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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Bawoo 2022. 2. 17. 21:04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 명화로 읽는 인체의 서사
저자 이재호 | 어바웃어북 | 2021.7.5.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미술관에 걸린 작품은 한 구의 카데바(해부용 시신, cadaver)와 같다. 예술가들은 해부학자 만큼 인체에 천착했으며, 그들의 탐구 결과는 작품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베르메르가 〈우유 따르는 여인〉에 묘사한 위팔노근, 보티첼리가 〈봄〉에 숨겨놓은 허파, 다비드가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 그린 두렁정맥, 라이몬디가 〈파리스의 심판〉에 묘사한 볼기근…….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면, 근육·뼈·혈관·장기 등 사람의 몸 구석구석이 보인다.

림프, 승모관, 라비린토스, 견치 등 몸속 기관 중에는 신화 속 인물 혹은 닮은꼴 대상에게 이름을 빌려온 것이 많다. 신화, 종교,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미술 작품은 해부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재다. 미술과 해부학의 만남은, 우리가 평소에 주목하지 않았던 인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세계 미술관은 포르말린 냄새에 눈시울 붉힐 필요 없이 인체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해부학 교실이다. 인간의 몸을 치열하게 탐구한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 한 점 한 점은 인체 탐험을 돕는 카데바가 되어줄 것이다.

ㆍ 인체 해부를 금하던 교회법을 피해 미켈란젤로가 해부도를 숨겨놓은 곳은? (20쪽)
ㆍ ‘진화론’ vs ‘창조론’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근거가 사람의 입속에 있다? (75쪽)
ㆍ ‘물의 정령’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온 이유는? (80쪽)
ㆍ 보티첼리가 〈봄〉에 그린 허파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흔적이다? (113쪽)
ㆍ 엘리자베스 황후 살해 사건의 공범이 현재까지 살아 있다? (223쪽)
ㆍ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에 맥주 애호가의 근육이 묘사된 이유는? (285쪽)
ㆍ 베살리우스가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 속표지 삽화에 개와 원숭이를 그려넣은 이유는? (196쪽)
ㆍ ‘수도사-카푸치노-승모근’은 무슨 관계일까? (307쪽)
ㆍ 1905년, 석공 작업장에서 발견된 조각상의 팔 하나에 전 세계가 경악한 이유는? (416쪽)

 

출판사서평

◎ 다 빈치, 미켈란젤로, 다비드부터 칼로, 바스키아에 이르기까지
예술가의 손끝을 따라가면서
명화에 담긴 해부학 코드를 해석하다!
미술관에 걸린 작품은 한 구의 카데바(해부용 시신, cadaver)와 같다. 예술가들은 해부학자 만큼 인체에 천착했으며, 그들의 탐구 결과는 작품에 오롯이 스며들어 있다. 미국 화가 헨리(Robert Henri, 1865~1929)는 “해부학 지식은 예술가에게 좋은 붓과 같다”고 말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좋은 붓을 얻기 위해 인체를 탐구했으며, 때로는 직접 메스를 들기도 했다.
다 빈치는 글자와 말로 얻는 배움보다 경험으로 습득한 지식을 더 가치 있게 여겼던 경험주의자였다. 그는 30구 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했다.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다 빈치가 사람의 몸을 직접 해부한 이유는, 인체를 보다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였다. 인체 해부는 당시 교회법을 어기는 일이었기에, 다 빈치는 조심스럽게 메스를 들었다. 그는 부패해가는 시체가 내뿜는 악취 속에서 한 구의 시체를 일주일씩 들여다보았다. 그 결과 그는 관상동맥을 최초로 정확하게 담았을 뿐만 아니라 시신경이 뇌와 연결된다는 것도 가장 먼저 확인했다. 그가 남긴 1800여 점의 해부도는 인체 구석구석을 세세하게 알려주며, 현대 해부학자들을 놀라게 한다(47쪽).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같은 주제를 표현한 작품 중 최고로 꼽힌다. 그의 〈피에타〉는 ‘이상과 자연주의의 조화로운 균형’이라는 르네상스 정신을 올곧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근육과 축 처진 팔의 혈관까지 조각했을 정도로 그는 인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메디치가의 후원 아래 해부학을 배운 그는 직접 신원 미상의 시체를 구해 해부하기도 했다(24쪽). 미켈란젤로는 해부를 금지했던 교회의 눈을 피해 작품 속에 해부도를 숨겨두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아담의 창조〉에는 뇌 단면도가 들어 있다(25쪽).
르네상스와 함께 고전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던 ‘신고전주의’의 대표 화가 다비드는 작품 속에 완벽한 인체를 그리고자 노력했다. 그는 〈테니스 코트 선서〉 속 어깨를 얼싸안은 세 남자의 몸을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 근육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습작했다. 옷으로 가려질 근육까지 세세하게 묘사한 스케치에서, 다비드가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느낄 수 있다(140쪽).
인체를 해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금기였다. 예술가들은 작품 안에 완벽한 인체를 구현하기 위해 금기를 깨가며 사람의 몸을 연구했다. 때로는 과학자보다 더 과학적인 시선으로 인체를 탐구했다.

