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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장강 황하 편:김성곤

Bawoo 2022. 7. 30. 15:12

 

김성곤의 중국한시기행: 장강 황하 편

저자 김성곤 | 김영사 | 2021.3.9

[소감]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중국. 이 중국에 대하여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에 이 책은 저자가 여행한 지역의 역사와 관련 한시를 알게 해주는 양서이다. 후속각이 기다려진다.

한시와 중국 고사(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복습하려는 분에게 추천.

 

[참고]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있다.

[세계테마기행] 중국 한시 기행[동영상 64개]

 

[책소개]

〈EBS 세계테마기행〉에 9년여 동안 출연하며 유머를 곁들인 깊이 있는 해설로 찬사를 받아온 김성곤 교수의 중국한시기행 첫 번째 이야기, 장강ㆍ황하 편.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뛰어난 입담, 노래하듯 시를 읊는 ‘음송’으로 한시를 대중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김성곤 교수가 한시를 중국 여행과 접목해 장강과 황하를 따라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학, 고사와 풍습을 전한다. 소동파 〈적벽부〉, 두보 〈망악〉, 이백 〈장진주〉 등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 시인들의 대표작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 외에도, 역사 속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여행 에피소드를 담아 책의 풍성함을 더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김성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두보, 이백, 도연명 등의 중국 문학 외에도 공맹과 노장을 비롯한 동양사상, 《사기》 《한서》 등 사서까지 근 30년간 한결같이 인문고전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물을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저술과 방송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정본완역 두보전집》의 역해 작업에 참여했고, 《리더의 옥편》 외에 《중국 인문 기행》 《중국명시감상》 《중국명문감상》(공저) 등을 썼다.
2011년부터 9년여 동안 EBS 〈세계테마기행-중국한시기행〉에 출연해 유머를 곁들인 깊이 있는 해설로 찬사를 받았으며, EBS 전체 프로그램 출연자 가운데 한 해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EBS 방송대상’ 출연자상을 받았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머리말

1부 장강

1장 사천성
1. 끝내 돌아가지 못한 시선의 고향 - 강유 청련진
2. 시성 두보의 호우시절 - 성도 두보초당
3.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소동파의 고향 - 미산
4. 만리장강의 첫 포구 마을 - 이장고진
5. 대숲에 이는 시인의 휘파람 - 의빈 촉남죽해

2장 장강삼협
1. 슬픔의 성, 환희의 성 - 중경 백제성
2. 머리는 운양에 몸은 낭중에 - 운양 장비묘
3. 신녀봉에 내리는 저녁 비 - 장강삼협

3장 호남성
1. 산수화 속을 노닐다 - 장가계
2. 복사꽃 물결 따라 찾아가는 세상 밖의 땅 - 도원
3. 여신의 눈물과 시인의 탄식, 그리고 옛사람의 우환 - 동정호 악양루

4장 호북성
1. 시선 이백의 각필 굴욕 역사 현장 - 무한 황학루
2. 소동파가 청풍과 명월을 따라 노닐던 땅 - 황강 동파적벽

5장 강서성
1. 동파의 담장 낙서로 명찰이 된 절 - 여산 서림사
2. 국화 따며 산노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을 - 여산 도연명기념관
3. 비류직하삼천척 - 여산폭포
4. 학문의 향기가 감도는 강마을 - 상요 무원고진

6장 강소성1 - 초한지
1. 오강 나루터에 울리는 영웅의 마지막 절규 - 오강진 패왕사
2. 우희야 우희야, 내 너를 어찌하랴 - 영벽 우미인 무덤
3. 고향에 돌아와 승리의 찬가를 부르다 - 유방 〈대풍가〉
4. 무례한 노인과 예의 바른 청년의 조우 - 고비 이교
5. 밥 한 끼를 천금으로 되갚은 영웅의 고향 - 회안 한신고리

7장 강소성2 - 양자강
1. 용이 서리고 호랑이가 웅크린 제왕의 도시 - 남경
2. 젓대 소리 그윽한 달빛 도시 - 양주
3. 바다로 가는 장강을 전송하다 - 숭명도 장강구

2부 황하

1장 황하원
1. 은하수 흘러내리는 초원 - 구곡황하제일만
2. 아기 황하의 말간 얼굴을 찾아서 - 마둬 황하원

2장 청해성
1. 여름 도시와 막 튀겨낸 산자 - 서녕
2. 푸른 바다의 이름표를 붙인 호수 - 청해호
3. 평화의 치맛자락으로 닦은 길 - 일월산 당번고도

