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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하소설] 다인(전 6권):왕쉬펑

Bawoo 2022. 12. 31. 13:18

[소감]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중국 문학작품(소설)을 찾다가 발견한 작품. 원래 대작을 더 선호하는데 이런 내 취향에 맞게 6권짜리 대작이어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여 1권을 우선 뽑아들어 살피는데 책 뒷표지에 중국판 "토지"이며 4 대 130년에 걸친 이야기라는 데에 끌렸다. 그래도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읽을 생각이 없어서 총 6권 중 우선 1권만 빌려왔는데 마음에 들어 나머지도 빌려와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 읽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도 현대에 접어들면서 1840년 아편전쟁을 시발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작품은 이 시기 중 태평천국의 난 말기인 1863년부터 개혁개방 이후인 1998년까지를 저장성 항주(항저우)의 거대 차상인 항씨 집안 사람들의 5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중국 현대사 그리고 차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가 차 분야 전문가라 그런지 중국의 차 문화를 알리는 목적으로 쓴 작품인 것 같은데 내 경우에는 중국 현대의 혼란기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장을 운영하는 한 집안을 통해서 조망한 쪽으로 관심을 갖고 읽었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대하소설 "토지"나 "혼불"처럼 한 개인이 중심이 된 게 아니라 한 집안에 속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백화점 식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굳이 중심인물을 내세운다면 3대 항가화랄 수 있겠다. 이 인물은 등장한 이후부터 작품의 끝까지 계속 등장하면서 등장인물 대부분의 삶과 죽음을 다 겪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니까. 마치 개혁개방 이후에는 천안문 사건 이외에는 큰 사건 없이 경제가 번영하는 평화로운 시기와 맞물린 것처럼. 또 책 소개에서는 4 대 130년이라고 했지만 나는 5대에 걸친 이야기로 이해했다.

총 3부 6권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은 태평천국의 난(1851~1863) 말기부터 일제 점령기 이전, 1937년 중일전쟁부터 1945년 일제 점령기, 그리고 종전후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의 문화혁명기인 1966년부터 1976년까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종전 후 4년간 벌어진 국공 내전이나 수천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알려진 대약진 운동은 생략되었다. 이유는 이 부분까지 언급할 경우 항씨 가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묘사할까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좌우익이 갈려 싸웠던 국공 내전 시기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작가는 문화대혁명 시기에 대해 공을 많이 들였다. 당연히 비판하는 쪽인데 실제 있었던 스승을 제자가 때려죽인 사건, 어머니를 고발하여 죽게 만든 사건이 약간 변형되어 들어있다. (아래 참고 참조). 작품은 최종적으로 3대 항가화가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 20여년 뒤인 1998년 90이 훨씬 넘은 나이에 손자 항득도, 증손녀 부부와 함께 차 박물관을 보러 가면서 휠체어에서 죽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1998년 12월 28일 20시 12분에.

[작품 줄거리]

