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도서관 ♣/- 문학(文學)

[우리 장편소설:제1회 고창 신재효 문학상 당선작] 금파:김해숙

Bawoo 2022. 10. 18. 12:45
저자: 김해숙 | 다산책방 | 2022.2.24

[소감]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인물을 문학 작품으로 복원해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료가 부족한 인물일 경우 더욱 그런데 이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뛰어난 작품으로 승화시켜낸다면 이는 오로지 작가의 역량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공모 당선작인 줄을 몰랐다.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 책 말미에 심사평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알았다. 작품을 당선작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면서 가독성은 뛰어난데 과연 실존 인물을 어디까지 표현했을까가 궁금했다. 결론은 한 소리꾼의 어쩌면 신산(辛酸)했을 삶을 당시의 시대상과 잘 조합하여 뛰어난 작품으로 승화시킨 거로 냈다. 판소리인 관련 작품으로는 "도리화가", "소릿고"를 읽었는데 이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소개: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소설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개성적 인물을 강렬하게 창출해 냈다”라는 평을 받으며 제1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을 빛낸 김해숙 소설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금파』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된다. 2021년 제정된 이번 공모의 수상작 『금파』는 구한말 격변의 시대에 판소리와 창극 무대에서 독보적 소리꾼으로 활동한 실존 인물 ‘허금파’의 이야기다. 작가는 여성이 무대에 설 수 없던 시대에, 늦은 나이로 소리판에 들어와 최고의 가객이 되기까지 갖은 고초를 이겨냈던 ‘금파’의 생을 소설로 복원해 냈다

[줄거리]
금파가 오직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고창에 온 뒤로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는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의 세력가 주 영감은 금파에게 추근대다 망신을 당한 대가로 동리정사에 후원을 끊고, 소리선생 김세종은 빼어난 외모와 재주에 고개 숙일 줄 모르는 금파를 염려한다. 금파는 소리를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과거에 관청의 가녀가 된 일도 쪽 찐 머리를 풀어 댕기를 묶게 된 속사정도 모두 가슴속 깊이 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세종은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 무대에 오를 이들을 가리기 위해 소리 경연을 열고, 금파는 단연 제일가는 소리로 관중의 찬사를 받지만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다. 금파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그와 실력을 견줄 만한 유일한 상대 승윤 역시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이 일에 주 영감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직감하는데…….
양반가의 자제이나 소리를 위해 집안을 버린 승윤, 그리고 승윤의 스스럼없는 장난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 흔들리는 금파…… 이들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소리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허금파 許錦波, 1866?~1949?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 후기,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 이후 두 번째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성 소리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協律司 무대에 올라 창극 〈춘향전〉의 월매 역을 맡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예술 활동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에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철종 또는 고종 재위 무렵 김천에서 태어나 고창 동리정사桐里精舍에서 소리선생 김세종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대에 관기였고 후처가 된 후 뒤늦게 동리정사에 들어가 한성으로 올라갔을 무렵이 이미 30대였던 그는 소리에 대한 꿈을 결코 놓지 않는 예인藝人이었다. 1902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전국의 소리꾼들과 함께 자리를 겨루던 때에도 남성 중심의 소리판에서 주역을 맡아 권력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하층민의 삶을 대변하는 월매로 무대에 선다.
진채선의 명성에 힘입지 않고 스스로 최고에 오르고자 했던 그의 소리 인생은 세상을 떠난 지 70여 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세상을 향해 북이 되고, 꽹과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끌어안는 애달픈 노랫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에 발탁되어 〈춘향전〉의 ‘월매’로 이름을 떨친 금파는 이십 대에 기녀였고 삼십이 훌쩍 넘어서야 소리꾼이 된 독특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후일 기록조차 남기지 않고 무대 최고의 자리에서 사라진다. 판소리 단가 〈도리화가〉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진채선’ 이후의 여성 소리꾼인 까닭에 실력을 논하기 전부터 진채선이라는 ‘최초’의 영예에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금파였다. 그럼에도 남성 중심 소리판의 냉대에 굴하지 않고 오직 소리로 무대를 장악한 그였다. 작가는 인생 황금기에 장막에 가려진 채 뒤안길로 사라진 허금파에 주목해 소설 『금파』를 써 내려갔다.
소설은 금파가 신재효의 제자인 김세종 문하에서 소리를 배우고자 고창의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로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리를 하고자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녀가 되었다가 무턱대고 동리정사를 찾은 금파에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여느 소리꾼에 지지 않는 목소리를 가졌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출신을 모른다는 이유로 괄시를 받는다. 김세종 역시 금파를 동리정사에 들이면서도 무르익지 않은 금파의 성품에 마음을 졸인다. 그런 금파 앞에 양반 소리꾼 승윤이 나타나면서 어디로 뻗칠지 모르는 금파의 재능과 열정에 물길이 인다.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소리 내어 싸우고 사랑하고 자유를 얻기 위해
지금 우리가 만나야 할 여인, 금파

고종 황제의 즉위 40주년 기념식이 예정됐던 1902년 전후를 배경으로, 소설은 소리의 고장 고창과 수도 한성을 넘나들며 문화적 과도기가 만들어 내는 갈등과 혼란을 놓치지 않는다. 개화기를 지나 신식 연극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판소리 역시 창극 무대로 변모했지만, 극중 창자가 남자여야 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것은 여자 배역에도 마찬가지였다. 남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질타를 받는 때였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남자 소리꾼이 춘향을 연기하던 시기에 여자 소리꾼으로서 당당히 창극 무대에 올라 관중을 사로잡은 이가 바로 금파였다.
그러던 중 소리만 알던 금파의 가슴에 난데없는 불꽃이 피어난다. 장난스럽게 다가와 언제부터 곁에 있었는지도 모를 승윤이 금파에게 나비 떨잠을 건넨 후로 금파의 마음은 하릴없이 흔들린다. 소리꾼이 되고자 양반 가문을 버린 승윤은 금파와 맺어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승윤은 금파가 마음으로라도 지켜주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시기 어린 호기심에서 사랑과 연민으로 바뀐 인연은 그들이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소리의 염원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흩어놓는다.
금파는 밑바닥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연단하여 시대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다시 태어난 여성이었다. 소리의 영과 혼을 곡조에 아로새기며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닦아 나가는 과정은 비단 소설 속 금파만의 일이 아니다. 작가 역시 작품 속 금파와 나란히 걸으며 세상의 이목에 비켜간 자신의 지난날을 끌어안고 더욱 숙련해야 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꺾을지언정 흔들리지 않는 강골의 성품과 재능의 여인 금파의 행적을 소설로 되짚어가는 여정은 백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금파』는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려는 이들의 앞날에 환한 등불을 비춰줄 것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