3장 감숙성
1. 구름 깊은 적석산에 피는 부처님 미소를 찾아 - 병령사
2. 황하가 가슴 한복판을 흐르는 도시 - 난주
3. 황하를 따라가며 만난 첫 번째 고촌 - 청성고진
4. 세상 밖 세상에서 만나는 거대한 청록산수도 - 황하석림

4장 영하회족자치구
1. 사막에 흐르는 강 - 사파두
2. 사라진 문명 서하 왕조의 아름답고 쓸쓸한 도시 - 은천

5장 내몽고자치구
1. 홀로 푸른 무덤으로 남아 황혼 속에 있네 - 후허하오터 왕소군 무덤
2. 변방의 옛 거리에서 술잔을 던지다 - 새상노가
3. 황하가 장성과 만나는 상서로운 땅 - 노우만

6장 산서성
1. 호랑이가 포효하고 용이 우는 포구 마을 - 적구진
2. 둥?의 미학 - 천하황하제일만
3. 빗속에 찾아가는 살구꽃 마을 - 분양 행화촌
4. 강태공의 딸이 모셔진 오래된 사당 - 태원 진사
5. 천하를 휘저었던 진상의 요람 - 평요고성
6. 한식절 풍습의 기원을 찾아서 - 면산
7.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 임분 요도
8. 관우가 굽어보는 소금 호수에서 부르는 남풍가 - 운성

7장 섬서성1 - 한성
1. 황하와 함께 부른 격정의 노래, 〈장진주〉 - 호구폭포
2. 용문을 넘어 용이 된 황하의 잉어들 - 용문
3. 막힌 곳을 찾아 13년, 소통의 달인 ‘우’ 이야기 - 대우묘
4. 글자를 태우는 마을 - 당가촌

8장 섬서성2 - 화산
1. 종시 알 수 없는 글자로 만든 국수 - ??멘
2. 연꽃이 피는 봉우리에서 듣는 기러기 울음소리 - 서봉, 남봉
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원 - 동봉 하기정
4. 화산, 사랑의 성지가 되다 - 소사와 농옥의 옥녀봉
5. 푸른 용의 등줄기를 오르다 - 창룡령

9장 하남성1 - 낙양
1. 시 왕국의 아침을 깨우는 고고지성 - 공의 두보고리
2. 측천무후의 얼굴로 빚은 노사나대불 - 용문석굴
3. 다음 생에는 이곳 절의 중이 될까 - 백거이의 향산사

10장 하남성2 - 숭산
1. 유불도가 번갈아 차지한 최고의 길지 - 숭양서원
2. 9년 면벽수도의 달마대사, 선과 무를 합치다 - 소림사
3. 그리운 동생도 오고 고향에 계신 부친도 오시고 - 삼소묘

11장 하남성3 - 정주, 왕옥산, 제원
1. 오백 년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백가성 - 황제고리
2. 우공 가족의 불굴의 삽질에 사라질 뻔했던 산 - 왕옥산
3. 장강만 삼협이냐 황하도 삼협이 있다 - 하남제원황하삼협
4. 황제의 스승을 배출한 진씨 가문의 북방 제일 대저택 - 황성상부

12장 하남성4 - 개봉
1. 작두를 대령하라! - 판관 포청천의 개봉부
2. 법불아귀, 법은 부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 포공사
3. 송나라 시절의 개봉 거리를 걷다 - 청명상하원

13장 하남성5 - 위휘, 학벽, 태항산
1. 곧은 바늘로 천하를 낚은 강태공의 고향 - 위휘
2. 학을 사랑하다 백성 잃은 어리석은 군주의 도시 - 학벽
3. 험산준령 태항산 구절양장 인생길 - 태항산 왕망령

14장 산동성1 - 제녕, 곡부
1. 이태백이 한 말 술로 자연과 합일의 경지를 보인 주막 - 제녕 태백루
2. 옛 뜰에 울리는 공자의 음성, 아들아 시를 공부하거라 - 곡부
3. 공자님을 따라 동산으로 놀러가다 - 몽산

15장 산동성2 - 태산, 제남
1. 언젠가 태산 꼭대기 올라 자그만 봉우리들을 굽어보리라 - 태산
2. 샘물의 도시에서 마음을 씻다 - 제남
3. 옛 거리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 - 치박
4. 바다로 가는 황하에게 적어 보내는 이별시 - 황하구

