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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모음] 아베 일족:모리 오가이

Bawoo 2023. 1. 20. 12:38

아베일족(양장본 HardCover):저자 모리 오가이 | 역자 노재명 | 북스토리 | 2006.8.5

[소감]  일본 알기 차원의 문학 작품(소설) 찾기 과정에서 발견한 작품. 작가가 메이지 유신 이전에 태어나 본격적인 대외 전쟁- 만주 침략,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이 있기 전에 죽은 인물(1862~1922, 60세)이어서인지 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이야기를 글로 옮겨 놓은 정도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도 일본 현대 문학의 생성 과정을 알 게 된 소득이 있었다. 검색해도 안 나오는 내용을 알게 된 소득은 덤. 어쩌면 이게 우선일 수도 있겠다. ^^
 

책소개:인터넷 교보문고. 전문 보기는 책 제목 클릭

'사무라이 정신'을 통해 일본 남성문화를 예리하게 그려낸 일본근대문학의 거장, 모리 오가이 소설 모음집. 표제작 <아베일족>과 <사카이 사건>은 사무라이에게 있어 할복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또한,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작가의 독특한 소설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사하시 진고로>, 일본역사소설의 진수라 불리는 <산쇼대부>, <다카세부네> 등 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 모리 오가이
일본의 소설가·평론가 ·군의관. 일본문단에 있어 신문학 개척기를 대표하는 작가.
시마네현(島根縣) 출신. 1881년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하여 근대 위생학을 공부하였다. 그는 독일 유학 때부터 당시 신문학의 개척기였던 일본문단에 다양한 방향에서 영향을 끼쳤다. 서구문학의 번역분야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으며 평론이나 역사물에서도 기념비적인 저작을 남겼다. 나쓰메 소세키나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등 일본근대문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 『마이히메(舞姬)』 『아베일족(阿部一族)』 『기러기(雁)』 등이 있다.
 

목차

아베일족
사하시 진고로
사카이 사건
산쇼대부
다카세부네

모리 오가이 연보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고스케는 주먹밥을 꺼내 개 앞에 놓았다. 고스케는 마치 사람에게 말하려는 듯이 개에게 말했다.
“너는 짐승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네 주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주군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나셨다. 주군의 보살핌을 받던 사람들은 오늘 모두 할복한다. 나는 물론 아주 아랫사람이기는 하지만 주군으로부터 봉록을 받았던 몸으로 더 이상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군의 사랑을 받았던 감사함을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지금 할복해서 주군의 사랑에 보답할까 한다. 내가 할복하고 나면 너는 들개의 처지가 된다. 난 그 점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 주군과 함께 사냥을 나서던 매는 사찰우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어떠냐? 나와 함께 죽을 생각은 없느냐? 만일 들개가 되어도 좋다면 이 주먹밥을 먹어라. 나와 죽기를 원한다면 먹지 말고.”
고스케는 이 말을 하고 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개는 고스케의 얼굴만을 바라볼 뿐 주먹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네가 죽어야 할 순간이로군.”
고스케는 이렇게 말하고 개를 쏘아보았다.
개는 한 번 크게 짖고 꼬리를 흔들었다.
“좋다. 그렇다면 좀 고통스럽더라도 참아내라.”
고스케는 개를 안고 옆구리에 칼을 꽂아넣었다.

-「아베일족」 중에서-




미노우라는 윗옷을 풀어헤치고 단도를 역으로 집어들고 왼쪽 옆구리를 깊숙이 찔렀다. 거기서 세 치 정도 내리 그은 다음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오른쪽으로 칼을 당겼다. 칼을 깊숙이 찔렀기 때문인지 상처부위는 넓게 벌어졌다. 그 상태에서 미노우라는 단도를 내던지고 벌어진 상처 부위로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창자를 손으로 집어들고 프랑스 공사를 노려보았다. 이 순간 바바가 칼을 뽑아들고 목을 쳤지만, 제대로 적중하지 않았다.
“바바 군! 어찌된 일인가? 좀 더 침착하게 치게!” 미노우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바바의 칼이 두 번째로 미노우라의 목덜미를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미노우라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아직 죽지 않았다. 다시 쳐라!”

-「사카이 사건」 중에서-


안쥬는 조용한 목소리로 동생을 불렀다.
“나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일이 있다. 최근 내가 너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넌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오늘은 나무 같은 건 생각지도 말고 내가 말하는 걸 잘 들어야 한다. 고하기(小萩)는 이세(伊勢)에서 팔려왔기 때문에 자기 고향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을 잘 알고 있다. 그 길을 내게 말해주었다. 저 뾰족하게 솟은 산봉우리를 넘으면 바로 수도(首都)에 이른다. 쓰쿠시(筑柴)까지 가기는 어려운 일이고, 반대로 사도(佐渡)까지 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수도까지는 갈 수가 있어. 어머니와 함께 이와시로(岩代)를 떠난 이후, 우리들은 좋지 못한 사람만 만나온 듯하다. 그러나 사람의 운이 열리면 좋은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것이지. 너는 지금부터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그리고 서둘러서 수도까지 가는 거야. 부처님의 보살핌으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쓰쿠시에 계신 아버님을 만날 수 있다. 사도에 계실 어머니도 만날 수 있다. 바구니와 낫을 버리고 이제 떠나거라.”
즈시오우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누이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쇼대부」중에서-


“형! 정말 면목이 없어. 참아 줘! 어차피 내 병은 나을 가망성이 없기 때문에 형을 위해서도 빨리 죽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형을 좀 편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야. 칼로 목을 찌르면 쉽게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 모양 이 꼴이야. 힘 있게 칼로 찔렀는데 칼끝이 옆으로 미끄러진 모양이야. 칼날이 망가지지는 않았어. 지금 내 목에 박힌 칼을 뽑으면 난 지금 당장 죽을 수 있을 거야.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지. 마지막 부탁이야. 날 도와줘.”
-「다카세부네」 중에서-

[참고] 우리나라 소설의 효시랄 수 있는 이인직의 혈의누가 1906년 작품이다.  동시대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