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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편소설] 리모델링 : 김은호

Bawoo 2022. 11. 6. 13:33

리모델링:저자 김은호 | 북인 | 2022.9.23.

[소감] 백화점에 입점해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의 아픔을 작가의 체험을 반영하여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회고발성 작품.  백화점 직원은 갑이고 입점 소상공인은 을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다뤘다. 등단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경력이 일천한 작가의 경우 이게 무슨 등단 작가야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해 책장을 중간에서 덮은 경우가 제법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 줬다. 가독성, 문장력, 구성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나름대로 수작이고 생각했다. 

백화점 직원이랍시고 갑질을 심하게 하는 팀장과 대리를 도태시키는 장면에선 통쾌함을 느꼈지만 모범적인 학창 시절, 사회생활을 한 인물이 지인에게 사기까지 당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설정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런데 일개 팀장, 대리가 이리 횡포를 저지를 권한이 과연 있을까? 한겨울에 휴게실 전기까지 끄는 설정은  너무 과한 것 아닐까 싶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분노가 치밀게는 했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그 많은 입점업체 종사자를 이리 괴롭힐 수 있는 걸까 하는 점에서. 

하지만 충분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이젠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내가 사회(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자그마한 권력(?)이라는 걸 갖게 되면 이를 얼마든디 남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단지 능력이 그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정도일 뿐 만약에 능력이 사회 지도층의 자리에 올라가 큰 권력을 쥐게 되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니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는 할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받아들일 밖에 없는 인간사회의 부정적인 면. 

 

[책소개: 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윤하는 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즉석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한다. 그녀와 같은 구역에는 4개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 윤하, 성현, 최 사장, 이 사장이다. 이들은 입점한 시점도, 경로도 다 다르지만 모두 열심히 일하며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한해가 끝나는 12월, 백화점에서는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한다. 모든 입점업체들은 리모델링 후에도 이곳에 남아 계속 영업을 할지, 아니면 계약을 종료하고 떠날지를 한 달 안에 결정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리모델링 비용을 백화점과 입점업체가 반반씩 부담하라는 권고사항을 정했지만 백화점에서는 편법을 써서 모든 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한다. 사람들을 불만이 생기고, 그 불만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관리자들과 입점업체 사람들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관리자들은 입점업체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보복을 취하고 샐러드 매장 성현이 본보기로 백화점에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성현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그동안 매장을 운영하면서 알았던 관리자들의 비리와 부정을 정확한 물증으로 확보하여 백화점 상부에 제보하고 그 과정에서 합의를 끌어낸다. 윤하는 리모델링 비용을 다 내고 그곳에 남는 것이 큰 부담이다. 수익에 비해 지불해야 하는 재투자 비용이 너무 크다. 그것을 백화점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떠나야겠다고 결심한다.
최 사장은 일터가 없어진다는 두려움에 전 재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신청하고 가맹 본사에 비용을 송금한다. 하지만 부도를 코앞에 두고 있던 본사 사장은 최 사장이 리모델링을 신청해달라며 송금한 그 돈을 가지고 잠적해버린다. 이미 과거의 실패로 상처가 많았던 최 사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앓았던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재발하고, 결국은 백화점 10층에서 투신한다.
12월의 마지막 날, 윤하는 이 사장, 성현과 함께 최 사장의 장례식장을 찾는다. 그는 하얀 국화꽃으로 장식한 영정사진 속에서 세상에서 단 한번도 상처받지 않았던 것 같은 얼굴로 웃고 있다. 최 사장의 누나로부터 백화점 측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윤하는 분노한다. 그녀는 함께 간 이 사장과 성현에게 최 사장을 그냥 이렇게 보내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대답한다. 최 사장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함께 싸우겠노라고….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출판사 서평]

소비의 신전, 현대 상업의 대성당으로 불리는 백화점에 대해 처음으로 천착한 이는 19세기의 에밀 졸라였다. 그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과 19세기 유럽 사회의 풍속사를 다뤄 ‘백화점’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로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김은호 작가의 장편소설 『리모델링』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화려한 백화점의 깊숙한 곳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입점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다. 재계약을 미끼로 매출 실적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백화점의 ‘폭력적인 횡포와 갑질’,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을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김은호 작가는 한때 백화점의 식품관과 의류관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현실감 있는 작품이기에 『리모델링』은 독자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공감을 획득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 떼의 남자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나, 둘, 셋, 넷, 모두 넥타이를 단정히 맨 정장 차림이었다. 윤하는 일하던 손을 멈추고 쳐다봤다. 옆구리에 낀 검은 서류파일, 백화점 고객들은 분명 아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서 우리는 이 백화점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시작되고 있다는 암시를 느낄 수 있다.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독자들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를 몰고 가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는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김미옥 문예평론가는 “우리 한국 문단에 ‘김은호’가 왔다”고 일갈했다. “21세기 김은호의 『리모델링』은 자본주의의 물신이 거처하는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을’의 생존기다. ‘현대의 신전’에서 군림하는 갑들의 횡포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입점 소상공인들의 저항에서 절망과 희망이 변주된다. 탐욕을 장려하는 자본주의가 노동력과 자금을 어떻게 갈취하는지 실체를 드러낸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영업자 4인의 이야기에서 같이 울고 웃다 문득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 김은호의 첫 작품이다. 현실에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서사를 몰고 가는 노련함은 경탄이 절로 나온다. 소설의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는 숨 돌릴 틈이 없다. 첫 장을 펼친 순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한숨을 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릉 출신 선배 소설가 이순원 김유정문학촌장은 “단일건물 단일공간으로 백화점만큼 화려한 곳도 없을 것이다. 백화점 곳곳에는 독립적으로 자기 사업으로 입점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을’도 되지 못하는 ‘병’이고 ‘정’이다. 김은호의 장편 『리모델링』은 이런 백화점을 무대로 한 소설이다. ‘리모델링’이라는 구실로 폭압과 다를 바 없는 갑질을 하는 백화점 본부, 이에 맞서 저마다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소상공인들의 활약과 단합을 그려낸다. 화려한 외양과 불빛 뒤에 가려 우리들은 까맣게 몰랐던 진실, 그 이야기를 작가 김은호는 ‘사람다운 사람들의 세상 이야기’로 펼쳐낸다. 소설의 이야기와 문장은 정직하고 따뜻하다.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빨려들어갈 듯 강력한 힘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이 이야기와 문장에 응원의 힘을 보낸다”고 첫 장편소설 출간에 축하의 말을 건넸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