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시간:저자 김이정 | 실천문학사 | 2015.9.8.
[소감]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난 일제강점기-식민통치-는 한반도에 또 다른 비극을 안겨 주었다. 38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분단되고 강점기 시절 항일운동을 사회주의(공산주의) 이념을 가지고 한 사람들과 친일을 하면서 호의호식하며 지내던 사람들과의 대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결과는 서로 죽이고 죽는 비국이 일어났고 남쪽에서는 친일 반공주의자들이 득세하고 북에는 공산당 일당 독재정권이 들어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남쪽 출신 사회주의자(공산주의자)들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북의 체제를 동경(?)하여 북으로 갔던 사람들 중 일부는 실망하여 남으로 다시 내려왔으나 군사독재정권의 의도적인 반공 정책 때문에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삶을 살 수밖에 없게. 이 작품은 그런 사람 중 한 명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아래 책소개 글을 보니 작가와 작가 아버지의 이야기인 모양이다. 작품은 아버지가 환갑이 된 나이에 뇌출혈로 사망하고 대학에 가려던 오빠가 가장이 되어 엄마와 작가 포함 두 동생을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가족 이야기는 일단 끝나고 시간을 건너 뛰어-30년- 작가가 된 화자-지형이라는 이름-가 남북작가대회의 일원으로 방북하여 이복 오빠와 큰어머니가 사는 곳을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도 전해질 수 없을 편지를 쓰고 난 뒤 호텔 창밖을 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활자가 작아 읽는 데 부담이 약간 있었는데 읽기 시작하면서 밤을 새워 끝까지 읽게 될 정도로 가독성까지 뛰어난 수작이었다. 뭐 그래서 공모전에서 당선작이 되었겠지만.^^
* 자세한 해설은 아래 출판사 책소개 글을 참고바랍니다.
[책소개]
김이정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와 아버지의 자전적 소설인 『유령의 시간』. 전쟁 시기, 사회주의자로 수배된 이섭은 자기 대신 감옥에 갇혀 소식이 끊긴 부인과 갓난아이, 형님에게 맡겨놓은 두 아들을 20년 넘도록 기다리고 있다. 막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되지 못한 나라에서 30년을, 해방 후에는 북에 가족을 두고 이산가족으로 30년을 산 자신의 삶이 한없이 서글퍼졌다. 해방 30주년을 맞는 광복절 아침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 이섭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공포와 억압의 손아귀를 떨쳐버리지 못한 그는 돌연 뇌출혈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낡은 책상에는 스물두 장 셋째 줄까지 쓴 미완의 자서전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죽고 30년 가까이 되던 어느 날, 지형은 아버지의 두 아들이 북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북작가대회의 일원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안부 편지를 보내며 ‘아버지는 평생 당신들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적는다. 하지만 편지가 그들 손에 전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며칠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그녀는 호텔 창밖을 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비명을 지른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죽도록 잊고 싶은 기억과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
남과 북 모두에서 잊혀진 한 남자 이야기
“어쩌면 아버지는 유령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땅 어디서도 존재하지 못했던 유령”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이정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와 아버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유령의 시간』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껍질 속 북한의 현실을 보고 다시 남으로 내려온 남자와 그를 쫓아 뒤늦게 북으로 간 아내. 휴전선이 가로막아 가족을 품에 안을 수 없게 된 남자는 재혼해 사남매를 낳도록 전 부인을 호적에서 지우지 못하고 옛 가족과 새 가족 사이에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남한 사회는 그를 사회안전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 가두어 인간다운 삶을 앗아가버렸다. 아내와 두 아들이 간첩으로라도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던 남자는 사망하기 얼마 전부터 자신의 일생을 기록하기 시작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세월이 흐른 후 그의 딸은 아버지의 헤어진 부인과 두 아들이 북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1975년에 멈추어버린 아버지의 일기장을 꺼내 미완의 자서전을 완성한다.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북의 오빠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안부 편지에 ‘아버지는 평생 당신들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적는다.
“이 세상 모든 잠든 것들아, 어서 깨어나 나를 보아라.”
