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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의 흑역사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이완배

Bawoo 2023. 6. 27. 10:21

 

경제 전쟁의 흑역사 (시장 질서를 박살 내고 세계경제에 자살골을 날린 무모한 대결의 연대기)

저자:이완배, 출판:북트리거, 발행:2023.03.30

 

[소감] 아래 책 소개 및 출판서 서평으로 갈음.

 

책 소개: 교보문고- 목차, 저자 프로필 등 전문은 책 제목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경제는 제로섬 게임일까?”

패권 다툼과 시장 쟁탈로 점철된 끝없는 경제 대결의 역사

 

『경제 전쟁의 흑역사』는 15세기 대항해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굵직한 경제 전쟁 24가지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등을 거쳐 현재 《민중의소리》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활동하는 이완배가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경제 대결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대항해시대 이래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패권을 장악하려는 욕구는 세계 곳곳에 경제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제국주의가 휩쓴 19세기까지 총칼을 앞세웠던 이 냉혹한 전쟁은 갈수록 시장 쟁탈전, 화폐 전쟁, 무역 전쟁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총성 없는 전쟁 역시 군사 전쟁 못지않게 치명적이다.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고, 패권국의 지위를 뒤흔드는가 하면, 보복의 악순환이 세계경제에 파국을 몰고 오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의 오랜 갈등을 추적하는 한편,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무역 분쟁, 디지털 세금 전쟁의 뿌리를 파헤친다. 나아가 무모한 경제 전쟁의 끝은 재앙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 고개를 든 지금의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출판사 서평]

경제 전쟁의 역사를 아는 것은

곧 세계 질서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

 

1부 ‘뜨거운 전쟁’에서는 실제로 총칼을 들고 치른 경제 전쟁 12가지를 다룬다. 17세기 해상 지배권을 놓고 벌어진 영란전쟁, 본국과 식민지 사이의 세금 문제가 촉발한 미국 독립전쟁, 영국이 무역 적자를 만회하려고 아편을 청에 수출했다가 일어난 아편전쟁, 새똥이 발단이 된 현대 최초의 자원전쟁인 구아노 전쟁, 해상 무역로의 지배권을 둘러싼 각축전인 수에즈전쟁, ‘석유 전쟁’의 성격이 강한 이라크전쟁 등 세계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전쟁이 등장한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력 동원과 전쟁도 불사한 무모한 대결을 살펴보며 수많은 분쟁의 이면에는 결국 경제 문제가 숨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저자가 안내하는 여정을 따라가면 세계경제의 패권을 주도해 온 강대국의 흥망성쇠가 한눈에 들어온다. 15세기 대항해시대를 열어젖히며 시장을 개척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부터, 발달한 선박 제조술과 항해술을 바탕으로 17세기 무역 강국으로 떠오른 네덜란드, 노예무역과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명실상부한 산업국가가 되어 세계무역을 좌지우지한 영국, 기축통화인 달러 덕분에 결코 망하지 않는 불멸의 제국을 건설한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의 주연 자리는 수없이 바뀌어 왔다. 이들은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때에 따라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자국의 이익에 맞게 사용해 왔다. 국내 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확보됐을 때는 자유무역 정책에 열을 올렸지만, 세계 시장에서 뒤처질 경우에는 무역 장벽을 높이는 보호무역을 선택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의 충돌은 전쟁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전 세계적 힘의 질서를 재편했다.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국제시장의 기회와 이득까지 알뜰하게 챙기려는

치열한 머리싸움의 역사!

 

2부 ‘차가운 전쟁’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대의 체제 경쟁부터 WTO 체제 이후의 무역 분쟁까지, 총성 없는 12가지 경제 대결을 다룬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에 걸친 EU와 미국 사이의 바나나 무역 분쟁, 소련 붕괴 계획의 일환인 미국의 저유가 정책, 일본 제조업을 꺾기 위한 미국의 환율 전쟁 등 시작부터 끝까지 오롯이 경제적 이유로 추동되고 경제적 수단이 무기가 된 분쟁이 등장한다. 눈앞에 총탄이 날아들고 포연이 가득한 전쟁터는 없지만,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각국의 힘겨루기는 군사 대결 못지않게 격렬하다. 시장 쟁탈전·화폐 전쟁·무역 전쟁·WTO 제소 등 각종 수단이 동원되는가 하면, 치열한 머리싸움과 암투가 난무한다. 저자는 이 같은 경제 대결이 자국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국제시장의 기회와 이득까지 알뜰하게 챙기려는 이기적인 욕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생생히 보여 준다.

 

끝없는 경제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의 오랜 갈등이다. 분업을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선진국과 후발 주자 사이의 격차를 벌리고 고착화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저자는 “기존의 자유무역은 말만 자유무역이지 실상은 착취의 과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선진국의 착취가 계속된다면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 자체에 반기를 들 것라는 경고도 덧붙인다. “당장은 선진국의 힘으로 약소국의 분노를 억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원한이 쌓이면 언젠가 큰 전쟁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선진국의 횡포를 막기 위해 보호무역을 선택하면, 분업으로 얻는 막대한 효율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촉발한 관세 전쟁, 2010년 중국의 대(對)일 경제 보복인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등의 사례를 들며 남의 숨통을 막으면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이 어떻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시장 질서에 치명상을 남겼는지 짚는다. 결국 불필요한 분쟁을 막고 분업의 효율을 높이는 유일한 길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 자유무역, 호혜와 평등을 기반으로 한 상생의 자유무역”이다.

 

인간의 이기심을 찬양하라?

툭하면 경제의 발목을 잡고 평화를 끝장내는데도?

 

이 책은 경제 전쟁을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에 비유한다.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힌 두 상대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모습이 치킨 게임과 같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2018년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던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치킨 게임에서 승률을 높이는 최고의 전략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미치광이 전략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라는 신호를 주며 공포감을 조성해서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는 방법으로, 일종의 충격 요법이다. 하지만 승률을 높이기 위한 미치광이 전략에도 허점이 있다. 과하게 사용할 경우 상대에게 통하지 않아 점점 더 자극적인 도발이 필요하게 되고, 그러다가 상대까지 같은 전략을 사용하면 결국 둘은 외길에서 충돌해 공멸할 수 있다.

 

저자는 훨씬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극단적인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체결된 베르사유조약의 나비효과를 설명하며, 대립의 이데올로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당시 승전국 영국과 프랑스는 패전국 독일을 향한 초강경책에 동의해 독일에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독일 경제가 박살이 나면서 이웃한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공황까지 겹쳐 재기 불능의 경제적 파국을 맞은 독일은 히틀러를 지도자로 선출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주 잠깐 독일을 파멸시켰다는 감정의 배설에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시장 질서가 박살 나고 평화가 끝장나는 등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우리가 경제 전쟁의 역사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발전하지 못한다. 때로는 어리석고, 때로는 무모했으며, 그래서 너무 자주 인류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이 분쟁의 기록을 우리는 가감 없이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거울로 삼아, 다가올 미래에는 진정으로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평화로운 경제(經濟) 본연의 길을 찾아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깃발 아래 ‘이웃 나라를 희생시켜서라도 나부터 살자’는 각자도생의 생존 전략이 힘을 얻고 있는 요즘, 『경제 전쟁의 흑역사』는 극단적 경제 대결의 승자는 있을 수 없다는 통렬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