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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5.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장마리

Bawoo 2022. 6. 1. 12:19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저자 장마리 | 문학사상 | 2021.9.13

 

[소감]

 

늘 이런 작품을 원했다. 스케일이 큰 서사(narration , 敍事)가 있는 작품.

 

늘 다니는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우리 문학작품-주로 장편소설-을 찾으면서 느끼는 제일 큰 고충은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내가 읽기를 원하는 작품은 스케일이 큰 서사(narration , 敍事)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작품 자체가 잘 안 나오는 탓이다. . 이는 아마도 스케일 작은 ‘문단적 소설들-방민호 문학평론가의 말-'이 상업성 면에서 더 주목받는 세태 때문 아닐까 싶다. 또 작가들이 작품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적 체험이 부족한 때문일 수도 있고. 가장 큰 문제는 굳이 책을 안 읽어도 소일거리가 많은 시대이기 때문에 고생고생하여 작품을 써내도 읽히지 않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을 테고.

 

그런데 이 작품은 안 그랬다. 제목의 생경함, 처음 보는 작가여서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빌려왔는데 읽는 처음부터 압도당했다.

시베리아에 있는 북한 벌목장을 주무대로 하여 남과 북 그리고 러시아의 세 청년- 북한의 금수저 출신 소장과 남한의 목재상 아들 그리고 러시아의 벌목공 집안 아들-이 주가 되어 전개되는 작품은 스케일의 거대함에 놀라게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띈 건 북한 인부들이 일하는 벌목장 환경의 처참함이었다. 나라가 가난하면 이리 처참하게 살다가 허무하게 죽을 수도 있는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북한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고 자랐으면서도 벌목공을 돕기 위해, 사랑을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하는 북한 청년의 얘기는 비현실적이다 싶으면서도 나라도 벌목공을 위해 그리 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여기-북한-에서도 출신 배경의 덕을 보는 건 - 벌목장 관리 고위직에 있는 아버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사고사로 위장하고 벌목장을 탈출, 스위스로 도피한다. 러시아인 아내와 갓난쟁이 아들은 평양에 가서 시아버지를 만나고 - 남한과 똑같아 실소하게 만든다. 인간 사회는 체제의 다름과 관계없이 똑같다는 생각.

 

작가는 세 청년이 "아름답지만 실패한 젊은이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나는 실패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남한 청년 준호는 북한산 소나무 입수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곳에서 수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고 북한 금수저 청년 준호는 스위스에서 아내, 아들과 만날 예정이며, 러시아 청년 빅토르는 남한 청년 준호와 같이 사업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남한 청년 준호를 사랑하는 빅토르 여동생의 일방적인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도 희망적이고.  

 

[덧붙임] 이리 스케일이 큰 서사가 담긴 최근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건  "누운 배:저자 이혁진"이다.

그런데 후속작 두 편이 기대에 못 미쳐 읽다고 중간에 그만뒀다. 그만큼 소재의 발굴이 어렵다는 뜻일 게다. 

이 작품을 쓴 장마리 작가도 다른 작품을 찾아보니 "블라인드 2018.10.12"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와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내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면 좋겠다. 요즘은 서사의 스케일이 작아 읽다가 그만두는 작품이 너무 많다.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인데도 내 나이가 많은 탓에 관심에서 멀어진 소재인 때문이다. ㅠㅠ

 

책소개

냉혹한 현실에 패배하더라도
생의 한가운데로 뛰어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송가

생존을 위해 시베리아에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준호는 가업을 살릴 시베리아산 소나무를 얻기 위해, 북한의 지석은 공화국의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의 빅토르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척박한 땅 시베리아에 머문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준호는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에 귀국한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대성제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옥 자재 소나무만 취급하던 곳이었다. 할아버지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곳은 값싼 미국산 원목 다그라스(홍송)가 수입되어 전국에 대량으로 보급되자 위기에 처한다. 대각제를 쪼개 실내 장식업체에 파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조선족 원목상에게 사기를 당하자 화병이 나 타계하고 말았다.
얼결에 대성제재소의 대표 자리에 앉지만 준호는 십 년이나 한국을 떠나 있었기에 국내 시장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한국의 소나무와 종자가 같아 대목장도 구별하기 어렵다는 시베리아의 소나무를 들여오는 것만이 대성제재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고 시베리아로 떠난다.

빅토르는 대대로 벌목을 생계로 삼던 집안의 장남이었다. 고생만 하는 벌목이 싫어 어릴 때 가출을 했고, 이르쿠츠크로 도망 나와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준호를 만나 개인 기사로 일하게 됐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빅토르에게 준호는 호의를 베풀었고, 친절한 준호에게 빅토르는 자기 여동생을 소개시키면서까지 그와의 인연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한국으로 돌아간 준호는 그 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빅토르는 고향으로 돌아가 북한의 벌목장에서 카마즈(원목 운반 전문 트럭)을 운전한다.
그러던 중 떠난 지 일 년 만에 준호가 연락을 해온다. 시베리아산 소나무가 필요하다는 그 말에 빅토르는 자신이 일하는 벌목장의 사업소장 지석을 소개한다.

