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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Shostakovich, Symphony No.13 in B flat minor Op.113 `Babi Yar`)

Bawoo 2014. 3. 9. 13:58

Shostakovich, Symphony No.13 'Babi Yar'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3번 ‘바비 야르’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Sergej Aleksashkin, bass

Groot Omroep Mannen Koor

Radio Filharmonisch Orkest

Dmitri Slobodeniouk, conductor

Concertgebouw, Amsterdam

2011.04.03

 

Dmitri Slobodeniouk/RFO - Shostakovich, Symphony No.13 'Babi Yar'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9월 19일, 불가침 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바바로사’라는 작전명에 따라 소련으로 침공한 독일군은 45일간의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 입성했으나 시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폭탄 공격으로 수많은 독일 병사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소련 NKVD(KGB의 전신)의 소행이었지만 배후에 유대인이 있다고 판단한 나치 친위대(SS)는 키예프의 유대인 전체에 보복하기로 결정했다. 키예프 시 외곽에 있는 바비 야르에 유대인들을 모두 모은 뒤 36시간 동안 약 3만4천 명을 살해했다. 바비 야르의 학살은 SS의 이동학살분대(Einsatzgruppen)가 저지른 가장 규모가 큰 학살로 손꼽히며 나치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로 역사에 남아 있다.

 

나치 친위대의 ‘바비 야르’ 유대인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작품

그러나 독-소전에서 유대인 학살은 나치의 작품만은 아니었다. 나치 치하에 들어간 동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반유대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는 조국을 점령한 독일인을 증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치의 반유대 정책을 지지하며 그들은 자발적으로 유대인들을 살해하기 일쑤였다. 소련 또한 전통적으로 반유대주의가 만연했던 곳으로서 20세기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야사 하이페츠도 유년기 시절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서야 비로소 아우어 클래스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유대인 차별이 심했다. 특히 소련의 스탈린은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공포정치를 위해 대대적인 유대인 숙청 작업을 계획했지만 1953년 그가 급서하면서 다행스럽게도 실행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유대인 억압은 스탈린 사후에도 공공연히 자행되었다.

1. 1942년 나치 이동학살부대에 의해 러시아 키예프에서 자행된 유대인 학살 장면. 사진 속 한 여인이 나치 군사의 총탄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몸으로 감싸고 있다.

2. 러시아 키예프의 바비 야르 학살에서 죽음을 당한 유대인을 위한 추모탑.

쇼스타코비치는 1962년 후반에 작곡한 교향곡 13번을 통해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 조직과 외롭지만 용감한 대결을 벌였다. 전작인 11번 교향곡(1957년)과 12번 교향곡(1960년)을 통해 작곡가는 각각 1905년 혁명과 1917년 혁명을 음악에 반영하여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역사를 정리한 바 있다. 더 나아가 그 이전에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7번과 8번 교향곡, 스탈린의 요구로 전쟁의 승리를 희화적으로 그린 9번 교향곡을 작곡하여 전쟁과 억압으로 피폐해진 조국과 인민들에 대한 자신만의 은밀한 관점을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음악적 캔버스에 옮겨 놓은 바 있다.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소련 내의 반유대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일종의 경고를 강한 어조로 은유하고자 전쟁 중 바비 야르에서 자행된 나치의 유대인 박해 사건을 텍스트로 삼아 베이스 독창과 합창,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13번을 작곡했다.

쇼스타코비치는, 1933년 소련 태생으로 1950년대부터 반 스탈린적인 시를 발표하여 인기를 얻고 있던 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가 1961년에 발표한 ‘바비 야르’라는 시를 텍스트로 삼기로 했다. 반파시즘과 반유대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는 이 패러독스적인 소련의 현실을 비판하는 시를 접한 쇼스타코비치는 지금까지 잘못 해석되고 이해되어 온 자신의 교향곡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그는 텍스트라는 보다 명료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 러시아의 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Yevgeny Yevtushenko, 1932~ ).