이야기는 태평천국의 난이 거의 끝나갈 무렵(1863년 가을)의 저장성 항주(항저우)의 항씨 성을 가진 차장(망우 차장) 집안을 배경으로 하여 시작된다. 태평천국군에 속한 한 인물-오차청-이 관군(청나라 군사)의 추격을 피해 대규모 차장을 하는 항씨네 집안의 결혼식장-신랑 항구재, 신부 임우초 -에 숨어들면서. 항, 임 신혼부부는 오차청을 숨겨주게 되고 관군의 추격이 잠잠해진 뒤까지 머물다 떠나게 한다. 5년 뒤 다시 돌아온 오차청은 항씨 차장의 새댁 임우초를 도와 차장의 실질적 관리자가 된다. 처자식이 모두 청나라 군사에게 학살당해서이다. 한편 항씨 집안은 당주 항우재가 아편 중독이 된 탓인지 소생이 10년째 없어 대가 끊길 상황에 놓여있다. 이를 걱정한 안주인 임우초는 관리인이 된 오차청에게 매달려 합방을 하게 되고 여기서 2대 항천취란 인물이 태어난다. 항씨 집안의 실질적 핏줄은 끊긴 것인데 작중 항씨 집안의 1대에 해당하는 남편 항우재도 이를 알지만 모르쇠로 살아가다 일찍 죽는다. 죽기 전에 알고도 모른 체했다는 말을 하고서. 그것도 집이 아닌 소련이란 기생의 품 안에서. 원인은 아편 중독이 주일 것이다. 이후 항씨네 차장은 오차청과 안주인 임우초에 의해 운영되면서 번성한다. 오차청은 2대 항천취의 생부지만 이를 내세워 항씨 차장을 욕심내지 않고 관리인의 자리에만 머물며 신의를 지킨다. 또 독신으로 지낸다. 이후 2대 항천취가 경영 일선에 나서자 독립하여 별도 차장을 설립하지만 항씨 차장도 실질적인 관리를 해준다. 2대 항춴취가 경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차청은 안주인 임우초와 내연의 관계를 간헐적으로 지속하지만 이와 관련한 추잡한 내용은 없다. 자신의 아들인 2대 항천취에게도 생부라는 표시를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항천취는 뒤늦게 오차청이 생부인 걸 느낌으로 알지만 역시 모르쇠인 척 살아간다. 그러나 오차청은 신해혁명 이후 혼란기-여기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이 시기에는 장개석 주도로 공산당, 군벌 소탕 작전이 펼쳐지는데 어느 편에게 죽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에 밖에 나갔다가 총에 맞아 죽고 이에 안주인 임우초도 삶의 의욕을 잃고 병석에 누워있다가 조상의 제삿날 아들 항천취의 정실인 며느리 심록애에게 집안의 모든 열쇠를 넘기고 죽는다.

2대 항천취의 정실 심록애는 상해의 부유한 비단상 소실의 딸이다. 미모도 빼어난데 남편 항천취의 사랑을 못 받는다. 소심한 성격인 항천취가 부인의 기에 눌려 성관계가 안 된 때문이다. 이 항천취는 밖에 나갔다가 계부와 함께 떠돌이 춤꾼 생활을 하는 소녀 소차를 보고 반하는데 어느 시기에 곤란에 처한 이 소녀를 구해ㅡ실질적인 구원을 한 건 친구 조기객 인테 이 조기객은 항천취가 죽은 이후 일제 점령기 말까지 살다 자살로 생을 마친다.ㅡ 돌봐주다가 잠자리를 하게 되고 임신을 하자 살림을 차려준다. 이에 자신이 성 불능이 아닌 걸 확인하고 아내 심록에 와도 합방을 하게 되면서 두 여자에게서 아들을 보게 된다. 소실에게서는 이 작품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는 가화를, 정실에게서는 몇 시간 차이로 늦게 둘째 가평을 얻는다. 가화는 할머니 임우재의 뜻에 따라 생모 소차 곁을 떠나 큰어머니인 심록애 손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항씨 집안의 3대가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적서 구분 않고 장자에게 가계를 잇게 하는 풍습이 보인다.)

항씨 집안은 이때부터 자손이 번성(?) 하게 되는데 항천취의 소실 소차는 쌍둥이 남매 (가규, 가청?)를 더 낳고 본처 심록애도 늦둥이 딸 항분을 낳는다. 2대 항천취는 3남 2녀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이 중에 소실 소차 소생인 3남 가규는 생모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에 항씨 가문에 증오심을 갖게 되고 급기야는 항씨 가문의 연락인 정도 역할을 하던 오승이란 인물을 친아버지처럼 생각하면서 그의 품에서 자란다. 오승은 항씨 가문에 원한이 많은데 이는 가진 자에 대한 못 가진 자의 질투심 때문인 것으로 이해했다. 오승은 우여곡절 끝에 동향 선배인 오차청의 도움으로 차상으로 성공하여 항씨 가문의 찻집도 인수하면서 승승장구하지만 양아들 가규, 친자식 남매 모두 마지막이 좋지 않다.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일본군이 점령한 사기였는데 양아들 가규는 일본군 특무부대장 고보리의 통역사를, 친아들 오유?는 일본군에 빌붙어 동족에게 악행을 하는 한간이 된다. 딸은 일본군을 위한 유곽을 운영하고. 특히 항가규는 큰어머니 심록애가 죽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심록애는 일본군이 처들어왔을 때 피난을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데 이때 일본군 특무부대장 고보리와 의붓아들 가규가 자신을 큰 독에 가두자 수모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이다. 친아들 오유? 도 천수를 다하지 못했다.

