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일(오늘의 젊은 작가 37)(양장본 Hardcover)
[소감] 요즘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빠져들려고 하는 건 아니고 지일 차원에서 일본 작가들은 과연 어떻게 글을 쓰는가 궁금해서이다. 이제 어느 정도 읽어 슬슬 식상(?)해지는 단계인데 그렇다면 우리 작가들은 이 매력적인 장르를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궁금했다. 아무리 시장이 좁아 들이는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실질적 소득이 별로 없어 창작 의욕을 감소시킬지라도 이것 이전에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되는 하고 싶은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분명 꾸준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런 와중에 발견, 도서관에 구입해달라고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결과는 대박. 꽤 많은 분량의 작품인데도 몰입감이 최고였다. 특히 경찰을 제외한 등장인물 전체가 입체감 있게 살아있는 게 좋았다.
많은 작품이 주인공 외 몇 명을 빼면 그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아 뭔가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안 그랬다.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추.^^
[책 소개: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의 실종, 납치, 외도 및 살인 의혹, 자살 기도 등 이어질 사건을 한 발짝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전개되는 충격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진실에 다가서는 정희와 아내의 자살 이후 남겨진 미스테리한 진실을 추적하는 철식의 연합 라인은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비극의 듀오이자 절망의 하모니다. 나쁜 일 뒤에 더 나쁜 일, 이윽고 가장 나쁜 일이 연쇄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물질주의와 물신주의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3년 전 아들을 떠나보낸 뒤 우울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정희에게 또 한번 시련이 찾아온다. 남편 성훈이 실종된 것이다. 그것도 정희가 보는 앞에서. 황망함도 잠시, 한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았던 정희는 어느 때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 남편의 행방을 쫓는다. 한편 철식의 삶은 3년 전 아내가 한강에 투신한 날에 멈춰 있다. 인민군 장교 출신의 냉정한 성격이었던 철식은 누가 봐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목격자와 타살의 증거를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아내가 죽던 날 밤 현장에 의문의 남성 김성훈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정희와 철식의 추적이 한곳으로 모이며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나는데… 그러나 이들은 아직 모른다. 이것은 끝이 아니며, 가장 나쁜 일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일들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출판사서평
■ 정희의 절망: “남편이 이틀째 연락이 안 돼요.”
정희는 1092일 전, 46개월 12일을 산 아들 경준을 잃었다. 아이는 2년 넘게 병원에 있다 세상을 떠났다. 죽음으로부터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희와 남편의 관계 역시 멀어지고 어색해진다. 어두운 사람을 반기는 조직은 없다. 불행한 사람은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 살아가기 위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스로를 억누르며 생활하는 정희의 마음은 점점 더 병들어 가고, 병든 정희에게는 이제 슬픔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 신경안정제에 취해 있는 둔하고 게으른 여자, 머릿속에 들어찬 건 자기 연민뿐으로, 조금이라도 복잡한 생각을 하면 금세 호흡을 놓쳐 버리는 나약한 인간. 그러나 남편의 실종과 이후 남편과 연관되어 드러나는 미스테리한 정황들 속에서 드러나는 건 어둠 속에서 지내 온 사람 특유의 촉수와 끈기다. 정희는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헤아릴 길 없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가라앉지 않는다. 정희에게 진실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두려운 건 모르는 진실을 마음속에서 키워 나가며 스스로를 지옥에 남겨 두는 것일 뿐.
■ 철식의 분노: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을 포기한 것과 더 나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누군가 철식을 본다면 무덤에서 반쯤 썩다 나온 사람이라 할 것이다.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 경계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은 남자. 철식은 북한의 성실한 군인이자 당원이었다. 그런 그가 왜 하루아침에 관리소의 수감 대상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철식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관리소를 새로 지으면서 수감 대상이 필요했다는 말도 있고, 새 수령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그가 선 밖으로 나온 탓이라는 말도 있으나, 어느 쪽도 명확한 답은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수용소로 이주한 록혜는 배고픔 때문에 쥐를 잡아 뼈까지 씹어 먹고 죽은 사람의 옷을 벗겨 입으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수용소를 탈출했다. 탈북에 성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저쪽 일은 다 잊고 이쪽에서 새 삶을 살고자 한다. 특히 록혜는 하루하도 더 빨리 이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런 록혜가 자살이라니, 더욱이 함께 있었던 남자라니, 철식은 방향을 잃은 분노를 ‘그 남자’를 죽이는 데 모아 보지만 남자를 만나자 모든 것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 영호의 꿈: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OECD 국가 중 11년째 자살률 1위. 영호는 이 경이로운 통계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아서 밀러의 희곡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영호에게 영감을 준 아름다운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발표됐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업 사원으로, 풍요의 시대에는 팔 수 있는 것이 넘쳐났으므로 그의 비즈니스도 활황이었다. 그러나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불황의 시대가 오자 더 이상 팔 수 있는 것이 사라지고 그의 가치도 떨어져 간다. 더 이상 무엇도 팔 수 없을 때 인간은 자기 자신마저 팔고자 하지만, 그러자면 상품화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이 발표된 시점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잔인함은 더 정교하고 잔혹하게 ‘진화’해 가며 절박한 인간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영호는 그 덜미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이 생각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서 밀러가 그린 시대가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면 김보현이 그린 현재는 죽음을 세일즈하는 시대다. 죽음의 세일즈맨, 영호의 꿈이 거기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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