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늘 다니는 도서관에서 이 작품을 처음 발견했을 때 시큰둥했었다. 영화에 편승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서가에서 책을 뽑아 든 건 제일 마지막이었다. 읽을 만한 작품을 발견 못 해 별로 기대를 안 한 상태에서. 그런데 일단 장정과 활자 크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이 탓인지 활자 크기에 민감해져 있는 데다가 장정이 마음에 드는가는 덤이다. 분량도 마찬가지인데 요즘은 경장편ㅡ 250여 쪽 미만 ㅡ도 많은데 내가 생각하는 장편의 기준에 부합했다. 최소 300쪽은 돼야 한다는.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내용일 터. 요즘 글 같지도 않은 수준의 작품을 많이 보는 터라 크게 기대는 안 했다. 작가 이름 자체가 워낙 생소했으니까. 그런데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보인 사료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사료에 충실한 작품일 것이란 믿음이 생긴 것이다. 사실 역사 소설에 있어서 사료가 불충분하면 작가의 상상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테니 허구가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읽는 재미가 어떨지는 몰라도 내 취향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일단 내가 기피할 필요는 없는 작품이긴 했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난중일기"라는 사실에 충실한 기록이 있으니까. 그러니 작가의 역량만 뛰어나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기는 하겠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도입부(서) 첫 문장부터 시선을 확 끌어들인다. "왕의 고개가 반듯하지 않았다. 어가는 느렸음에도 흔들림이 잦았다 " 문장을 어떻게 쓸까를 절차탁마[(切磋琢磨):옥이나 뿔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도덕, 기예 등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 수련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하지 않고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문장이 이어진 때문이다. 그런데 읽어가면서 문제가 발견되었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소설 형식을 빌렸기에 허구가 들어가 있을 거로 생각은 했는데 의외로 많았다. 사료에는 없는 백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을 끼워 넣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은데 작품 존개상 필요한 설정이라고 이해는 했다. 이 허구의 인물들이 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표 인물로 읽혀 전혀 흠이라는 생각이 안 들기도 했다. 심지어 역사적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은 내용이 있음에도 잘 소화시켜 읽을 수 있었다. 이유는 문장이 전달해주는 의미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명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작가가 이처럼 공들인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감히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단 아래 허구가 들어간 내용은 감안하시길^^
[참고]
1 .이 작품에서 허구의 하이라이트는 에도 막부를 개설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자기 휘하의 여무사 및 조선 출신 인물
ㅡ진송이란 이름인데 명종조 사화에 아버지가 엮여 가족 모두 노비로 전락한 것에 불만을 품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 밑에서 간자로 키워지는 설정ㅡ 을 명나라 사절로 위장해 이순신 장군의 가족 납치 및 장군을 회유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가족이 사는 아산에 왜군이 쳐들어가 장군의 셋째 아들 ㅡ이면 (1577년)ㅡ 이 살해당하는 시기는 1597년 정유재란 때이다.
또 명나라 사절로 위장하여 장군을 만나 설득에 실패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서 일본에 있는 자신의 가족과 시침을 든 여성 ㅡ 박예진으로 나오나 실제로는 탈영했다가 잡혀서 참형당한 실존인물 황옥천의 딸이다. ㅡ을 구하려는 장면은 임진왜란 당시 참전한 일본 하급무사 ㅡ분대장 급 ㅡ 의 생활상을 그린 "도모유키:저자 조두진" 작품에서 잡혀온 여성 한 명을 마음에 담아 살려주는 설정과 겹쳐 보였다.
또 송희립 장군이 이순신 장군 가족을 납치하려는 일본인들 추적하는 추적대의 대장으로 나오는 것도 당연히 허구이다.
아무튼 이런 허구가 많음에도 빼어난 문장에서 느낀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당포해전에서 사망한 것으로 묘사된 적장 가메이 고레노리 검색 결과 전란 후 자국 일본으로 돌아가 종신한 것으로 나온다. 전사한 자는 구루시마 미치유키[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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