일본군 특무부대장 고보리는 아버지가 항씨 가문 2대인 항천취인 절친인 조기객이다. 조기객이 일본에서 지낼 때 알게 된 예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인물인 것이다. 이 예인은 애인 조기객이 중국에 와서 같이 살자는 걸 싫다고 거절하고 혼자서 키웠는데 고보리는 이런 아버지에게 애증의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군인 신분으로 중국에 온 것이다.

조기객은 심록애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면서도 친구 항천취와의 의리 때문에 깊은 사이가 되는 건 의도적으로 삼가면서 독신으로 지내면서 후견인 비슷한 역할을 한다. 또 항주에서는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도 하다. 특무부대장 고보리는 아버지 조기객을 공자 사당 안에 가두고 지내게 하는데 이 시기 오유? 일당이 자기 몰래 정자를 허물고 목재를 가져가 버린 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이에 아버지 조기객에게 애증의 마음을 갖고 있던 특무부대장 고보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즉석에서 총살해 버린 것이다.

양아들 항가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편 중독이 된 친 어머니가 집에 불을 지르고 자살하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일제에 협조한 한간으로서의 죄책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무부대장 고보리도 패전하고 항복식을 할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버지 조기백의 말-죽을 때 할복하지 말고 강물에 빠져 죽으라고 말한다- 을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식 할복을 안 하고 중국식으로 강물에 빠져서. 이 고보리는 항가화의 의 늦동이 딸인 항분을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했는데 자살하기 전에 아버지 조기백의 유물인 시계를 항분에게 넘겨주어 훗날 자신의 딸이 물려받게 만든다.

항천취는 오승의 꾀임에 빠져 아편 중독자가 되는데 이 과정에 관한 설명은 빈약하다. 아버지 항구재가 아편 중독으로 일찍 죽은 걸 알기에 아편과는 거리를 두고 생활했는데 쉽게 꼬임에 넘어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쨌든 소실 소차도 덩달아 중독이 되어 가산을 탕진하면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항천취도 아편 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한 채 일찍 죽는 편이다.

 

항천취에게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굶어죽게 생긴 촬착이란 인물을 만나 집으로 데려와 자신의 하인으로 부리는데 나중에는 같은 식구가 될 정도로 되고 아들 소촬착도 대를 이어 항씨 집안에 봉사하지만 이때는 이미 주종 관계라기보다는 한가족으로의 의리로 얽힌 관계 비슷하게 된다. 이때쯤에는 항씨 집안이 거의 몰락하여 특별히 돌보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소촬착에게는 채차라는 손녀가 있는데 이 여자는 항기초의 아들인 항포랑과 결혼 단계까지 갔다가 깨고 한 군인과 결혼하지만 곧 이혼하고 오승의 손자뻘인 오곤과 연인 관계가 되어 홍위병 활동에 매진, 고위직까지 오르나 둘 다 결말은 좋지 않다.  이 군인은 항한의 딸 영상과 맺어진다. 나이차가 있음에도 영상이 좋아한다는 설정.