그는 옙투셴코처럼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의도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교향곡 첫 악장에 “유대인 혐오자들 앞에 선 나는 유대인이다.”라는 말을 적어 놓기도 했다. 또한 작곡가가 음악학자 솔로몬 볼코프와 나눈 대화 내용에서는 ‘바비 야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사람들은 옙투셴코의 시가 발표되기 전부터 바비 야르를 알고 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렇지만 시를 읽는 순간 침묵은 깨졌다. 예술은 침묵을 파괴하는 법이다.”

이 곡은 조성적인 어조를 중심으로 러시아어의 자연스러운 악센트와 남성 성악가들이 자아내는 무거운 분위기가 펼쳐지는 일종의 연가곡적 성격을 띤 교향곡이다. 소비에트의 노선을 따르기 위해 작곡한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나 초기 오페라 작품은 차치하고, 텍스트의 직접성을 교향악에 접목하기를 거부했던 그로서는 성악을 교향곡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특히 베이스 독창이 표현해 내는 강한 어조의 웅변과 날카로운 표현력,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처절하면서도 아이러니한 효과, 현악군의 심원한 프레이징 등은 시의 메시지와 클라이맥스를 극대화시켜 현실에서 겪고 있는 무서운 진실을 청각화했던 것이다.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거창한 이념이나 형식적인 정쟁이 아닌, 바로 러시아의 휴머니즘을 지키는 것으로서, 성악이 더해진 교향곡이라는 형식은 조직적이고도 반도덕적인 억압과 폭력을 고발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합창을 수반한 다악장의 교향곡

원래는 성악이 가세한 단악장의 교향시로 구상했지만 1962년 3월 27일 첫 악장을 완성한 뒤 쇼스타코비치는 옙투셴코의 다른 시 세 편을 추가하여 합창을 수반한 다악장의 교향곡으로 확대하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작곡가는 옙투셴코에게 4악장 ‘두려움’을 위한 시를 새로 써 달라고 요청하여 결국 총 5악장으로 구성했다. 이후 단 6주 만에 나머지 네 개의 악장을 작곡한 쇼스타코비치는 1962년 7월 20일에 총보 작업을 마쳤다. 옙투셴코는 후일 자신이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바로 이렇게 작곡했을 것이라며,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으로 인해 자신이 더 발전하고 의식적이며 강력한 시인이 될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만큼 이 교향곡이 갖고 있는 예술적 성취도와 흡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은 강력했다.

좌측로부터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하차투리안, 1940년대 사진

원래 예브게니 므라빈스키가 초연의 지휘를 맡기로 했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키릴 콘드라신으로 바뀐 채 1962년 12월 18일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소비에트 조직 입장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이러한 유대인에 대한 옹호와 관료주의에 대한 조롱이 담긴 작품은 결코 달가울 수 없었다. 당시 음악원 밖 광장에는 경찰이 비상 경계선을 치고 둘러쌌고 관례적으로 항상 인쇄되어 배부되었던 콘서트 프로그램 또한 나누어 주지 않았다. 기관지 프라우다에서는 이 초연 행사를 완전히 무시해버린 채 “어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3번이 연주되었음”이라는 단 한 줄의 기사만을 내보냈을 뿐이었다. 평가와 정보를 차단시켜 다음 연주회를 열지 못하도록 대중적인 관심과 기대감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 시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누가 저주를 퍼부었는지는 잊어졌으나, 누가 저주를 받을 것인지 우리는 기억한다.” 결국 초연 시 히스테릭에 가까울 정도의 박수와 환호를 퍼부은 청중에 의해 강압된 침묵은 깨져버렸고 그렇게 쇼스타코비치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이 교향곡의 구성은 솔로 베이스와 남성 베이스 합창과 더불어 현악 파트들, 세 대의 플루트와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네 대의 호른, 석 대의 트럼펫과 트롬본, 한 대의 튜바, 두 대의 하프 외에 팀파니,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우드블록, 탬버린, 스네어 드럼, 심벌즈, 종, 탐탐, 글로켄슈피엘, 실로폰, 첼레스타, 피아노 등의 대편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앙상블은 대단히 실내악적이고 세밀하여 시어의 의미와 표현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Bernard Haitink/RCO - Shostakovich, Symphony No.13 'Babi Yar'