◎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린 작품 한 점 한 점이 카데바다!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면, 근육·뼈·혈관·장기 등 사람의 몸 구석구석이 보인다. 네덜란드 장르화가 베르메르가 그린 〈우유 따르는 여인〉에는 반복된 가사노동의 흔적이 담겨 있다. 여인의 왼팔은 무거운 주전자를 받치고 있다. 꽤 도드라진 그녀의 왼팔 근육은 ‘위팔노근’이다. 작품 속 여인처럼 무언가를 들 때, 팔꿈치 관절을 굽힐 때 사용된다. 위팔노근은 위팔뼈 바깥쪽에서 시작되어 아래팔 바깥쪽 뼈인 노뼈에 붙는다. 이 근육은 맥주잔을 들어 올릴 때 사용되어 ‘beer raising’이라는 별칭이 있다(285쪽).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그린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이 작품에서 해부학적으로 주목할 점은 바로 왼쪽 어깨다.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는 유난히 왼쪽 어깨가 처져 있다. 그 이유는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가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첫사랑 여인을 모델로 했기 때문이다(109쪽). 결핵은 기관지의 특성 때문에 왼허파에 더 잘 생긴다. 결핵균에 의해 망가진 왼허파 때문에 왼쪽 어깨가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처럼 주저앉기도 ���다(118쪽).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한 보티첼리는 〈봄〉에서 아프로디테 뒤쪽에 기관지를 그려넣기도 했다(113쪽).
뱀에 물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라오콘 부자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라오콘 군상〉에서는 ‘앞톱니근’을 찾아볼 수 있다. 앞톱니근은 어깨뼈와 갈비뼈를 연결하며 갈비뼈에 붙은 쪽이 톱니처럼 생긴 근육이다. 어깨와 위팔을 들어 올리며, 갈비뼈를 들어 올려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게 돕는다. 또 팔을 앞으로 뻗을 수 있게 어깨뼈를 앞으로 보내고 어깨 회전을 돕는다. 앞톱니근은 손을 내뻗는 동작을 많이 하는 복서들에게 잘 발달하여 ‘복서의 근육’이라고도 불린다(419쪽).
림프, 승모관 등 몸속 기관 중에는 신화 속 인물 혹은 닮은꼴 대상에게 이름을 빌려온 것이 많다. 신화, 종교,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미술 작품은 해부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재다.
눈을 마주치는 이들을 모두 돌로 만드는 괴물 ‘메두사’는 우리 몸 안에도 있다. 간이 딱딱해져 제 역할을 못하면 간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혈액이 대체 혈관을 모색하는데, 그 결과 배꼽 근처 정맥이 피부 밖으로 보일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이 모습이 마치 괴물로 변한 메두사와 같다 하여, 이 질환을 ‘메두사의 머리(caput medusa)’라고 부른다. 배꼽 주변에 발현하는 메두사의 머리는 카라바조가 그린 〈메두사의 머리〉와 닮았다(96쪽).
퇴근 무렵이면 유난히 뻐근한 근육이 있다. 어깨 위로 볼록 튀어나온 ‘승모근’이다. 이 근육은 프란체스코회 수도복 ‘카푸친(capuchin)’ 모자와 닮아 승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승모근은 카푸친에 달린 모자를 벗었을 때 어깨에 닿는 부위와 납작한 세모꼴 모양이 똑같다. ‘수도사의 화가’ 수르바란이 그린 〈성 프란체스코〉에 이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307쪽).
다윈이 주장한 진화론의 논리적 귀결은 ‘모든 생물은 공통의 조상이 있다’이다. 인간이든 개이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같은 조상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입속에 있다. 음식을 잘게 쪼개는 ‘송곳니’다. 송곳니는 개와 같은 육식동물에게서 더 잘 발달하여 다른 말로 ‘견치(犬齒)’, 영어로는 ‘cannie tooth’라고 부른다. 바로 이 송곳니가 인간과 개의 연결 고리다(75쪽).

◎ 인류 최초의 캔버스는 인체다!
인류 최초의 캔버스는 인체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 인체에는 그 흔적이 그림처럼 남는다. 해부학은 인체라는 캔버스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의 몸을 해부하는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다. ‘나’를 아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해부학은 비단 의사라는 특정 전문직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학문이다. 미술과 해부학의 만남은, 우리가 평소에 주목하지 않았던 인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세계 미술관은 포르말린 냄새에 눈시울 붉힐 필요 없이 인체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해부학 교실이다. 사람의 몸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 한 점 한 점은 우리의 인체 탐험을 돕는 카데바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