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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in E flat major Op.107)

Bawoo 2014. 3. 9. 15:23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in E flat major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

Dmitrii Shostakovich

1906-1975

Johannes Moser, cello

Stanisław Skrowaczewski, conductor

hr-Sinfonieorcheste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Alte Oper Frankfurt

2013.03.22

 

Johannes Moser/S. Skrowaczewski/FRSO -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1959년 여름은 쇼스타코비치에게 운명적인 시기였다. 그는 당시 레닌그라드(현재는 원래 지명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뀌었다) 근교에 위치한 코마로보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1953년 이곳에서 그는 스탈린의 죽음을 기념하기 위해 교향곡 10번을 작곡한 바 있었다. 이 독재자의 죽음이 작곡가의 삶을 극단적인 종말로 향하도록 변화시켰다는 것은 사실이다. 2년 뒤 죽음의 사자가 쇼스타코비치의 가족을 찾아와 1954년 말 그의 부인인 니나 바르사르가 결국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이 불행은 쇼스타코비치에게도 몰아닥쳐 병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는 마르가리타 카이노바라는 젊은 여인과의 새로운 사랑과 결혼으로 구원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 1959년 여름, 그는 코마로보의 한 작은 도시에서 안식처를 발견했고, 이곳에서 그는 이혼 후 아내가 신혼집이 있는 모스크바를 떠날 때까지 머무르게 되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첼로 협주곡 1번을 작곡한 것이다. 1959년 6월 6일, 쇼스타코비치는 <소베츠카야 쿨투라>에 기고한 한 기사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수반한 첼로 협주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프로코피예프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연주를 듣고 난 뒤 창작의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쇼스타코비치가 그 이전이나 그 이후로 작품의 창작 동기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프로코피예프에 대한 당시의 언급은 전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기록이다. 이 이야기에는 이 두 개의 첼로 작품들과 관련된 한 출중한 실력의 젊은 첼리스트가 등장한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가 그 주인공으로서 프로코피예프는 자신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그에게 헌정했고 쇼스타코비치 역시 그를 염두에 두고 첼로 협주곡 1번을 작곡하여 헌정했다.

쇼스타코비치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뜨거운 열정과 탁월한 연주력을 존경했고, 유머러스한 극장적인 감각과 더불어 협주곡의 솔로 파트와 협주 파트 모두를 하나로 통합해 내는 능력 또한 높이 칭송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을 헌정 받은 로스트로포비치는 예브게니 므라빈스키가 이끄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반주로 1959년 10월 4일 이 작품을 초연했다.

왼쪽부터,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하차투리안(1940).

Mischa Maisky/Leo Siberski/SRSO -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1

Mischa Maisky, cello

Leo Siberski, conductor

Saarbrücken Radio Symphony Orchestra

1악장: 알레그레토

총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첼로 협주곡은 간결하게 시작한다. 솔로 악기인 첼로가 4분 음표들을 어딘지 진부한 듯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노래 부른다. 이내 주요 주제로 변화하고 전체 네 개의 악장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1악장과 4악장의 형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비록 무궁동에 가까운 시퀀스가 연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이 순간적으로 지나쳐버리는 4분 음표의 그림자는 결코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진행될수록 강력한 힘을 얻으며 강화되어 대범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쇼스타코비치는 첫 악장에 대해 “흥겨운 행진곡 스타일에 의한 알레그레토”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종의 카니발 음악으로서 과잉과 불명료함으로 가득 차 있다

1943년에 피아노 트리오 Op.67을 작곡한 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이니셜인 ‘D.Sch.’를 음악에서 네 개의 음표로 구성된 시퀀스인 D-Es-C-H(영어로는 D-E플랫-C-B)로 혼합하는 것을 즐겨 했다. 그는 교향곡 8번과 10번, 현악 4중주 8번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바 있다. 바흐의 역사적인 예를 따라 그는 이렇게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에 연속성의 요소를 부여한 것이다. 이 첼로 협주곡 1번 첫 악장 알레그레토에 등장하는 4분음표의 주요 주제 또한 바로 이러한 경우로서, 여기서는 순수한 자신의 이니셜보다는 살짝 변형된 형태를 사용했다. 그것은 D-Es-C-H를 C-H-Es-D(C-B-E플랫-D)로 바꾼 것으로서 애조 띤 두 번째 주제 음정으로 두 차례 등장한다. 이 주제는 호른을 통해 연주되며 첼로 솔로와 앙상블을 이룬다.