Marius Rintzler, bass

Royal Concertgebouw Men's Chorus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Bernard Haitink, conductor

Concertgebouw, Amsterdam

1984.10

1악장: ‘바비 야르’. 아다지오

나치에 의해 바비 야르에서 학살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안에는 드레퓌스 사건과 비알리스토크 유대인 학살, 안네 프랑크와 같은 역사적 사실이 거론되며 반유대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음악은 오페라에 가까울 정도로 극적이고 묘사적이되 어디까지나 지극히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다. 초연 이후 옙투셴코는 이 악장의 몇몇 구절을 개정했고 쇼스타코비치는 이를 승인하여 개정된 버전으로 연주도 이루어졌지만 악보에는 그대로 오리지널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이 악장의 음악적 아이디어는 그의 <영국 시에 의한 여섯 개의 로망스> 가운데 세 번째 곡인 ‘처형 직전의 맥퍼슨의 고별 장면’에서 비롯한 것으로서 종소리와 함께 일종의 고정악상처럼 음악 곳곳에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한편 합창의 비극적인 절규는 11번 교향곡에서의 군중과 황제 호위대의 충돌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악장: ‘유머’. 알레그레토

“차르, 왕, 황제와 같은 세계의 통치자들은 사열을 명령할 수 있지만 유머는 명령할 수 없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2악장은 말러와 무소륵스키의 영향을 연상케 하지만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뒤틀린 풍자와 아이러니컬한 유머, 희화적인 군대 행진곡 리듬이 빛을 발한다. 스탈린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던 예술가이자 인본주의자로서의 작곡가 자신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3악장: ‘가게에서’. 아다지오

2차 세계대전 동안 일과 가정에 충실했던 러시아의 여인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그리는 동시에 이들을 속이고 탄압하는 국가의 위선적인 폭력을 고발하고 있다. 호른의 긴 유니슨과 하프의 무표정한 스타카토, 현악군의 음울한 음조를 바탕으로 베이스와 남성 저역 합창의 담담한 노래가 곡의 탄식조적인 성격을 더욱 배가시킨다. 한편 이러한 모노톤적인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냄새, 소음, 색, 모습과 같은 공감각적인 요소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4악장: ‘두려움’. 라르고

앞선 악장보다 더 침잠하는 분위기와 강력한 음향적 효과로 가장 큰 두려움이 내부에 있음을 역설한다. 튜바의 음산한 울림이 짙게 깔리며 남성 합창이 “공포는 러시아에서 소멸되어 간다.”라는 시를 노래 부르며 시작하는 이 악장은 모더니스트로서 쇼스타코비치의 능력이 응축되어 있는 명대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행진곡에 맞추어 합창이 공포를 일깨운 뒤 종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베이스의 웅변과 오케스트라의 대약진이 펼쳐지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5악장: ‘경력’. 알레그레토

마지막 악장은 플루트 듀오로 목가적인 멜로디가 그로테스크하게 제시되며 폭풍이 지난 뒤 다시 햇살이 펼쳐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자아낸다. 그리고 갈릴레오라는 단어가 패러디로 등장하면서 현악과 바순을 비롯한 목관악기들, 스네어 드럼, 현악 피치카토가 차례로 등장, 빈정거리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냉소를 띤 클라리넷이 절망적인 비웃음을 묘사하고 현악은 단념하는 듯한 자장가를 연주한 뒤, 마지막으로 오르골을 연상케 하는 첼레스타의 구슬픈 멜로디와 허무한 종소리가 짧게 울려 퍼지며 끝을 맺는다.

 

추천음반

1. 아르투르 에이젠(베이스)/ 모스크바 필하모닉/ 키릴 콘드라신(지휘). Melodiya

2. 아나톨리 사피울린(베이스)/ USSR 문부성 심포니 오케스트라/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 Melodiya

3. 아나톨리 코체르가(베이스)/ 괴텐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네메 예르비. DG

4. 세르게이 알렉사슈킨 (베이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마리스 얀손스. EMI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현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9.2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36165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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