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운동권-진보세력(?)-의 이야기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쓴 작품으로 보여 읽어보게 된 작품. 30여 년 길고길었던 군사독재를 종식시키는데 기여했던 운동권에 대하여 내가 모르고 있는 속살 깊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는 짐작에서였다. 이젠 기득권 층에 진입해 있는 운동권 인물들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했을 것으로 보았는데 이를 어떻게 표현했을까가 궁금했다.
우리나라는 군사독재가 끝나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정권을 바꿔가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이는 현재도 진행형인데 해소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띠는 점이 있다면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보수 진영으로 가서 한자리 씩 차지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할 당시에는 명분이 좋았으나 민주화가 된 이후에 반대했던 진영으로 넘어간 건 누가 봐도 사익을 추구한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어서 욕 먹어도 싸다는 얘기.
각설, 나와 같은 세대-1인당 국민소득 1천 불도 안 되는 나라 가난하고 혼란스럽기만 하던 시기에 태어난 1940년대, 1950년대, 1960 대 생-는 군사독재 시절을 오롯이 겪어냈다. 50년 생인 나의 경우 10대 초부터 30대 후반까지이니 물경 30여 년이다. 그런데도 이런 나의 또래들이 신기하게 거의 보수 편향인 데다가 심한 경우 민주화 운동을 한 진보세력을 "주사파 - 나무위키"라든가 "빨갱이 - 나무위키"로 통틀어 매도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런 시각이 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진보 세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바탕 아래 가지고 있는 것인가가 늘 궁금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면서도 생각이 다른 나에게 혹 어떤 생각의 오류가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품의 시대(시간)적 배경이 놀랍게도 나라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60년 대 초부터 시작된 군사독재는 "100.daum.net 문민정부"가 시작된 1993년-실제로는 1987년에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니 군 출신이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그러니 무늬만 민주화가 된 거였다.-이 되어서야 겨우 끝나는데 내가 기억하는 민주화 운동(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은 여기까지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이후에 일어난 운동권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민주화 운동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그야말로 좌익 사상에 물든 학생들만의 운동. 아래 작품 해설에는 1980년 대부터 다룬 것으로 나오는데 내가 읽은 내용은 민주화 운동하고는 관계가 없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얘기이다.
나의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지속된 군사독재는 이 시기에 일단 끝난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 이후에 일어난 학생운동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군사독재가 끝나고 문민(민주)정부가 들어선 시기 아닌가. 그러니 이 시기에 있었던 학생 운동은 이 작품에서 얘기하듯 북한과 연계된 세력인지도 모르겠다. 또 운동의 연계성을 생각한다면 민주화 이전 운동 중 일부는 북한과 연계되어 있었던 것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져 반 군사독재 운동의 명분이 사라졌고 80년 대에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인물들은 보수, 진보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제도권으로 진입해서 이젠 기득권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이들이 북한 세습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보수 측의 시각은 너무 앞으로 나간 것 아닐까 싶다.
작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는 H대로 나오는데 한양대가 아닌 가 싶다. 80년 대 민주화 운동의 주무대는 "
이한열 - 나무위키"군의 죽음으로 대표되는 연세대로 기억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한양대를 주무대로 설정하고 있다. 한양대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은 "임종석 - 나무위키"씨가 연상된다. 당시 임수경 씨를 북한으로 밀입국 시키는 짓까지 해서 나는 물론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빨갱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했다. 보수 측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놀라 뒤도 자빠질 일. 그러나 작 중 중심인물은 북한과 연계되어 운동권 중심인물로 활동하다가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같이 운동을 했던 동료들을 죽이기까지 하고 본인도 죽임을 당하는 설정이니 이는 100% 허구이다. 임종석 씨등 친북성향 중 어느 인물을 연상하게 하기 위한 억지 설정으로 보인다. 무지몽매한 중생(?)을 오도하려는.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니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총련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을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검색 자료 참고). 작 중 나오는 프락치 살인 사건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참고 2 참조-을 따 온 것 같다.
작품은 아주 잘 쓴 작품에 해당하고 가독성도 뛰어나서 읽는 재미, 운동권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보수 쪽에서 말하는 진보(운동권) 세력의 부정적인 면만 중점적으로 부각한 내용이어서 역사적 사실을 잘 체크하면서 봐야할 것 같다. 심한 경우 현재 정권을 잡고는 있으나 국회에선 소수당인 보수 세력-국민의 함-이 다수당인 진보 세력-민주당, 조국 혁신당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여 민심을 오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글 잘쓰는 누구를 이용하여 쓴 작품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진보 세력을 때리려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는데 보수 쪽으로 넘어간 인물들을 소재로 하여 쓰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 생존해 있고 현직에도 많이 남아있으니까.
