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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화성의 시간:유영민

Bawoo 2022. 8. 1. 16:21
화성의 시간: 유영민 | 자음과모음 | 2021.10.29

[소감] 요즈음  일본 추리소설을 틈틈이 읽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엄밀히 말하면 반감이다. 반일 성향이 강한 내 성격상-으로 우리 소설을 찾아 읽고 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최근에 읽은 작품이 소실점:김희재 ., ,굿잡:저자 해원 ,, 메이드 인 강남,기억의 문: 주원규이다. 그러나 내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재미는 있으나 소재의 비현실성 때문이었다.

문학 작품은 오락 영화와는 달리 뭔가 사회에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에 안 맞아서인데 그래도 끝까지 다 읽어낼 정도로 가독성 면에선 뛰어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안 그랬다. 가독성 면에서도 위에 소개한 작품에 전혀 안 뒤지면서도 던져주는 메시지, 문장의 완성도 면에서 작가가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옥에 티라면 활자가 작은 탓에 읽기가 꺼려졌다는 점인데 이 점도 작품의 매력에 빠진 탓에 극복하여 읽어냈다. 뭐 더 작은 크기의 활자로 나왔다면 어쩔 수 없이 포기했겠지만 다행히 인내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이렇게 활자가 작게 나오는 책은 우리나라 문학 작품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지질의 등급을 좀 낮추더라도 활자는 좀 크면 좋겠다. 그러면 제작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나 젊은 10, 20대 초반 시절에 나온 문학 작품들은 거의 신문용지(갱지) 였지만 지질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활자 크기에 신경 쓸 나이가 아닌 젊은 시절이어서 모조지로 나온 책이 더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지질보다는 활자 크기가 더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노년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몇몇 출판사에 전화해서 활자 좀 크게 해서 출판하라고 그래봤지만 개선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출판사 스스로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작품에 관한 내용은 아래 책 소개, 출판사 서평을 참고 바랍니다.

 

 

책소개

대한민국에서 실종되는 사람 연간 약 10여 만 명.
우리 주변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첫 장편소설 『오즈의 의류수거함』으로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세종도서, 문학나눔, 안산의책 등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유영민 작가가 이번에는 ‘사라진 사람’을 소재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형사를 그만두고 민간조사원으로 일하는 성환은 6년 전 사라진 문미옥의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머지않아 사망처리가 되면 그녀 앞으로 가입된 30억 원의 보험금이 남편 오두진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성환은 조사를 진행하며 주요 인물을 차례로 만나보지만, 어쩐지 그들은 능숙하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소설은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 실종된다는 사실적인 소재와 다시 나타난 실종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전략을 통해 독자를 보다 현실적이며 공감 가는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는 반전도 놀랍지만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감정 묘사 또한 탁월하다.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모으는 치밀한 구성, 설득력 있는 사건과 수사 과정,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반전이 적절히 녹아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묵직한 통찰력이 빛나는 작품이다.[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부부 싸움을 자주 했나요”
“아니라오. 도리어 없는 게 문제였지.”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노인은 덧붙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판 남남끼리 한집에 살았던 거였어.”
홍보 대행사의 안경이 오두진 부부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고 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 이 노인은 그 정도를 넘어 아예 전
혀 애정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적지 않은 충격 속에서 성
환은 입을 열었다.
“방금 남편과 아내가 겉으로 사이가 좋은 척했다고 말씀하셨
는데, 그건 일종의 연기를 했다는 뜻인가요? 배우처럼 말입니다.”
고요한 표정으로 노인은 대답했다.
“맞아요. 그들은 연기를 했어요.”
-126쪽

그의 몸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결핍과 공허의 냄새…….
여태껏 품고 있던 강렬한 의문의 답을 알게 된 성환은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는 그 이유가 자신이 오두진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결핍과 공허를 채우는 무언가가 오두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은 존재했으나 사라진 것이었다. 쓴침을 삼키며 성환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입 속으로 되뇌었다. 결핍은 파멸을 부른다.-255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