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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Bawoo 2014. 3. 10. 21:26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Valery Gergiev, conductor

Mariinsky Theatre Orchestra

2010

 

Gergiev conducts Tchaikovsky's Symphony No.4

 

교향곡 4번은 차이콥스키가 38세 때인 1878년 1월 7일 이탈리아에서 완성했다. 차이콥스키는 그 1년 전인 37세 때 제자이며 부인이었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이혼한 뒤 그 쓰라림을 잊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호반에서 요양하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상당히 힘든 상태였다. 이때 후원자 폰 메크 부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교향곡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36세 때인 1876년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 시절, 차이콥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발표하며 러시아 음악계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때부터 9살 연상의 부유한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경제적 원조를 받게 됐다. 폰 메크 부인은 러시아 최초의 철도를 건설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남편이 6남 6녀의 열두 자녀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자, 자녀들의 교육에 전념하며 조용하게 살아가던 부유한 미망인이었다. 폰 메크 부인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으로부터 재정 원조를 받기 시작한 이듬해인 1877년 28세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제자인 안토니나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안토니나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사회에서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동성애자’라는 소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 안토니나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원하지 않던 결혼생활은 2개월 만에 파국을 맞게 되었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의 재정적 지원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하며 실패한 결혼으로 생긴 극도의 신경쇠약을 치유하면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차이콥스키는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 아닌 조건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던 폰 메크 부인과 13년간 12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게 되지만 끝내 사랑의 결실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폰 메크 부인이 보내 주는 연 6천 루블의 연금으로 서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1891년에는 미국의 초청을 받고 뉴욕 카네기홀에서 지휘를 하는 등 많은 도시에서 공연해 갈채를 받았다.

Svetlanov conducts Tchaikovsky's Symphony No.4

Yevgeny Svetlanov, conductor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파국을 맞은 결혼의 상처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을 1878년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완성했다. 지금은 산레모 가요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서부의 휴양지이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의 작곡 도중 폰 메크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저는 이 곡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이 속에서 당신이 익숙한 생각과 느낌이 반영된 것을 반드시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4번 교향곡 표지에는 ‘나의 가장 좋은 벗에게’라고 적혀 있다. 이 벗이 폰 메크 부인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교향곡 4번의 초연은 1878년 2월 22일, 모스크바의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행해졌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초연의 성공 소식은 당시 피렌체에 머물고 있던 차이콥스키에게도 전보로 전해졌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친구인 작곡가 타네예프에게 “이 곡은 내가 작곡한 작품 중 최고”라는 말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한 마디 한마디 내가 진실히 느낀 것을 표현했고 깊게 숨겨진 마음을 반영 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내용에서 이 작품에 쏟은 차이콥스키의 열의가 느껴진다. 변화무쌍하며 정열에 차 있는 이 작품은 외로움을 비롯해 운명 앞에서 어찌할 도리 없는 인간의 감정이 묻어나기도 한다. 2악장은 애상적이지만 밝은 전원풍 춤곡의 분위기를 보여주며,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적적한 기분, 정신적 피로에 지친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불행한 결혼이 자신의 운명을 할퀸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듯 애상적이다.

Karajan conducts Tchaikovsky's Symphony No.4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1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 - 모데라토 콘 아니마   Andante sostenuto - Moderato con anima

서주는 소나타 형식이다. 호른과 바순만의 최강주로 격렬하게 나오는 선율은 전곡의 중심적인 운명을 나타내며 이것이 반복되면서 확장된다. 주부로 들어가서 모데라토 콘 아니마로 시름에 잠긴 듯한 괴로움을 표현하는 제1주제와 클라리넷으로 표현하는 감미로우면서 서정적인 제2주제가 이어진다. 2개의 주제가 여러 갈래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괴로움,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꿈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분위기가 교차한다.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1악장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들의 교향곡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주는 이 교향곡 전체의 핵심과 정수입니다. 이것은 ‘운명’입니다. 즉, 행복의 추구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고 평화와 위안이 성취되지 않는 것이라든지, 늘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같은 숙명적인 힘입니다. 머리 위에 언제나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흔들리며 영혼에 끊임없이 독을 부어 넣는 운명의 힘입니다. 이 힘은 압도적이며 패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에 복종하여 잠잠히 불운을 슬퍼할 길밖에 없습니다.”