[여담] 작가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뛰어난 문필력을 자랑하는 기성작가 뺨친다. 추리기법을 차용했는데 구성도 치밀하다. 작품성 면만 보자면 흠을 잡을 수도 있겠으나 내 생각으로는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쓰려면 내공이 엄청 쌓여야 한다. 다만 현 보수 정권에 편승하여 민주화 기여 세력-진보 세력-을 때리려는 의도가 담긴 작품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의 극좌 운동권 학생들이 저지른 짓은 반 군사독재 운동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 말이다.
70~80년 대 민주화 운동은 반 군사독재 투쟁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절정기인 80년 대의 초기에 있었던 광주 5. 18에도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극우 보수 쪽의 일부 주장을 빌리자면 민주화 운동 자체가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읽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결과가 민주화로 나타났으니 다행한 일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나라가 북한(공산)화 되지도 않았고 민주화, 경제발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선진국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지 않은가. 만약에 민주화 운동이 실패했다면 현재 중국과 같은 체제가 계속되는 것 아니겠는가? 물질적(경제적)으론 풍요로워졌겠지만 제한적인 자유만 허용되는 그런 나라. 군사독재 시절 개인적으로 입은 피해는 없지만 시절 자체가 어두웠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민주화가 일정 부분 후퇴하리란 건 현 윤석열 정권을 봐도 충분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세께적으로도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추세이고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조차도 자기네가 민주주의를 심어놓은 우리나라 보다도 민주화 지표가 낮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권력(정권)을 쥐면 국민은 아랑곳 않고 자기들만을 위한 권력을 휘두르기 쉽게 되는 법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대방의 약점만을 부각하여 보수, 진보 편가르기 하는 짓거리는 이젠 그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마련인 국민 대다수는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지 이념 싸움이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어차피 정권이야 중도 표심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표심이라는 것이 절치를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닌 실정이 얼마나 적은 가를 보는 차선책인 게 현실 아니던가. 중도 표심은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어느 쪽이 더 잘하고 있는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잘하면 좋겠지만 차선으로 실정만이라도 덜하기를
바라면서.
아무튼 이 작품 덕분에 학생 운동권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했다. 검색 자료에 국한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국진보세력연구", "한국보수세력연구(3판)(양장본 HardCover)"라는 책도 알게 되었는데 대작이다. 도서관에도 없는 책인데 기회를 만들어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가 동일인인데 편향적인 시각을 기준으로 쓴 내용이 아니면 좋겠다.
[참고] 1. 작품의 시간적 배경: 1987년에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에도 계속 운동이 이어졌다.[2] 그러나 1996년 연세대 사태: 1996년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한총련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교정을 점거한 사건.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학생운동은 대중적 여론의 외면을 받고 사실상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 작품에 나오는 프락치 살해 사건: 이석 치사 사건: 1997년 6월 4일 한총련 제5기 출범식 행사장으로 예정되었던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한총련 간부들이 근방을 배회하고 있던 선반기능공 이석(李石, 당시 23세)을 경찰의 프락치로 지목해서 장시간의 폭행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이종권 치사 사건과 더불어 운동권, 특히 NLPDR이 대중의 지지를 잃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해설은 아래 책소개를 참고바랍니다.
책소개
첫 번째 트랙
학생운동의 모든 것, 이보다 더 뜨겁고 치밀할 수는 없다
학생운동의 역사와 계보, 그 실체에 대해 이보다 더 뜨겁고 치밀하게 다룰 수는 없을 소설, 라문찬의 첫 장편 『드보크』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드보크(Dvoke)란 간첩들이 공작금이나 권총 같은 장비를 전달할 때 쓰는 무인함을 뜻한다. 주로 인적이 드문 야산의 바위나 비석 아래에 구덩이를 파 이용하며, 최근에는 북한 대남공작원과 외국 이메일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가 적발되기도 했다.
소설은 많은 분량을 회상 형식을 빌려 1980년대의 학생운동 조명에 할애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정을 다 바치는 청춘들, 그들의 고민과 좌절, 사랑과 실연, 학생운동의 양대 진영인 NL(자주파)과 PD(평등파)의 대립과 갈등 등을 때로는 뜨겁게, 또 때로는 서늘하도록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 채 그려낸다. 일방적인 찬양도 비판도, 흑백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 “회색빛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소설은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는, 아니 그 어느 진영에서도 반기지 않을 회색빛 진실을 끈기 있게 추적한다. 그리하여 학생운동의 동지에서 정파의 대립으로 적이 된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폭력과 음모와 복수가 휘몰아치는 새롭고 독창적인 스릴러 소설이 탄생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다시 시작된 악연, 잘나가는 국회의원과 ‘백수’ 같은 중장비 기사로 마주 선 두 사람
H대학 NL의 거두 안경석과 PD의 대표 김성찬. 1980년대, 학생운동으로 청춘을 불태운 두 남자가 30년 만에 재회했다. 세상에 다시없을 적으로. 학생운동가에서 어느덧 국회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한 경석은 옛 연인 미영의 투병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난 성찬은 한때는 친구이자 동지였고, 이후에는 이념의 대립과 삼각관계로 적이 된 사이다. 미영의 남편인 성찬은 경석의 방문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자리를 피해준다. 하지만 경석의 방문은 옛 연인의 문병이라는 순수한 목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찾는 것이 있었고,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칼에 끝장낼 ‘그것’은 미영의 손에 있다. 30여 년 전, 호기심 많은 미영의 사랑을 붙들어두기 위해 위험한 물건인 줄 알면서도 경석 자신이 직접 요구해 만들었다가 미영의 수중으로 넘어간 것이다. 경석의 진정한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던 미영은 죽어가면서도 끝내 그것을 돌려주지 않는다. 미영의 죽음 후 경석의 촉수는 성찬에게로 향한다.
