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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파 추리소설] ☆5.사라진 이틀:요코야마 히데오

Bawoo 2021. 12. 4. 17:51

사라진 이틀(중판)(Misty Island 4):저자 요코야마 히데오 | 역자 서혜영 | 들녘 | 2013.7.31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 『사라진 이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회소설에 가까운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력과 절제감과 속도감이 뛰어난 문체로 사회의 부조리와 아픈 구석들을 보여주고 있다. 2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아내를 목 졸라 죽인 카지 소이치로 경감.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아온 그는 아내의 사체를 사흘 동안이나 방치한 끝에 경찰에 자수한다. 아내를 죽인 후 곧바로 자수하지 않고 이틀 동안 행방을 감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파헤쳐가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출판사 서평]

■ 법질서를 다루는 기관들의 미묘한 갈등 속에 드러나는 진실
처음에는 가벼운 건망증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날짜나 장소를 알 수 없게 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정신 혼란 등을 겪으면서 마침내 인격 붕괴에까지 이르는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앓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만나는 건 이제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면 그리하여 살아 있으되 사는 목숨이 아니라면, 온전한 가족은 물론이고 문득문득 현실로 돌아와 그 처지를 감내해야 하는 환자, 그들이 겪는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될까?
이 작품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 그 아내는 외아들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먼저 저세상에 보내고, 그 아이의 기일에 맞춰 남편과 함께 무덤을 찾아갔건만 밤이 되어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어미 노릇을 못한다고 광기어린 몸부림을 친다.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아내……. 결국 그 아내를 목 졸라 죽인 남편. 그 남편은 온화한 인품을 갖춘, 경찰학교에서 후진을 양성하면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W현 경찰청 교육과의 계장인 가지 소이치로 경감이다. 그가 자수하자마자, 현직 경찰관이 아내를 촉탁살인한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내세운 건 무슨 까닭일까? 바로 여기에 이 작품의 묘미가 있다. 경찰관이란 범인의 신분을 둘러싼 여러 입장의 차이가 때로는 견제와 질시로, 때로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처럼 생존하는 모습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수사관, 경찰청 출입기자, 검사, 변호사, 판사 그리고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법질서를 다루는 기관들의 미묘한 갈등 속에 드러나는 진실은, 그래서 더욱 실감있게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03년 한해 동안 미스터리 베스트10에 1위로 올라 있던 이 작품은 50만부 이상 판매가 되었으며, 2004년 1월에 영화로 제작되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의 원제는 '반락'인데, 이는 경찰용어로 용의자가 용의 사실의 일부만 자백하는 상태를 말한다. 굳이 번역하자면 ‘미완의 자백’이랄까. 용의자인 가지 경감은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나서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자수한다. 모든 혐의사실을 인정했지만, 왜 이틀이나 지나서 자수를 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다문다. 한마디로 이틀 동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바로 ‘사건 뒤’의 행적에 대해 모든 이들의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사건을 이끄는 핵심이 ‘공백의 이틀’이라는 데에 착안하여 우리말 제목을 '사라진 이틀'로 정하게 되었다.

■인간 오십 년, 앞으로 1년만, 꼭 1년만 살아서…
일본은 사무라이 정신이 아직까지도 그 뿌리가 깊숙이 박혀 있다. 하물며 현직 경찰관이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으니, 그 아내를 따라 곧바로 자살을 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겐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왜 그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왜 사흘 뒤에 자수를 한 것일까? 그리고 왜 점잖고 온화한 그가 도쿄 신주쿠의 환락가인 ‘가부키쵸’가 찍힌 티슈를 가지고 있었는가? ‘공백의 이틀’ 동안 과연 그는 환락가인 ‘가부키쵸’를 무슨 까닭으로 갔는가? 그가 곧바로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세상 밖의 ‘끈’은 무엇인가?
이 사건을 둘러싼 수사관, 신문기자, 검사, 변호사, 판사 그리고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공백의 이틀’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수사관 시키는, 범인 가지 소이치로 경감이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는 이유로 하루빨리 수사를 종결시키려는 상부층의 조급증 때문에 결국 사건에서 손을 떼지만 가지에 대한 알 수 없는 연민으로 개인적으로 사건에 관심을 보이고, 경찰 출입기자 나카오는 ‘특종’의 올가미에 덧씌워져 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경찰과 지검과의 거래에 환멸을 느끼는 검사 사세 역시 진실에 다가서지 못한다. 고용 변호사인 우에무라는 이미 나락의 길을 충분히 겪은 터라 이 사건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최종 구형을 내리는 판사 후지바야시는,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런 환자를 돌볼 수 있는데, 왜 아내를 죽여야 했는지 대해 강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정년을 앞둔 교도관 고가는 언제 자살할지도 모르는 수형자 ‘가지’ 때문에 더욱 심란하기만 하다.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인간 오십 년.’ 서예에 상당한 실력이 있는 49세의 가지 소이치로의 책상에서 발견된 이 글로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앞으로 1년만, 꼭 1년만 살아서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그의 절규와 닿아 있다. ‘인간 오십 년’이 의미는 무엇일까? 이 의미를 곱씹으며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도 썩 괜찮으리라 싶다.

■ 미스터리 소설의 진수, 그러나 가슴 벅찬 휴먼 드라마
작가는 피의자인 경감과 업무상 관계되는 여섯 명을 각 장에 배치해 그들의 인생, 직장에서의 입장, 다양한 감정을 묘사하고, 나아가 조직의 규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갈등을 밀도있게 묘사한다. 장을 거듭할수록 점점 진실을 향해 파고들어가는 구성력의 치밀함은 신문기자로서의 경력을 가진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그 경험을 살려 이들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 묘사를 절묘하게 풀어내는가 하면 내용 전반에 흔히 미스터리물에서 범하기 쉬운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가 아닌, 일본이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집어내며(물론 우리 사회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지식 부족에서 오는 어설픈 비약이나 막연함이 없다. 더불어 단순한 사회풍조나 풍속,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애정 치사 사건 등을 흉내내는 ‘안이함’이 없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리물에서 훨씬 뛰어넘는, 격조 높은 사회소설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힘이 있다. 보일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사건의 진상, 조직의 ‘윤리’ 속에 얽힌 인간 개개인의 고민을 절묘한 대비와 복선으로 깔아놓아,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여운과 감동이 영원히 가슴속에 아로새겨지는 휴먼 드라마다.
뱀꼬리 하나, 2003년 미스터리 10에서 오랫동안 1위를 차지하여 일본 독자들에게 새로운 미스터리물에 대한 신기원을 이룩한 이 작품은, 이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 결말에 감동을 받아 수많은 사람들이 ‘골수 뱅크’에 골수 기증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소감] 추리기법으로 쓴 휴먼 드라마 성 작품. 치매에 걸린 아내를 살해하고 3일 뒤 자수한 모범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주인공이 아내 살해 후 이틀 동안 무엇을 했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가족애 그리고 자신의 골수를 기증해 사회에  기여하는 인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범 경찰이 주인공인 설정은 좀 비현실적(?). 아무튼 소설 한 권을 통해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자세한 내용은 위 출판사 서평을 참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