여행 일정
사진 출처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이 시를 읽다 보면 시어 사이사이 깊게 스며 있는 늙은 시인의 고독과 그리움에 절로 깊은 동정이 인다. 때를 만나지 못해 불우한 삶을 살았던 수많은 지식인, 난리 통에 떠난 고향을 절절히 그리워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수많은 사람이 이 시를 읽으며 시인과 함께 울었을 것이다. 이 시에는 슬픔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바로 이 시의 풍격으로 말해지는 ‘비장미悲壯美’에 그 답이 있다. 역대 수많은 평자는 이 작품을 비장미를 가장 잘 구현한 시로 평가했다. 슬프면서도 장엄하다. 슬픔과 장엄함의 이중주다. 장엄함 때문에 슬픔에는 강한 힘이 스민다. 바로 이 강한 힘이 실린 장엄한 슬픔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우리 안의 슬픔을 위로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구당협에서 불어오는 찬 가을 바람을 맞으며 두보의 〈등고〉를 음송하다 보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지만 가슴 한편에 호연한 기상이 쌓이는 듯 뜨거움이 일렁인다. _43-44쪽

청풍과 명월이라는 조물주가 허락한 무진한 보배를 누리는 삶은 결코 누추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늘 결핍과 불만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동파는 가난하고 자유롭지 못한 유배지의 궁핍한 환경 속에서도 풍요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달빛 밝은 어느 날 밤, 황주에 있는 승천사라는 절을 찾아가 노닌 〈기승천사야유〉라는 짧은 글은 동파의 맑은 행복의 진수를 보여준다. _90쪽

이백의 가슴을 거칠게 흘러들어가는 강물이 하필 황하였을까? 아마 탁한 물결로 거칠게 흘러가는 황하가 시인의 가슴속에서 거칠게 솟구쳐 오르는 시대와 세상을 향한 분노와 원망을 표현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백의 많은 작품 중에서 회재불우의 격한 감정을 토로한 작품 속에는 황하가 자주 등장한다. 소와 양을 잡아 삼백 잔을 마셔서 만고의 근심을 씻어버리겠다고 울부짖던 〈장진주將進酒〉에도, 칼을 빼어 들고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던 〈행로난行路難〉에도 황하는 어김없이 작품 한복판을 흘러간다. 어쩌면 이백의 행운유수行雲流水, 만마분등萬馬奔騰의 거침없는 필세는 황하의 강물이 그의 울적한 가슴을 관통하여 흘러가며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_209-210쪽

참으로 길고 신산한 하루의 여정이었으니, 이 모든 것이 중국을 너무 쉽게 본 탓이었다는 자책이 들었다. 비단길을 탐사했을 때나 황하 상류 지역을 여행했을 때에는 길이 험하고 여건이 불비함을 감안하여 매번 신중하게 진퇴를 결정했었다. 밤에는 되도록 길을 나서지 않았고 기름은 미리 충분하게 준비했었다. 그런데 황하 중류 지역을 탐사하는 이번 여행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도로 사정이 좋아 어디든 빠르고 쉽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행에게 호언장담한 게 화근이었다. 진섬대협곡이 이어지는 산서 서북부 지역은 여전히 변방 지역이었음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인생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냐?”라는 명대사가 떠올라서 일행을 향해 사죄했다. “제가 중국을 너무 쉽게 본 탓입니다. _249-250쪽

절벽 중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발끝으로 한참을 디딜 곳을 찾아야 하니 그 아찔함은 장공잔도를 넘어선다. 역시 안전띠를 조끼처럼 차고 고리 달린 줄을 차례로 연결하면서 내려간다. 안전띠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내 짧은 다리가 허공을 허둥대면 이마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 무모한 길을 가자고 제안한 일행을 원망하기도 하고, 제발 험한 곳은 피해 다니라고 신신당부하던 집안 누님의 걱정스런 얼굴도 떠올리며 가까스로 험로를 벗어나 박대 하기정에 도착했다. 하기정의 풍경은 그 험로의 수고를 단박에 씻어주었으니 이런 풍경이 세상에 있을까 싶었다. 깊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봉을 비롯한 주변의 수려한 산봉우리들이 무슨 보물인 양 빙 둘러 박대를 옹위하고 있다. 그 봉우리 하기정 돌의자에 턱하니 앉아 사방을 둘러보는데 이 대단한 풍경의 주인이 바로 나 자신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 가슴이 뜨거워진다. _319쪽