납치와 고문, 그리고 자백이 가리키는 곳은?
미영의 장례가 끝난 며칠 뒤 경석은 강남의 일식집으로 성찬을 불러내 그것의 행방을 추궁했으나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한다. 초조해진 경석의 폭주가 시작된다. 조폭을 동원해 성찬의 집을 뒤지지만 여전히 그것을 찾지 못하자 급기야 성찬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시작된 물고문. 성찬의 얼굴에 수건이 덮이고 그 위로 고춧가루 물이 쏟아진다. 하지만 성찬은 괴로움에 신음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경석은 성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그리하여 마침내 성찬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하고, 경석은 성찬이 말한 그곳, 까마득히 기억 속 저편에 밀쳐두었던 그곳으로 달려간다.
이 소설의 진짜 묘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찬이 입을 열었다고 실망하지 마시라. 성찬의 입을 열었다고 안심하지도 마시라. 부비트랩처럼 팡팡 터지는 반전과 숨 막히는 서스펜스에 예상치 못한 전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트랙
의문의 죽음과 지하당 사건
은행 ATM 부스 앞에서 한 남자가 강도의 칼에 찔려 숨진다. 그는 기사 제보를 위해 월간한국의 김소미 기자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지갑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단순 강도 살인사건으로 결론 내린다. 하지만 졸지에 제보자를 잃은 김소미는 이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작 빈 지갑이나 훔치자고 피해자를 네 번이나 찌른 점, 단순 강도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전에 치밀하게 도주 동선을 설계한 점 등이 의심스럽다. 그러던 차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들른 경찰서에서 우연히 피해자가 20여 년 전 지하당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학생과 노동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국가 전복을 모의한 사건이다. 김소미는 선배 기자인 강민재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은 은퇴해 유튜버로 활동하지만 강민재는 한때 월간한국의 간판 기자였고, 특종 사냥꾼이라 불렸으며,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간첩 전문 기자’였다. 김소미는 강민재를 통해 지하당 사건 관련자의 의심스러운 죽음이 세 건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우동식을 포함해 이 네 명에게는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후 지하당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과 사망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 사망 경위가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행동만이 남았다. 여러 관할 경찰서를 돌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는 등 열혈 신참 기자 김소미의 좌충우돌, 시끌벅적 취재가 시작된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한 인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전 그놈들이 밉습니다. 미워요. 정간은폐가 결국 지들은 다 빠져나가고 잔챙이들만 희생시키는 꼬리 자르기 전략 아닙니까. 비열한 공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큰일을 도모하다가 잡혔으면 당연히 우두머리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목숨 걸고 공작했던 사람들은 굶어 죽을 지경인데, 우릴 꼬여내서 간첩질을 시켰던 놈들은 가면을 쓰고 호의호식하면서 살아가는 현실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중략) 제가 구대서라면, 자신을 버린 사람을 파멸시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을 겁니다.” (311쪽)
지하당 사건과 관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최준영의 발언이다. 구대서는 최준영의 직속상급이자 의문의 죽음을 당한 네 명 중 하나이다. 한참 울분을 토하던 최준영은 구대서에게서 들었다며 뜻밖의 말을 한다. 그것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단초가 되고, 서서히 한 인물이, 묻혔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꼬리를 잘라 잔챙이들만 희생시켰던 사람, 조직원들의 입이 가장 무서웠을 사람, 지하당 사건의 몸통.
소설의 타임라인은 1980년대 학생운동에서부터 “과거의 운동권 세력이 현실 정치에서 맹위를 떨치며 국가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어 나가던”(「작가의 말」) 2020년까지이다. 그동안 학생운동이나 운동권 활동가들을 다룬 수많은 소설이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학생운동을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시선은 냉정하다. 학생운동가들이 어떻게 현실 정치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힘을 모으고 권력을 유지하는지, 그들 조직문화와 사고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래서인가, 탈고로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격한 논쟁거리가 된다면 기쁠 따름”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이 소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지도 모른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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