한편 항천취의 소실 소차에게서 낳은 딸 항가초(?)는 작은 작은 아버지 가평을 수행하는 장교와 사랑에 빠져 7살짜리 이복동생 항기초를 증인으로 세워 즉석 결혼을 하고 임신까지 하게 되는데 남편이 적군 -이 시기는 일본이 점령하기 전 장개석 군의 군벌 토벌 시기인 것 같은데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에게 잡혀 총살되는 바람에 실성한 상태로 아들 항우를 낳게 되고 가족들이 보살피며 아들까지 키워주지만 일본군 점령기에 차밭에서 방황하다가 일본군의 집중사격을 받고 죽는다. 아들 항우는 신체기 하얗게 되는 결함을 갖고 태어나나 산속에서 지내면서 98년 이후까지 살아남는다. 항가화의 막내 여동생 항기초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국민당 소속 장교 나력과 사랑에 빠지는데 언니의 비극을 생각해서 관계는 안 맺으나 나중에 멀리 버마 전장까지 찾아가고 임신하여 아들 포랑을 낳게 되는데 이 부분도 설정에 좀 무리가 있다. 항일전쟁기에 여자 혼자서 항주에서 버마 전선까지 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러니라처럼 적은 땅덩어리도 아닌  나라에서. 이 작품이 중국의 차 문화를 알리는 게 주목적으로 쓰인 것이기에 이리 무리한 설정이 나온 것으로 이해했다. 남편 나력은 국민당 소속 고급장교이면서 전향을 거부(?)한 탓으로 집단농장에서 문화대혁명이 끝날 때까지 억류된 생활을 하고 풀려나와 아내 항기초와 노후를 줄기는 삶을 사는데 이는 나중 얘기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집까지 빼앗기고 힘들게 살아간다. 아들 포랑을 채차와 결혼시키기 위해 위장이혼까지 해가면서. 

이 작품의 중심인물이랄 수 있는 3대 항가화는 항주 유지의 딸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여 1남 1녀를 낳고 이혼하는데 아들 항억은 아버지와 같이 살고 딸 항분은 어머니를 따라가 의붓아버지 밑에서 살다가 기독교인인 어머니가 이혼하고 미국으로 가버리자 친아버지 가화에게로 돌아와 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폐결핵이 있고 일본군 특무부대장 고보리의 순수한 사람을 받지만 도피하여 살고 고보리는 이를 모른 체 한다. 일부러 잡지 않는 다는 뜻. 항분의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가 죽고 - 항가휘의 죽마고우랄 수도 있는 대학교수인데 요즘 말로하면 폴리페서라서 한간 비슷한 일을 한다. 죽는 게 일본군한테인지 홍위병한테인지 헷갈림. ㅠㅠ- 어머니는 미국으로 가면서 항씨네로 와서 성까지 바꾸고 항씨 가족이 된다. 항방월.

항가화의 동생 항가평은 어릴 적 잠시 같이 살았던 요코라는 이름의 일본 여인을 일본에서 만나 결혼하여 중국으로 데리고 오는데 둘 사이에 항한이란 아들 한 명이 있다. 요코는 항기화, 가평 형제가 다 좋아했으나 가평과 현실적으로 맺어진 것인데 가평은 차 사업 관계로 동남아에 갔다가 황나라는 부유한 화교 집안의 여인과 결혼하여 따로 떨어져 사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하고 이때 항가화에게 의지하게 된다. 항한은 작은 어머니 격인 화교 여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딸 황초풍을 동생처럼 돌보다가 성인이 되면서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둔다. 항득방과 영상이란 이름. 황초풍은 차 관련 실험실에 근무하는데 문화대혁명기에 홍위병에게 수모를 당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여기에 아들 황득방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문화대혁명기에 관하여 쓴 "슬픈 중국"이란 평설서에 잘 나와있다.

 

이후 이야기는 국공 내전기, 대약진 운동기를 건너 뛰고 문화 대혁명기로 진행된다. 항가화, 항가평의 아들, 딸, 손자 세대로 내려온 것이다. 항가화의 아들 항억은 항득도란 아들 하나를 낳고 항일 유격전을 하던 중 동지인 아내와 함께 죽는다. 항가휘의 손자가 되는 항득도는 부모가가 애국 열사인 덕에 대학의 조교로 있는데 문화대혁명기에 시련을 겪는다. 항일 열사의 아들인데도 홍위병과의 다툼에서 밀린 탓이다. 홍위병은 같은 조반파끼리도 싸우지만 여기에서는 보황파가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작가는 역사 관련 내용은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아마 의도적일 것이다. 언론, 출판의 자유가 없는 공산국가인 탓에 자칫하면 검열에 걸리는 걸 의식한 건 아닐까 싶다.

