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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밥, 똥, 일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의 밥, 똥, 일을 지켜낼 것인가?):조재우

Bawoo 2023. 7. 5. 11:56

밥, 똥, 일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의 밥, 똥, 일을 지켜낼 것인가?)

저자:조재우, 출판:사과나무, 2019.05.20.

[소감] 가장 짧은 기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 그러나 이에 따른 어두운 면도 많다. 빈부격차, 인구 소멸 등. 가장 걱정스러운 건 지금이 우리나라의 피크인 건 아닌가 하는 점. 언론인인 저자는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칼럼 형식으로 썼는데 아주 유익하게 읽었다. 언론기관도 진보, 보수 성향으로 나뉘어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인데 소속 언론사의 성향과 관계없이 어느 쪽에 치우지치 않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쓴 내용이라 읽는데 불편함도 없었다. 누구나 읽기 쉽게 알기 쉬운 내용으로 쓰여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랄 수 있겠다.

책 소개

불평등이 가져올 역성장의 낭떠러지

우리나라의 2019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함으로써 역성장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혹자는 앞으로 닥칠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예고하는 시그널이라고도 했다. 저성장 시대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불평등으로 인해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가 심화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사회는 제로섬 게임 안에서 갈등과 투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과 일자리가 있는 사람,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라진다. 부자와 빈자를 가르고 부의 극단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를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규정하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양극화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그 해법을 찾아내려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빈곤, 양극화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그 해법을 찾아내려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할 일 있으면 살 만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다소 원색적인 이라는 책제목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에피소드가 있다. 대학 졸업 무렵 저자가 우울해 있을 때 어머니가 들려준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할 일 있으면 살 만한 거다”라는 얘기에 방황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 먹을 것 걱정 없고, 건강하고, 할 일도 있다, 이 정도면 행복을 누리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누려야 하고, 누릴 권리가 있는 작은 행복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조차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음을 저자는 우려하고 있다.

저자는 ‘밥’, ‘똥’, ‘일’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중의적 의미를 이 책의 큰 틀(주제)로 삼았다. 밥은 ‘경제’로, 똥은 ‘정치’로, 일은 ‘사회’로 연결지어 서술하고 있는데, “똥의 정치라니!”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밥과 경제’에서는 저성장의 그림자, 기술 진보의 그늘, 불평등의 구조화 등 우리 사회의 난제들을 관통시켰다.

2부 ‘똥과 정치’에서는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가)의 탐욕에 관해 다룬다. 민주주의 위기, 미국의 패권주의, 이기적인 정치, 재벌의 타락 등 오염된 정치가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가를 다루고 있다.

3부 ‘일과 사회’에서는 청년실업의 심각성, 요즘 한창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연대임금, 행복한 일자리에 관해 얘기한다. 특히 청년실업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국가의 존속을 위협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전투에 실패한 자는 용서해도, 배식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

저자는 군대에서 훈련 받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불평등과 분배 정의의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배식 당번들이 앞줄 병사들에게 밥을 많이 퍼주는 바람에 뒷줄 병사들이 밥을 못 먹게 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구대장이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전투에 실패한 자는 용서해도, 배식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라고 훈시했던 것. 이처럼 분배 정의란 자원의 합리적ㆍ효율적 배분이라는 경제학적 개념에, 불평등과 갈등을 조절하는 윤리적, 규범적인 요소가 가미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승자독식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임금노동자 중 상위 1%가 임대료 수입, 이자 등 자산소득까지 감안하면 임금노동자 평균의 26배를 벌었다는 통계도 있다. 노동자 간 격차가 이럴진대 재벌 총수 등 자본가, CEO와의 격차는 어떨까. 분배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소문난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는 많은 국내외 석학들의 사상이 핵심적으로 잘 소개되어 있고, 다양한 시사용어와 경제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어 깨알 지식을 읽는 재미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