삶을 부정당한 한 인간의 기록
누군가 잠행을 계획했다면 더없이 좋을 새벽, 남자는 인적 없는 바닷가를 거닌다. 전쟁 시기, 사회주의자로 수배된 이섭은 자기 대신 감옥에 갇혀 소식이 끊긴 부인과 갓난아이, 형님에게 맡겨놓은 두 아들을 20년 넘도록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쟁 중 신념을 좇아 월북한 그는 막상 눈앞에 펼쳐진 북한의 현실을 보고 자신이 꿈꾸던 이상사회가 아님을 깨닫고는 목숨을 걸고 가족이 있는 남한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사이 같이 사회주의운동을 하던 형님 가족과 함께 월북한 두 아들과 길이 엇갈려버렸다. 재혼해 사남매를 낳도록 전 부인을 호적에서 지우지 못하고 옛 가족과 새 가족 사이에서 그리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섭은 “분단과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정권을 안정시키고 연장하는 데만 이용해버린 남북의 정권”들이 보이는 기만의 제스처에 더 이상 헛된 기대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972년의 정치 이벤트는 어느새 옛이야기가 돼버렸고, 정세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섭은 사회안전법 전문이 실린 신문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한여름인데도 오한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억센 손아귀가 목덜미를 꽉 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되지 못한 나라에서 30년을, 해방 후에는 북에 가족을 두고 이산가족으로 30년을 산 자신의 삶이 한없이 서글퍼졌다.
정치가 인간을 삼켜버린 유령의 시간
끝나지 않는 슬픔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오랜 세월 이어진 남북 긴장 관계는 한반도를 지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겨두었다. 해방 70년을 맞이한 2015년에도 여전히 악화일로를 치닫는 분단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간혹 보이는 남북의 화해 제스처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가장 인도적인 행위’마저도 ‘가장 정치적인 사건’으로 전락시켜버렸다. 그때마다 기댈 곳 없는 이산가족은 산산조각 난 희망을 가슴에 부여안고 하염없이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1970년대 초반 처음으로 남과 북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서 만나 ‘남북한, 자주 평화 통일 원칙 합의. 서울 평양서 4반세기 첫 정치 협상. 7개항의 공동성명 동시 발표’라고 신문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한 남북 회담을 했지만 정기적으로 추진하자던 이산가족 상봉은 이후 수시로 연기됐고, 오히려 유신체제라는 엄혹한 정치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섭은 이 땅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만도 숨이 막혔다. 연좌제에 걸려 본인은 물론 사촌의 자식들까지 공직에 나가지 못했다. 10월 유신이 단행되고 계엄과 긴급조치가 번갈아 거리를 점령했으며, 사회안전법이 공포되자 20년간 어렵사리 일군 삶이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듯했다. 사상범을 재판도 없이 재수감할 수 있는 괴물 같은 법령이 남한 사회에서 활개 치자 더 이상 발 붙여 살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이섭은 해방 30주년을 맞는 광복절 아침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자신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공포와 억압의 손아귀를 떨쳐버리지 못한 그는 돌연 뇌출혈로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는 2015년……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는다.’
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그의 낡은 책상에는 스물두 장 셋째 줄까지 쓴 미완의 자서전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죽고 30년 가까이 되던 어느 날, 지형은 아버지의 두 아들이 북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남북작가대회의 일원으로 방북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안부 편지를 보내며 ‘아버지는 평생 당신들을 그리워했습니다’라고 적는다. 하지만 편지가 그들 손에 전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며칠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그녀는 호텔 창밖을 보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비명을 지른다. 오래전 아버지의 책상 서랍에는 1972년 어느 날의 신문이 들어 있었다. 신문의 1면은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여기는 평양…… 가랑비가 오고 있다.’
아버지 이섭과 딸 지형의 시점이 번갈아 교차되는 이 소설은 못다 쓴 아버지의 자서전이자 딸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국가의 대결이 만든 비극을 개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불행한 남북 이산가족에게 이데올로기의 격랑이 안긴 참혹한 상처는 지금도 곪아터지고 있다. 휴전 60년이 넘도록 남과 북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들, 끊임없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 그들의 운명이 잃어버린 가족과 자식들에게도 되풀이되고 있다. 싸운 시간보다 더 고통스러운 휴전의 시간이 계속되는 오늘날 그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창살 속에서 수형자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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