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 역자 민경욱 | 하빌리스 | 2021.7.26.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히가시노 게이고가 고발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
아직도 피해자를 구원할 답은 보이지 않는다
강에서 떠내려가던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의 이름은 나가미네 에마.
유족은 아버지 나가미네 시게키 단 한 사람뿐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시게키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음성 메시지가 도착한다.
“나가미네 에마는 스가노 카이지와 도모자키 아쓰야, 두 사람에게 살해당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도모자키의 집에 숨어든 시게키는 운명적으로 충격적인 영상을 보게 된다.
이 순간부터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했다. 시게키는 사회와 법률, 모든 것을 등지고 도주, 복수극을 시작한다. 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범죄자이기엔 너무 순수한 남자, 범인을 잡고 싶지 않은 경찰 , 그리고 사회 부조리가 만들어낸 짐승들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출판사서평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살해당한 아버지
그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불꽃놀이 축제날, 친구들과 외출한 외동딸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를수록 딸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는 커져간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
“경시청입니다. 따님인지 확인해 주셨으면 하는 케이스가 있어서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몸으로 키워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이렇게 잃었다.
딸의 시체는 강을 떠내려 오다 발견됐다. 아버지는 딸이 어떻게 죽었는지, 딸을 죽인 자는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은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범인의 정체는 소년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는 것도.
삶의 이유를 잃고 좌절하여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버지에게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의문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여보세요, 나가미네 씨인가요? 에마 양은 스가노 가이지와 도모자키 아쓰야 둘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것은 장난 전화가 아닙니다.]
메시지에는 범인의 정체, 범인의 주소, 그리고 범인의 집에 숨어들어갈 방법까지 담겨있었다.
굳게 결심하고 범인의 집으로 향하는 아버지. 메시지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범인의 방에 들어간 아버지의 눈에 범인이 촬영한 충격적인 영상이 들어온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집으로 돌아온 범인의 인기척이 들린다.
| 법률이라는 칼날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피해자의 아픔이 너무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
거품 경기가 꺼지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희망이 사라져가는 시기. 일부 소년들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지 못했다. 소년범죄율은 해마다 높아져 갔고, 상상하기 힘든 흉악한 범죄 역시 늘어만 갔다.
그러나 미성년 범죄자는 저지른 죄의 대가를 온전히 치르지 않는다. 미성년자는 갱생의 대상이며, 처벌보다는 교정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소년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이 경미하다는 점을 이용해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청소년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6년 이후 청소년 범죄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성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아무 생각 없이 SNS나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끔찍한 경우도 생겼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할 안전장치조차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해자가 죄에 비해 경미한 대가를 치른 뒤 다시 사회에 나와 위협을 가하지는 않을지 악몽에 시달린다. 피해자 중에는 다시는 사회에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된 경우도 있다. 피해자의 가족 중에는 법률로 정해진 솜방망이 처벌 대신, 직접 가해자를 공격해 범죄자 신세가 된 사람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묻는다. 법률이라는 칼날은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냐고. 법은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냐고. 피해자의 슬픔을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지 않냐고.
| 어제보다 오늘 더 절실히 와 닿는 작품
2021년 드라마 방영, 중국에서 영화화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N번방 사건의 범인 중 일부는 미성년자였다. 동급생을 살해한 초등학생은 아무런 대가도, 아무런 처벌도 없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와 전혀 바를 바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집단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죄책감 없이 오히려 피해자를 힐난해 2차, 3차 피해까지 끼친 경우도 있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청원에는 39만 명이 동참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최근 5년 안에 벌어진 일이다.
『방황하는 칼날』은 미성년자 범죄의 피해자 입장에 서서 진지하게 고민하길 권하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170만 부 이상 팔렸다.
2021년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을 맡았던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드라마로 제작했으며, 한국,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영화화 중이다. 청소년 범죄와 소년법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읽은 소감] 청소년 범죄의 심각함이 날로 더 해가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를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청소년 범죄 중 최악의 사례 -강간 및 살해-를 소재로 단지 미성년이란 이유로 가벼운 벌을 받고 다시 사회에 나오게 하는 현행법에 의문점을 던진다. 한 가정의 삶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파괴하는 행위를 하는 이런 놈들을 단지 청소년이란 이유로 가벼운 형만 주어도 되는가 하는 의문. 그러면 피해자와 가족은 뭔가? 평생 가슴에 응어리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일 텐데.
작가는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고 죽게 만든 무늬만 청소년인 두 놈 중 한 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한 놈을 마저 살해하려고 뒤쫓는 한 성실한 삶을 살던 아버지를 통해 과연 이 나쁜 놈들을 어떻게 응징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개인적인 복수를 할 경우 자신도 법의 단죄를 받을 수밖에 없어 쉽사리 그리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인데. 작가는 이 아버지가 사적인 복수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한 놈은 살해했으나 다른 한 놈을 살해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경찰의 총에 맞아 죽게 설정했는데 여기서 독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한다. 이 범죄자 놈을 죽이고 자신도 자수할 생각으로 있지만 경찰은 직업상 죽이도록 방기할 수도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아버지를 사살하는데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이를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만약에 딸이 이 범죄 소년들에가 납치되어 강간당하고 죽는 일만 없었다면 부녀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는 삶 아니었던가. 작가는경찰의 총에 사살되는 이 아버지를 통해 피해자의 고통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행 법에 강한 부정을 나타낸다. 한 가정을 철저히 파괴한 놈이 단지 사적인 보복은 불법이란 법 체계 때문에 살아남는 마지막 결말은 정말이지 분통이 터진다.
[사족]이 작품에는 반전이 하나 있다. 이 아버지에게 두 범인의 행적을 알려준 게 경찰 중 한 명이라는 게 작품 말미에 가서야 드러난다. 그전까지는 두 범죄 소년과 행동을 같이 했으나 강간, 살해에는 가담하지 않은 소년인 거로 생각하게 만드는데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상 이 범죄자들을 사적으로 단죄할 수는 없으나 아버지에게 정보를 알려주어 보복하게 만들어 같은 마음일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신한 설정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나는 청소년 범죄가 촉법소년이라는 법률에 의해 가벼운 벌만 받는 것에 대해 누구나 보호받을 자격이 없는 범죄자를 보호하는 악법(?)이라는 생각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 하게 되었다.
* 여담: 일본 작품은 반일 차원에서 일부러 읽는 걸 피했는데 -추리 소설 위주인 것도 작용했다- 최근에 지일 차원에서 읽기 시작-우연히 사회파 추리소설을 알게 되어서이다.-하면서 좋은 작품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도 이런 시도의 일환에서 발견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되어 인기리에 꾸준히 증쇄되는 작품이었다. 나만 빼고 일본 문학작품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았나 보다. ㅠㅠ. (내가 읽은 건 2021.7.26.에 나온 작품이다)
검색 자료에는 2014년에 정재연 주연으로 영화도 나왔었다.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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