠가 여기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밤 여행 가방을 꾸린다. 그렇게 여행 가방에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앞으로 1년,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아이누족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유우의 앞에 어느 날 수상한 청년 오자키 마사히코가 찾아온다.

목조 작가가 되고 싶다며 게이조의 제자로 받아 달라는 오자키가 마냥 껄끄러운 유우지만, 게이조는 무슨 변덕인지 오자키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시작된 불편한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질 무렵, 평화로운 훗카이도에서 오자키의 과거와 엮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드넓은 호수와 울창한 숲,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죽어간 많은 사람들, 자연과 인간의 대조적인 삶이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지금 펼쳐진다.

 

저자 : 하세 세이슈
1965년 홋카이도 출생으로, 요코하마시립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편집자, 프리라이터를 거쳐, 1996년에 『불야성不夜城』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1997년 같은 작품으로 제1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고, 1998년 『진혼가 불야성2?魂歌 不夜城Ⅱ』로 제51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과 1999년 『표류가漂流街』로 제1회 오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근래에는 느와르 소설만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눈의 불꽃』, 『언터쳐블』, 『양지의 천사들 소울메이트2』, 『神奈備』, 『比ぶ者なき』, 『暗手』 등이 있으며, 2020년에 『少年と犬 소년과 개』라는 작품으로 제163회 나오키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