황하가 이제 그 먼 여정을 다하고 더 큰 어머니 바다의 품속으로 돌아간다. 술 한 잔 강물에 따르고 며칠 전부터 준비한 송별시 한 수를 강가 모래밭에 적었다.
본시 천상의 물이었으니
응당 하늘 밖 하늘로 돌아가는 것
높은 초원에 아홉 구비로 아름다웠던 그대
대협곡에서는 만 마리 용으로 내달렸었지
함께 마시던 옛 나루터의 밤
손잡고 바라보던 둥근 지는 해
그대 어느 마을 지체하며 흘러가시는가
웃음소리 꿈속에 아득히 이어지는데
- 김성곤, 〈송황하送黃河〉〉 _442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EBS 세계테마기행〉 명불허전 가이드
노래하듯 시 읊는 ‘음송吟誦’ 중문학자
김성곤 교수와 함께 떠나는 고품격 한시 로드!

한시를 벗 삼아 천하제일경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

〈EBS 세계테마기행〉에 9년여 동안 출연하며 유머를 곁들인 깊이 있는 해설로 찬사를 받아온 김성곤 교수의 중국한시기행 첫 번째 이야기, 장강ㆍ황하 편이 출간되었다. 김성곤 교수는 한시를 비롯한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흡인력 있고 유쾌한 설명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중국식 성조에 가락을 넣어 노래하듯 시를 읊는 ‘음송吟誦’과 뛰어난 입담으로 한시를 재미있게 전하며 한시의 대중화에 일조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EBS 방송대상’ 출연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한시를 여행과 접목해 장강과 황하를 따라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학, 고사와 풍습을 독자에게 전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그의 중국 여행 중에서 사천성, 강서성 등 장강 유역을 1부로, 감숙성, 섬서성, 하남성 등지의 황하 유역을 2부로 엮었다. 소동파의 〈적벽부〉, 두보의 〈망악〉, 이백의 〈장진주〉 등 중국 최고 시인들의 대표작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 외에도, 역사 속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여행 에피소드를 담아 책의 풍성함을 더했다.

중국 문명의 요람이자 모친하母親河,
장강과 황하를 따라 펼쳐지는
광활하고 수려한 풍경
옛 시인들이 아름다운 자연에 기대어 시를 완성했듯이 이제는 자연이 시인들의 시를 빌려 옛 영화를 전한다. 유장한 물결 따라 시인의 숨결 찾아 떠나는 한시기행의 첫 번째 여정인 장강은 민강의 탁한 물과 금사강의 맑은 물이 만나 동쪽으로 수천 리 흘러가는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이다. 소동파는 드넓게 펼쳐진 장강을 보며 그의 최고 작품 〈적벽부〉를 남겼다. “오직 강 위에 불어가는 맑은 바람과/산 사이에 뜨는 밝은 달은/귀로 들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눈으로 보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네(90쪽).” 장강을 따라가는 1부에서는 현대판 무릉도원이라 불리며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기로 이름난 관광지 ‘장가계’, 수많은 고승과 묵객이 찾아 시의 산으로 불리며 폭포천이 유명한 ‘여산’, 날렵한 처마가 층층이 포개 있고 산 정상에 우뚝 솟아 호연한 기상이 느껴지는 ‘황학루’ 등지를 두루 답파한다.
황하는 또 어떠한가. 중국문명의 발상지이자 중국을 동서로 관통하는 강으로, 중국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으로 여겨진다. 황하의 물결을 따라가면 황톳빛 강물과 용솟음치는 대협곡, 광활한 평원이 연이어 펼쳐지는데, 저자는 이 황하의 풍경구를 보고 있노라면 이백의 〈장진주〉가 절로 터져 나온다고 말한다. “그대 보지 못하는가/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흘러내리는 것을(294쪽).” 이 황하를 따라 2부에서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바위 숲을 이룬 ‘황하석림’, 중국의 4대석굴로 꼽히며 절벽에 웅장하게 조성된 ‘용문석굴’, 두보의 대표작 〈망악〉의 배경으로 광활한 풍경구를 자랑하는 ‘태산’ 등 천혜의 비경을 찾아간다.

이백, 두보, 소동파, 도연명…
중국 최고 시인들의 대표작들에 대한
깊이 있고 흥미진진한 해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한시에 대한 김성곤 교수의 흡인력 있는 해설이다. 김성곤 교수 특유의 구성진 입담으로 옛 시인들의 작품과 삶의 면모를 쉽게 풀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한시는 고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은 사라지고 어릴 적 옛이야기를 듣듯 흥미진진한 설명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한시는 대체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이백, 두보, 도연명, 소동파 작품을 위주로 골랐으며, 여행길에 지은 저자의 자작시들도 덧붙여 그 흥취를 더했다. 칼을 빼어들고 자신을 몰라주는 세상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던 이백의 〈행로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찾아가는 소동파의 〈적벽부〉, 한평생 부귀영화를 떠나 진실하고 소박한 삶을 그린 도연명의 〈음주〉 등 90여 편의 시와 20여 편의 산문이 소개된다.