이 문화대혁명 시기에 항씨 가문은 자손이 가장 많아지지만 집안은 이미 몰락했고 그만큼 시련도 많다. 항가화의 동생 가평은 외양간에 갇혀있다가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아 이때문에 결국 사망한다. 아내 요코는 노환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마음 고생이 심한 탓일 테지만 쓰러지는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변변한 치료도 못 받고 죽고 마는데 이때 병원에 가는 과정이 몰락한 항씨 집안을 절절하게 보여주어 가슴이 아프다.

항한의 아들 항득방은 홍위병 활동을 하면서 집안도 적으로 돌리는 행동을 하는데 어머니 황초풍이 홍위병 때문에 자살한 걸 알게 되면서 번민하고 다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홍위병 조반파의 추적을 받아 도망하다가 애인 사애광과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 죽고 만다. 항가화의 손자 항득도는 오승의 손자뻘인 오곤과 학문적으로 친해지는데 문화혁명기에 서로 대립한다. 오곤은 항기초의 친구인 양진의 딸 백야와 혼인 신고한 사이인데 이 여인과 항득도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이 여인은 오곤과의 사이에서 딸을 하나 낳고 출산 후유증으로 죽는다. 항득도는 이 아이에게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딸로 기른다. 한편 항가화의 이혼한 부인과 재혼한 남편 사이에 낳은 아들 항방월은 결혼하여 항요라는 아들을 한 명 두는 데 이 항요가 항득도의 양딸과 결혼하여 엔딩 장면에서 중조 할아버지인 항가화를 아버지 항득도, 남편 항요와 함께 휠체어에 태워 차 박물관으로 모시고 가는 것으로 작품은 끝난다.

 

이외에 심록애의 이복 오빠인 한간 심록천이 항일운동을 하는 항억 무리에게 살해당하는 내용, 항우재가 사랑한 기생 소련이 매독에 걸려 길거리에서 비참하게 지내다 죽는 모습을 항가화가 발견하는 내용등이 빠졌네요. 이외에도 더 있을 겁니다.

 

아무튼 차문화 관련 내용은 관심이 없을 경우 좀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가독성도 좋도 작품성도 뛰어나 밤샘하며 읽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 도입부의 장면에서 우리 소설 "토지"와 "혼불" 느낌이 좀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적품이 우리 작품보다 늦게 나왔을 테니 혹 작품 구성에 참고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슬픈 중국에 나오는 이 작품과 관계가 있는 내용. 이 작품에 오곤을 좋아하는 조쟁쟁이란 여학생이 나오는데 항가화의 친구이기도 한 스승-심 선생-을 도자기로 때려 죽인다. 항득방의 어머니가 자살한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출처- 책 "슬픈 중국: 문화대반란 1964~1976(슬픈 중국 3부작 2)]1. 1966년 8월 18일 홍위병의 첫모임이 천안문 광장에서 있었는데 이때 쑹빈빈이란 17세 여학생이 자기 학교 여교감 볜중옌"의 타살에 가담한다.2. 1970년 2월 13일 16세인 홍위병 장홍빙은 44세인 어머니 팡중모를 반혁명죄로 고발하여 4월 11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출판사 서평: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상당한 수준의 문학성을 자랑한다. 적지 않은 독자들이 책의 곳곳에 펼쳐지는 작가의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라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문학성에 전율하게 된다. 더구나 차 문화를 주제로 한 중국 최초의 장편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소설은 스케일도 상당히 크다. 저장성 항주의 항(杭) 씨 가문을 중심으로 작중 인물들의 시대 변천에 따른 생활양식과 가치관의 변모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활동 시기는 19세기 중반의 태평천국(太平天國) 때부터 시작해 무술변법(戊戌變法), 신해혁명(辛亥革命)까지를 우선 아우른다. 이어 지난 세기 초, 중반의 1, 2차 국공합작(國共合作)과 항일전쟁, 신중국 건국,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시기 등을 관통한 후 ‘사인방(四人?)’ 제거 및 개혁개방 실시에까지 이른다. 거의 130년에 걸친 역사가 이 소설에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茶)를 매개체로 해 각자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형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지 않는다.

