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우리 현대사-박정희 군사 정권 초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 고다마 요시오(1911 ~ 1984년)란 인물을 모델로 하여 쓴 작품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읽게 된 작품. 해설 자료에 따르면 사회파 추리소설의 원조(?)라 불리는 작가의 초기작이라고 한다. 1964년에 출간했다고 하니 거의 70년 전 작품이다.
작품 내용은 고다마 요시오가 죽음을 앞둔 와병 상태에서도 폭력 조직을 거느리고 정,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로 나오는데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60년 대여서 고다마의 실제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고다마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김종필 씨도 만나는 등 한일 수교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성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고다마 요시오"를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추측컨대 고다마 요시오가 일본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걸 보고 이에 반감을 느껴 쓴 것 아닐까(?) 싶다. 작가도 이미 유명인사여서 테러당할 걱정은 안 한 것일까? 일본인은 수상 등 고위 지도층까지 거침없이 암살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작품은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가독성 면에서는 100점을 줄 수 있겠으나 작품성 면에서는 글쎄다인 쪽이다. 하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인간의 길이 아닌 짐승의 길로 들어서 사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일 테니까 그런 점으로 보면 내 생각은 틀린 것일 수도 있겠다. 단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야쿠마루 가쿠같은 작가들의 작품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70여 년 전 작품이니 흐른 그 세월만큼이나 정교해진 현존 작가의 작품과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인 측면도 있으니까.
작품에 관한 자세한 해설은 아래 책 소개와 작품 하권 말미에 있는 번역자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책 소개: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62년 1월 8일부터 1963년 12월 30일까지 《주간신초》에 연재되었다가 다음해인 1964년에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이다. 당시 세이초는 작가 부문 소득액 순위에서 매년 1위를 달렸고, 나오키 상 선고위원이었으며, 무려 열여덟 편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신문과 잡지에 폭풍 연재하던 중이었다. 아울러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 『심층 해류』, 『현대 관료론』 등을 쓴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일본 저널리스트회의 상을 수상하고,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한 시기라 볼 수 있을 듯하다. 『짐승의 길』 첫 페이지에서 독자는 다음과 같은 문구와 마주하게 된다. “짐승길이란 산양이나 멧돼지 등이 지나다녀서 산중에 생긴 좁은 길을 말한다. 산을 걷는 사람이 길로 착각할 때가 있다.” 이를 보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쯤 짐작할 수 있다. 산속에서 짐승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사람이 만든 길로 착각하고 발을 내딛으면 어떻게 되는가. 길을 잃고 헤매겠지. 절벽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즉 ‘짐승의 길’이란, 가지 말아야 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인간의 말로를 가리키는 통절한 메타포이다.
[줄거리]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기토 고타라는 정재계의 거물을 파헤쳐 보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소설이지만, 1960년대라는 고도성장기의 이면을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다미코는 뇌연화증으로 누워 있는 남편을 대신해 고급 온천 여관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히사쓰네는 즐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가정의 가장이자 말단 형사다. 다미코의 남편은 병으로 쓰러진 후부터 틈만 나면 짐승처럼 그녀의 몸을 탐하거나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학대한다. 히사쓰네의 아내는 무능하고 경제력 없는 남편에게 시종일관 히스테리를 부린다. 급기야 다미코는 고의적으로 집에 불을 질러 남편을 살해함으로써, 히사쓰네는 오로지 다미코를 품고자 하는 일념으로 그녀를 추격하면서, 두 사람 다 짐승의 길로 들어선다.
한편 남편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뉴 로얄 호텔의 지배인 고다키의 주선으로 다미코는 정재계의 흑막인 기토 고타의 여자가 된다. 흑막이란 가부키에서 나온 말로 검은 막 뒤에서 무대 전체를 조종하는 자를 가리킨다. 한국어 판의 해설을 쓴 조영일 씨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런 흑막의 대표격으로 고다마 요시오라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짐승의 길』에 등장하는 기토 고타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다(고다마 요시오에 관해서는 『짐승의 길』 해설을 참조해 주기 바란다). 기토는 국철의 총재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로, 재계는 물론 정치의 뒷면에서도 이권을 얻기 위해 자유자재로 인사를 조작하는 흑막이다. 그런 만큼 과거는 무수한 비밀에 쌓여 있고, 그를 둘러싼 인물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력적이고 발군의 성적 기교를 가진 기토는 다미코의 젊음을 흡수하면서 병상에서 정재계를 교묘하게 조종한다. 원작의 해설에서 잘 지적했듯 “작가의 노림수는 이 다미코라는 평범한 여자의 작은 악을 하나의 창구로 활용하여 짐승의 길을 더듬어 가며 자연스럽게 일본 사회의 깊은 부분에 자리 잡은 악의 근원에 바짝 접근하여, 거기서부터 균열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기토와 얽힌 다미코도, 히사쓰네도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형사가 자신의 욕정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추격했으니 그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당연하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어쩐지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저들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작가의 물음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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