2악장: 모데라토

세련된 궁정 무곡인 사라반드처럼 시작되는 2악장 모데라토에서 우리는 혼돈에 직면한 쇼스타코비치가 얼마나 절제된 형식과 환상적인 멜랑콜리를 멋지게 결합해 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첼로와 클라리넷은 러시아 민속음악 스타일의 단편에서 기인한 듯한 애처로운 멜로디들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 부분을 듣는 순간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닮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포르티시모와 에스프레시보, 테누토로 표현되는 큰북의 타격 음이 표현력 강한 폭발을 일으키며 쇼스타코비치가 구축한 그 우아한 질서를 산산이 찧어 놓을 때까지 오케스트라 파트는 점점 강도를 더해 간다. 특히 이 작품은 호른 외의 다른 금관악기가 등장하지 않지만, 팀파니의 개시를 따라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폭포수처럼 갑작스럽고 빠르며 정확하게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제 우리는 한번 들으며 결코 잊지 못할 음악적 풍경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해체된 멜로디와 형식적 구조가 다시 재건되기 시작하며 모든 악기들은 고유한 음향을 잃어버린 채 전혀 다른 공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가장 먼저 첼로 솔로에 의해 제시되는데, 이 부분은 플래절렛 음표들로 연주해야만 한다.

첼로가 자아내는 이 엄청난 암시적인 음향은 결코 분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특수한 효과는 첼레스타가 등장하는 부분부터 2악장 마지막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되며 애조 띤 멜로디에 종소리 같은 은빛 조명이 소용돌이치게끔 한다. 베를리오즈와 말러 덕분에 첼레스타는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묘사하는 악기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쇼스타코비치 역시 자신의 이상적인 세계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 악기를 사용했다. 무려 11분 이상의 연주시간을 요하는 이 2악장이야말로 이 협주곡의 중심이자 작곡가의 정신을 대변하는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샤 마이스키

3악장: 카덴차 - 아타카

카덴차는 일반적으로 작품 전체 가운데 등장하는 솔로 악기를 위한 화려한 대목인데, 이 협주곡에서는 그 자체로 독립된 악장으로서의 형식과 내용을 갖고 있다. 3악장 카덴차는 이전 주제들과 동기들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하고 이를 어느 정도 집중적으로 인용하고 실험해 나아간다. 이어지는 피치카토를 통해 음악은 침묵과 고독의 벽을 향하며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한다. 결국 분위기는 돌고 돌아 음악은 고요한 수심으로부터 시끄러운 혼잡함을 향하여 도망쳐 나간 뒤 카니발을 연상케 하는 말러리안적인 세계의 초상으로 돌아온다.

4악장: 알레그로 콘 모토

1악장에서는 첼로와 호른이 파트너로서 호흡을 함께 하지만 마지막 4악장 알레그로 콘 모토에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첼로는 영웅적인 역동성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처럼 질주하기 시작한다. 슬픔과 탄식, 사려 깊은 통찰력 등등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요소들이 이제는 공허함으로 치부되었는가 싶지만, 호른 파트는 절제력을 바탕으로 오롯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나간다. 재현부에서 이전에 등장했던 시끌벅적함이 다시 시작되고 첼로는 작곡가의 이니셜인 ‘D.SCH.’를 따라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한편, 호른은 상처받은 영혼의 아바타라고 말할 수 있는 4분 음표의 작은 모티브를 한 음 한 음 강조하며 부각시키는 작업을 하며 악장을 결말로 이끈다.

 

추천음반

1.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유진 오먼디. SONY

2. 트루스 뫼르크/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마리스 얀손스. Virgin Classics

3. 나탈리 구트만/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리 테미르카노프. RCA

4. 장한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파파노. EMI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로서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11.0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0026&leafId=66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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