 

소설 《다인》은 3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 〈남방의 차 나무〉(南方有嘉木)는 청나라 말기부터 193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녹차의 고장인 항주 망우 차장忘憂茶莊의 3대에 걸친 인물들이 다양한 신분,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의 차 산업과 차 문화의 흥망성쇠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제2부 〈불야지후〉(不夜之侯)는 차가 정신을 맑게 하여 밤을 잊게 해준다는 의미로써 차의 별칭이다. 동란의 시대인 항일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항시 가문 주요 인물들의 운명적인 부침, 혼란스러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서로 다른 선택과 모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 시기 중국차 산업의 파란만장한 발전사도 보여준다.

제3부 〈차로 성을 쌓다〉(築草爲城)은 1950년대부터 20세기 말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항시 가문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동란의 시대에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차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중국의 역사, 특히 차의 역사와 중국 민간기업의 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에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속한다. 한국에 대한 상식이 다소 있는 중국 독자들이 이 소설을 중국판 《토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은 다 나름의 까닭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각 권 소개: 책 내용을 소개하는 책 속으로는 1, 2권만 나와있군요.]

다인 1: 남방의 차 나무(더 봄 중국문학 전집 4) 2018.9.18.

책 속으로

19세기 하반기는 중국산 찻잎과 영국산 아편이 엎치락뒤치락 서로 투쟁을 벌인 시기였다. 산속에서 강한 생명력 우아한 기질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서초(瑞草)는 중국의 식민지화와 더불어 원치 않게 근대사의 한복판으로 들어섰다. -40P

임우 초가 오차 청의 품으로 뛰어든 것은 순전히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계획적인 행동이었다면 그녀는 아마 뒷마당 창고가 아닌 조금 더 은밀한 장소를 선택했을 것이다. -49P

조기 객리 내놓은 자사호는 네모난 형태의 방호(方壺)로, 색깔이 배 껍질 같고 몸통에 “안으로 청명(淸明) 하고 밖으로 직방(直方) 하니, 너와 더불어 공존하리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142P

썩은 새우처럼 변한 이 여인은 바로 소련이었던 것이다!

항천 취는 10년 전에 소련의 이름을 들었다. 직접 만나본 적도 있었다. 그때 당시 소련은 ‘남자들의 우물(尤物)’, ‘서호의 우물’로 불리면서 꽤 유명했었다. 항천 취인 아버지 항구 재도 소련의 침대에서 죽었다. -186P

신부 심록 어의 외모는 평범하지만 볼수록 빠져드는 호감형이 아니었다. 첫눈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화려한 미인이었다. …… 신부라는 여자가 부끄러워하거나 긴장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대범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꼴도 적잖이 눈에 거슬렸다. 신부의 전족을 하지 않은 큰 발에도 자꾸 시선이 갔다. -232~233P

촬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련님은 왜 아씨하고 함께 있을 때는 이렇게 즐거워하시지 않는 걸까? 아랫것들은 도련님과 아씨가 아직 합방도 안 했다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도련님 눈에는 아씨가 예뻐 보이지 않는 걸까? 아무리 봐도 아씨가 홍삼보다 백배는 더 아름다운데……. 평소에 집에서는 잔뜩 주눅이 들어 연신 하품만 해대던 도련님이 오늘은 웬일로 위엄이 넘치고 기운이 넘치는 걸까? -300P

이듬해 봄이 저물어갈 무렵이 어느 이른 아침, 오산 원 등 문 쪽에서 기별이 왔다. 지난밤에 소차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것이었다. 항천 취는 소식을 듣자마자 인력거를 불러 오산으로 달려갔다. 소식을 들은 심록 애도 갑자기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이 돼 항천 취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저녁에 태어난 아이는 7개월 된 미숙아로 쥐처럼 작았다. …… 항천 취는 맏아들의 이름은 ‘가화’, 둘째 아들의 이름은 ‘가평’이라고 지었다. 이렇게 항천 취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새로운 운명의 수레바퀴로 빨려 들어갔다. -388~389P

서기 1911년 10월 초, 항주 교외 차밭에서는 주차秋茶 수확을 마쳤다. 이때의 차는 ‘소춘 창’라고 해서 맛이 청담(淸淡) 하고 수색(水色)은 짙푸른 색이었다. …… 이 무렵, 60여 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결사대가 왕 금발과 장백 키이 인솔 하에 저장성 승현에서 출발해 비밀리에 항주에 이르렀다. …… 항주 봉기가 일어나기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449~450P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다인 2: 남방의 차 나무(더 봄 중국문학 전집 5) 2018.9.18.