2악장: 안단티노 인 모도 디 칸초나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상적이지만 밝고 북방적인 전원 춤곡의 분위기다. 한편,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적적한 기분과 아울러 피로에 지쳐 있던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오보에가 처량하고 외로운 선율을 내고 이것이 발전되며 흥분에 가득 찬 부선율로 이어진다. 점점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과 관의 조화가 선명하다. 플루트의 춤추는 듯한 선율과 농밀한 현의 대화 가운데 선율은 여전히 쓸쓸함을 드러낸다. 이어 거친 농민의 춤 혹은 러시아 무곡이라고 할 만한 소박하면서 쾌활한 주제가 중간부를 이루며 거칠고 단단한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후반부에는 느리고 목가적인 주제로 어두운 색조를 표현해주면서 조용히 끝난다. 차이콥스키는 2악장에 대해 “일에 지쳐 쓰러진 자가 밤중에 홀로 앉았을 때 그에게 감도는 우울한 감정입니다. 읽으려고 든 책은 그의 손에서 떨어지고 많은 추억이 샘솟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모두 지나가버렸고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이겠습니까?”라고 폰 메크 부인에게 썼다.

3악장: 스케르초. 피치카토 오스티나토. 알레그로   Scherzo. Pizzicato ostinato. Allegro

현악기 전체의 피치카토로 시작되는데, 몽상적이면서 거칠고 황량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어 현악기는 침묵하여 목관악기만이 러시아 민속무용과 같은 유쾌한 가락을 탄다. 그것이 멈추고 금관만이 행진곡풍의 고른 음을 낸다. 목관은 도중에 들어와 두 번째 부분과 중첩된다. 이어 첫 부분과 같이 현악기만이 피치카토로 으뜸선율을 내다가 목관이나 금관이 참여하여 지금까지의 선율을 단편적으로 전개시켜 종결부로 발전하다가 끝난다.

3악장에 대한 차이콥스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3악장은 이렇다 할 뚜렷한 정서나 확정적인 표출도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얼큰히 취했을 때 우리들의 뇌리에 스며들어 오는 어렴풋한 모양입니다. 이 공상 속에 취한 농부와 흙냄새 풍기는 민요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군악대가 지나가는 울림이 들립니다. 이것은 모두 잠자는 사람의 머릿속의 상상입니다. 현실과는 관계없는 혼란입니다.”

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콘 푸오코   Finale. Allegro con fuoco

자유스러운 론도 형식으로 힘찬 박력과 빛나는 색채감이 나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숨 가쁜 강렬한 제1주제가 나오고 이어지는 제2주제는 러시아 민요에 의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율이다. 다시 1주제가 격렬하게 등장하고 난무하는 제3주제가 나타난다. 이 세 주제는 교대로 나와 각각 서로 얽혀 발전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1악장의 서주에 나온 주선율이 안단테를 위협하듯이 나타난다. 다시 원래의 알레그로로 돌아가서 3개의 주제가 광적이고 강렬한 종결부를 형성하며, 희열이 극에 달한 클라이맥스로 끝난다.

4악장에 대해 차이콥스키는 “자신 속에 환희를 찾지 못한다면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보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하고 환락에 몸을 던질까요. 그들의 감정은 소박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오.” 불행한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에 있었지만 행복을 느끼고 싶어 했던 인간 차이콥스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다모클레스의 칼 다모클레스는 BC 4세기 전반 시칠리아 사람. 그가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시오스 1세에게 아첨하며 행복을 기원하자, 왕은 그를 호화로운 연회에 초대하여 한 올의 말총으로 매단 칼 밑에 앉혔습니다. 다모클레스는 대롱대롱 매달린 칼 밑에서 벌벌 떨다가 행복이란 결국 늘 위험과 불안 속에서 얻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로부터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이라는 속담이 생겼습니다

 

추천음반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가 지휘한 소비에트 국립교향악단의 1990년 5월 24일 도쿄 산토리홀 실황(Canyon Classics)은 연주의 강렬함과 녹음의 현실성이 이상적으로 결합됐다. 스베틀라노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실황 사이클 가운데서도 최고 걸작 연주로 손꼽을 만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연주(DG)는 1960년 유럽 투어 중 런던 웸블리 타운홀에서 녹음된 것으로, 정확한 디테일과 러시아적인 야성이 조화돼 있다. 카라얀이 DG에서만 세 차례(1960, 1970, 1980년대) 녹음한 음반들 가운데 고른다면 2 for 1으로 발매된 1976년 녹음이 가장 낫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며 탐미적인 시각으로 곡을 형상화했다. 끝으로 마리스 얀손스가 오슬로 필을 지휘한 1984년 녹음(Chandos)을 추천하고 싶다. 므라빈스키의 조수를 지낸 얀손스의 비범한 균형감각과 찬란한 피날레는 눈이 부실 정도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3.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490

 

출처 : 클래식 사랑방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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