지석은 당 비서의 아들로 러시아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김일성종합대학의 최연소 교수로 내정되어 있었으나 아샤라는 러시아 여학생을 사랑하게 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공화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어긴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지석을 러시아 벌목장으로 보내 공화국에게 진 빚을 갚으라 명령한다.
벌목장에 가게 된 지석은 사업소의 운영을 놓고 부소장과 갈등을 빚는다. 지석이 기존의 운영방식을 자꾸 무시한다고 생각한 부소장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특히 조선족 원목상에게 원목을 빼돌려 뒷돈을 챙기던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쫓아내고자 한다.
지석은 부소장이 저지르는 불법이 애먼 노동자들의 목숨 값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지석은 자신이 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노동 환경의 개선이라 생각한다. 아샤의 도움과 응원으로 지석은 부소장과 보위부원의 견제에도 환경 개선을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오락거리가 없는 노동자들을 위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기카믄…… 당신은 내 동지가 될 수 있습네까?”
페치카 안에서 탁, 탁, 장작 타는 소리와 미세하지만 주전자에서 물이 끓으며 크으윽…… 쉬이이…… 소리가 공간을 떠돌았다. 빅토르는 손바닥에 땀이 나서 허벅지에 문지르며 천천히 엉덩이를 의자에 도로 내려놓았다.
“기꺼이 친구가 되겠습니다.”
빅토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p.13

극동을 지나 중앙 시베리아로 들어갈수록 백야로 해가 졌어도 세상이 희뿌옇게 흐려질 뿐이었다. 저녁과 새벽이 공존하고 있었다. 기홍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하루 이십사 시간도 우리하고 다르고 새벽이 저녁 같구, 저녁 이 새벽 같구, 자꾸 낯설어지는구만.”
철길을 따라 늘어선 자작나무 잎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빛에 반사된 물결처럼 반짝거렸다. 귀를 기울이면 자르르 자갈 굴러가는 소리와 비슷했다. -p.65

“지식인이라면 체제에 문제 제기하는 거, 이 아바지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남들은 다 옳다고 해도 옳지 않은 거를 발견했다믄, 다시 들여다보는 눈과 마음을 지녀야 진짜 지식인이 같지. 너는 인민들의 발밑으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외면하지 말고 살피는 진실한 지식인이 돼라. 기카지만 애미나이한테 빠져서 조국과 가족을 배신하려는 행위만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종간나야! 알간?” -p.89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할아버지 의자에 앉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직도 경리실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는 할아버지 사무실의 오른편에만 머물렀다. 위에는 불투명한 유리가 끼워진 나무판자 미닫이가 구분해주는 공간이었다. 미닫이는 열 때마다 찌그덕 소리가 났다. 마치 흑백영화 속 학교 교실 문처럼 낡아 있었다. 아버지는 양팔에 토시를 끼고 장부 정리를 하다가 전화벨이 울리면 낮은 목소리로 대성제재소입니다, 라고 전화를 받았다. 까맣던 머리가 하얗게 세고 듬직한 어깨가 굽고 뿔테안경이 은테로 바뀐 모습으로, 당신의 자리는 그 자리라고 여기며 언제나 그 공간으로 스며들어 갔다. -p.97

니체는 망각을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고 했다. 지난 칠 개월의 기억이 생생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이기 때문일까. 지금 잘 견디고 있는가? 아니 잘 버티고 있는가? 지석은 감기와 신경성 위염을 앓고 있었다. -p.183

인간은 어떤 이념이나 이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능과 탐욕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노동자들은 순박했으며 천진난만했다. 두뇌도 뛰어났고 생존에 대한 욕구도 강했다. 부소장도 애초에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환경에 의해 방어적이고 타인에게 적대적인 인간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이다. -p.193

빅토르가 준호에게 말했다.
“형도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잖아!”
준호에게 상체를 바짝 기울이더니 덧붙였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잖아.”-p.204

겨울나무는 물이 없어 단단했고 벌목한 나무를 실어 나르는 길도 얼어 있어서 벌목하기에는 적기였지만 산판에 오래 지낼수록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고갈되었다. 나무는 기막히게 그런 노동자를 찾아내 괴롭히다가 데려갔다. -p.273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작품 해설 ㆍ 298 에서 발췌된 내용 

문학평론가 방민호 교수(서울대 국어국문학과)는 “<시베리아의 이방인들>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고 생각하도록 하는 근래 보기 힘든 문제작이며 스케일 작은 ‘문단적 소설들’에 지쳐 있는 독자로 하여금 눈 크게 뜨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시원스러운 작품이다”며 “한국문학은 이렇게도 자신의 살과 뼈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손홍규 (소설가) 도 “장마리 작가가 되살려낸 벌목장의 풍경은 근사하다 못해 지독할 정도여서 현실 너머의 또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사나운 시베리아의 밀림으로 모여든 젊은이들. 그들은 운명처럼 실패하지만 그 자리에서 새로운 우정이 태어난다.”라며 이 우정이야말로 “아름답지만 실패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는 서늘한 진실 앞에서 오래도록 눈이 부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수 독후감][북리뷰] 장마리 『시베리아의 이방인들』 아프니까 청춘이다

대량 구매하기 위해 만나러 간다는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마리 작가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짧고 강렬하게 시작합니다. ​ △소설 <시베리아 이방인들>의 첫 문장 (출처=오소현 기자) ​ 띤다에 들어서자 드문드문 존재하던 마을이 사라졌다. 빅토르가 운전하는 카마즈의 불빛만 어둠 속을 밝히고 있었다...통일부 공식 블로그 블로그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