책 속으로

‘나는 어쩌면 오차 청의 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내 허울뿐인 아버지는 이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계셨다. 그래서 차청 아저씨를 한씨네 선산에 묻으라는 유언을 남기셨을 것이다. 그 이유는 차청 아저씨가 한씨네 망우 차장을 위해 우마牛馬처럼 일한 사람이라는 명분을 죽어서까지도 간직하게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35P

임이 초는 친히 용정차를 한 잔씩 따라서 조상들의 위패 옆에 올렸다. 위패가 없이 사발과 젓가락만 있는 곳에는 황산 모본 차를 한 잔 올렸다. 사람들은 더 말하지 않아도 누구의 제사인지 알 수 있었다. 다들 항천치를 찾느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항천 취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임우 초가 항시 가문을 지켜달라고 경건한 자세로 조상들께 빌면서 죽어갈 때 임이 초의 아들 항천 취는 망우 차장에서 마지막으로 받아온 은전으로 아편을 사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85~86P

혜명사 주위 차밭에서는 들꽃 향이 진동하고 있었다. 심록에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무릎을 쳤다.

“당신이 보낸 차에서 웬 꽃향기가 나나 했더니 이곳의 들꽃 향이군요. 어쩐지 말리 향도, 장미 향도 아닌 것 같았어요.”

-136P

소차의 무덤 앞에 묵묵히 서 있던 항천 취기 갑자기 입을 열었다.

“왜 차 나무를 심지 않았어?”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항천치와 심록 애 두 사람은 차밭에서 어린 차 나무를 한 그루 골라 소차의 무덤 앞에 옮겨 심었다. -177P

“동포 여러분! 학생은 공부하고, 노동자는 일을 하고, 상인은 장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봄이 오면 햇차를 수확해 향과 맛을 음미하는 것 역시 우리 항주 사람들의 오래된 풍습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망우 차장은 이 풍습을 깰 수밖에 없습니다. 망우 차장은 오늘부로 문을 닫고 동맹파업에 동참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버리기로 했으니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차는 안 마셔도 살 수 있지만 국가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차를 사러 온 사람들은 그제야 망우 차장에서 ‘축객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웅성거렸다. “국난이 눈앞에 닥쳤는데 그깟 햇차가 대수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나 일부는 수긍하지 않고 이치를 따졌다. -201~202P

항천 취는 문득 조주 스님의 “차 한 잔 마시게”라는 게가 떠올랐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어릴 때부터 익히 접해왔던 ‘차’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어떤 고민이 있든 간에 차 한 잔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겠는가. 그는 불교의 다선(茶禪)을 새롭게 깨우친 기쁨에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215P

사람들이 떠올리는 차는 온화함, 우아함,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의 상징이자 산속의 하얀 눈처럼 깨끗한 절개를 가진 존재였다. 그런 차가 서서히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차를 달일 때 나오는 연기에 섬뜩한 피비린내가 섞였다. -383P

“망우…….”

항천 취는 핏덩이와 함께 마지막 한마디를 토해내고 아기 몸 위에 엎어졌다. ‘망우(忘憂)’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가 울음을 터트렸다.

……

항주 교외의 끝도 없이 펼쳐진 차밭은 장엄하고 엄숙했다. 줄지어 서 있는 차 나무들은 녹슨 철갑 모를 쓰고 열병식을 치르는 군사들 같았다.

싹을 틔운 차 나무는 아직 없었다.

여린 싹들은 어느 눈송이에 깔려 있는 걸까……. -447P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다인 3: 불어야 지후(더 봄 중국문학전집 6) 2022.5.6.

다인 4: 불어야 지후(더 봄 중국문학전집 7) 2022.5.6.

다인 5: 차로 성을 쌓다(더 봄 중국문학전집 8) 2022.5.6.

다인 6: 차로 성을 쌓다(더 봄 중국문학전집 9) 20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