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Symphony No.2 ‘Little Russian’
차이콥스키 교향곡 2번 ‘소러시아’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Valery Gergiev,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Barbican Centre, London
2011.03.23
러시아의 1860년대는 크림 전쟁(1854-1856)의 패배를 계기로 개혁에 대한 요구가 한꺼번에 분출하던 시대였는데, 그 물결을 타고 이 무렵 러시아 음악계에는 이미 유럽에서는 절대음악의 정점에 선 교향악에 대한 욕구가 일제히 일기 시작했다. 국민악파 ‘5인조’의 결성과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설립은 그러한 욕구의 소산이다. 안톤 루빈스타인이 3곡의 교향곡을 발표했지만, 러시아 음악 수준을 유럽 음악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모방과 아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1기생으로 은상(금상은 아직 없었음)을 타고 졸업한 차이콥스키에게 큰 기대가 걸렸다. 차이콥스키는 안톤 루빈스타인을 존경하고 또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알고 새로운 길을 열어 가려는 세대에 속해 있었다.
러시아 민요 선율을 활용한 교향곡
차이콥스키는 초기에는 민요 선율을 활용하는 것이 러시아 교향곡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는 국민악파와 마찬가지로 주제의 선율을 민요 그 자체에서 추구했지만, 완결된 내용을 가지는 기존의 민요 선율에서는 음악적 표현이 한정된다는 것을 알고, 민요의 이디엄을 활용하되 폭넓은 표현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창작 주제를 꾸준히 탐색해 나갔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에서와 같이 형식적 전개를 주로 하는 음악적 수법에서는 마지막까지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가 1888년 콘스탄틴 대공에게 보낸 편지에서 베토벤의 위대함을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구절은 그의 음악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소러시아)의 전통 민속 춤.
“나는 음악에 대한 형식을 파악하고 조작하는 하는 것에 대해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평생 괴로워했다. 나는 이 선천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형식에 있어 진정으로 완전한 것을 만들지 못한 채 무덤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나의 작품은 항상 군더더기로 가득한데, 유식한 사람이 보면 금방 알아채겠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차이콥스키 교향곡 곳곳에 나타나며 러시아적 센티멘털리즘이 넘쳐흐르는 선율은, 섬세한 슬픔의 감정으로부터 격정의 분출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음향과 음색을 통하여, 고전적 형식 전개 아래에 숨겨진 표제성을 연츨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의 교향곡에 깊이를 더했음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바로 차이콥스키 교향곡의 가장 큰 매력이자 때로는 결함이기도 하지만.
차이콥스키의 전기 교향곡 3곡 중 기교적으로 가장 앞선 교향곡 2번은 ‘소러시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번호가 붙은 그의 교향곡 1~6번 중에서 그 자신이 표제를 붙인 곡은 1번 ‘겨울날의 백일몽’과 6번 ‘비창’뿐이다. 2번 ‘소러시아’와 3번 ‘폴란드’는 통칭 또는 애칭이다. 소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옛 명칭이다. 차이콥스키는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학생 시절부터 여름방학은 종종 누이동생 알렉산드라의 시댁인 우크라이나 카멘카의 다비도프의 집에서 보내곤 했는데, 그때 인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우크라이나의 민요와 친숙해졌다. 이 교향곡 1악장과 4악장에서 우크라이나 민요를 직접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콥스키의 친구이자 음악 평론가인 니콜라이 카시킨(블라디미르 스타소프 설도 있음)이 ‘소아시아’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교향곡 2번의 작곡은 1872년 7월부터 10월에 걸쳐 이루어졌으며(제1고), 러시아 음악협회 모스크바 지부에 헌정되었다. 초연은 1873녀 2월 7일 모스크바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이루어졌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 작곡을 마친 후 1879년에 교향곡 2번 제1고를 개정하여 제2고를 발표했다. 제1고의 1악장에서는 서주에서 파생된 제1주제가 사용되었는데, 제2고에서는 이 주제의 요소에서 제2주제를 만들어 전혀 새로운 제1주제를 더함으로써 양자의 대비를 근간으로 한 형식성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알렉산더 타네예프는 출판되지 않은 제1고가 개정된 제2고보다 낫다고 평했지만, 오늘날 주로 연주되는 것은 제2고 악보이다.
Kurt Masur/RCO - Tchaikovsky, Symphony No.2 in C minor Op.17
Kurt Masur, conductor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Concertgebouw, Amsterdam,
200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