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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역사여행:임종업

Bawoo 2022. 10. 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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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종업 | 소동 | 2022.1.2.

[소감]파주는 나에게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초등(국민)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까지 여기에서 다녔다. 살기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이니 성장기 중요한 기간인 10대를 거의 다 이 파주와 함께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행정구역 상으로는 천현면, 임진면, 주내면, 파평면이 해당한다. 천현면은 법원리라는 곳에 내가 다닌 초, 중학교가 지금도 있다. 중학교 2학년 1학기까지 살았던 가야리라는 곳은 소년 시절의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초, 중 동창 한 명과 구슬치기 하면서 노느라 정신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이후 주내면 향양리라는 곳으로 이사 가서 중학교 나머지 1년 반을 다녔고 고등학교 시절엔 경의선 시발역이 있는 문산읍에서 서울까지 열차통학을 했다. 그런데도 이 지역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율곡 산소와 파주 용미리 미륵불 정도였다. 율곡 선생은 중학교 이름까지 선생 이름을 빌려지었으니까 뭐 말 할 것도 없겠다. 웃기는 건 내가 살던 향양리라는 곳에 우계 성혼 선생 묘소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거다. 율곡 선생 묘소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송충이를 잡으러 간 적도 있으면서 말이다. 향양리 마을 뒷산 너머에 잘 정리된 묘소가 있는데 이게 성혼 선생 묘소인 건 "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 1권 "란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이게 사회생활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50대 후반 쯤이었을 거다.

다니는 동네 도서관에서 파주 역사를 담은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용을 잠시 훑어보곤 이내 빌려왔다. 설사 내용이 시원찮을지라도 사진 자료만 봐도 옛 생각이 절로 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내용은 상당히 알찼다. 오히려 너무 깊이 들어가 이 분야 전문가들이 써놓은 걸 읽으면 되지 않겠나 싶은 내용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기생 홍랑 관련 이야기, 윤관 장군 묘소 관련 파평 윤 씨와 청송 심 씨간의 400여 년에 걸친 쟁송 이야기가 그랬다. 이 내용은 서두에서 밝힌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라는 책에 나와있는데 홍랑 관련 내용은 위 책보다 내용이 훨씬 깊이 들어갔다. 내 좁은 소견으론 과유불급(過猶不及:뜻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 아닌가 싶었다.

 

많은 도움이 된 건 천현면 갈곡리 성당 관련 이야기와 인조반정 공신인 장단 부사 이서와 관련된 덕진산성 이야기였다. 갈곡리는 내가 다닌 초, 중학교가 있는 법원리와 산 하나를 경계로 이웃해 있는 마을이라 초, 중 동창도 4 명이나 있던 마을인데 이리 깊은 사연이 있는 곳인 줄은 처음 알았다.

인조반정의 산실이랄 수도 있는 덕진산성 관련 이야기는 12. 12사태와 비교해 놓았는데 많은 공감이 갔다. 권력을 탐하여 반란을 일으켜 승자가 되면 권력을 향유하게 마련이지만 이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걸 새삼 일깨워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 지나치리만큼 내용을 깊게 하기보다는 소재를 좀 더 폭 넓게 취재해서 쓰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예를 들자면 지금은 거의 철수하고 없지만 내가 살았던 60년 대 그 시절에는 수도 없이 많았던 미군부대와 여기에 삶을 기댔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거. 지금 내 기억에도 생생한 데 법원리에 2, 가야리에 3, 선유리에 3, 내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향양리에도 두 곳이나 있었다. 거리가 멀어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다녔던 중 2학년 2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1년 반 동안 버스 안에서 보았던 연풍리 ㅡ세칭 용주골 ㅡ 가 있는 주내면에도 4곳이 내 등하교 권 내에 있었다. 그러니 이 지역보다 더 전방이던 지역에는 또 얼마나 많은 미군부대가 있었을 것인가. 이 미군부대에 의지하여 삶을 영위하던 가난한 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는 세상을 떴거나 80대 나이가 되어 있을 그 시절 양공주라 불린 꽃다운 나이의 아가씨들, 미군 부대에 의지하여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삶을 살았던 울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 이마저도 불가능하여 실업자로 떠돌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또 법원리와 갈곡리 사이에 있는 산의 법원리 쪽 초리골이라는 곳은 68년에 일어난 북한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 1.21 사태 - 나무위키" 의 주요 침투로이기도 했던 곳이다. 이 사건 때문에 당시 현역병들의 복무기간이 36개월로 늘어나 제대 특명을 받고도 취소되고 복무기간을 연장해야 했던 가슴 쓰린 일을 겪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기도 했다. 뭐 71년 말에 입대한 나도 그 연장선 상에 있어 33개월 보름을 복무해야 했으니  2년만 복무하면 되는 지금 세대는 얼마나 축복(?) 받은 것인가.^^

 

이외에도 내가 모르는 많은 내용이 있을 것이다. 파평 윤 씨, 파주 노 씨의 본관, 집성촌이 있는 지역인 거로 알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인가. 

 

이런 아쉬움을 뒤로한다면 책 내용은 저자의 노고가 엿보이는 알찬 노작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