태산은 대저 어떠한가
제齊와 노魯에 걸쳐 푸름이 끝이 없구나
조물주는 신령하고 수려한 봉우리를 모았고
산의 남북은 어둠과 새벽을 갈랐다
씻긴 가슴에 높은 구름 피어오르고
터질 듯한 눈자위로 돌아가는 새들 들어온다
언젠가 저 산꼭대기에 올라
자그마한 산봉우리들을 한번 굽어보리라
두보, 〈망악望嶽〉

“태산 봉우리들 사이로 피어오르는 흰구름처럼 가슴에도 새로운 열망이 솟아오른다. 눈자위가 터질 듯 결기 어린 눈으로 태산 꼭대기를 바라보면서 세상을 향해 외친다. “언젠가는 태산 꼭대기에 올라 자그마한 뭇 봉우리들을 굽어볼 것이다!” 산길을 오르며 끝없이 올려다보았던 높고 수려한 봉우리들조차 태산 꼭대기에 서 있는 내 발아래 작게 엎드릴 것이다. 세상에 지존한 존재로 우뚝 설 것이라는 야무진 꿈을 선포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선포대로 두보는 시의 나라, 시의 영토에서 지존한 존재인 시성 詩聖이 되었다. 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너도나도 이 구절을 읊어대니 1,300년 전, 이곳 태산에 올라 호기롭게 외쳤던 두보의 음성이 아직도 태산을 감돌고 있는 셈이다(430-431쪽).”

역사와 전설 속 영웅호걸과 인물들의 일화,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다채로운 향토 음식
시인들 외에도 역사와 전설 속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장쾌한 여정이 이어진다. 가령 6장 강소성에서는 오강진에 조성된 항우의 사당 패왕사(120쪽), 밥 한 끼를 천금으로 되갚은 한신과 표모의 유적 한신고리(140쪽) 등 〈초한지〉 인물들과 관련된 고적을 유람하며 그 일화를 소개한다. 또한 글자가 달라도 발음이 유사하면 뜻을 공유하는 중국의 독특한 문화인 ‘해음문화’(361쪽)와 우리가 중국인을 낮춰 부를 때 사용하지만 실은 돈을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장궤’라는 말에서 비롯된 ‘짱깨’(264쪽), 용문 밑 협곡에서 용이 된 잉어는 일 년에 수천 마리 중 72마리뿐이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등용문’(296쪽) 등 널리 쓰이는 말들의 어원도 함께 전하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힌다.
또한 각 지역의 다양한 향토 음식과 현지 주민과의 웃음 만발한 에피소드를 소개해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공중으로 들어 올려 몇 차례 빙빙 돌려 휘감아 먹는 얇은 수육 ‘리?바이러우’(29쪽), 큼직한 밀가루 반죽을 채칼로 빠르게 썰어내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는 ‘도삭면’(264쪽), 튀긴 잉어 위에 새콤한 소스와 튀김 면을 얹은 ‘리위뻬이멘’(382쪽) 등이 등장한다.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이 ??멘을 먹을 때는 섬서성 사람들처럼 접시를 손에 들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먹어야 제맛이 난다며 시범을 보여준다. 말 잘 듣는 학생을 만나 신이 난 이 양반은 이번엔 생마늘 한 쪽을 가져와서는 마늘을 함께 먹어야 맛있다면서 직접 까서 면 그릇에 던져준다. 그들이 하는 대로 마늘 한 쪽을 통째로 먹었다가 얼마나 매웠는지 눈물이 쏙 빠졌을 정도였다. 이런 어설픈 내 모습에 다들 가가대소하며 조그만 면집에 활기가 가득 넘쳤다(309쪽).”

여행은 물론이고 집 밖에 나서기조차 쉽지 않은 요즘, 탄성을 자아내는 절경과 책에 그득한 풍성한 이야기가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준다. 옛 사람들의 아득한 사연, 호방한 기상과 풍류를 두루 함께 맛보며 책을 한달음에 읽은 독자 중에 아마도 후속작 출간을 기다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출
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