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9 in Eb major, K.271 'Jeunehomme'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죄놈'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Mitsuko Uchida piano Jeffrey Tate conductor Mozarteum Orchestra A Saltzburg Festival performance, 1989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남긴 유산들 가운데 피아노 협주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차르트는 고전파를 대표하는 협주곡의 대가였고, 그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은 그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장르이다. 무엇보다 그는 피아노가 막 음악사의 전면으로 부상하던 시기에 이 악기의 기능미와 표현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풍부한 가능성을 열어 보였고, 그 결과 베토벤을 비롯한 후대의 피아노 협주곡 작곡가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는 그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었던 작품을 살펴볼까 한다. 바로 부조니(F. Busoni)가 ‘젊은이처럼 활기차고 노인처럼 현명한 작품’이라며 찬탄해마지 않았던 ‘죄놈 협주곡’이 그 주인공이다.
신동의 편력기 잘츠부르크의 궁정음악가였던 요한 샤흐트너의 증언에 따르면, 모차르트와 피아노 협주곡의 첫 인연은 놀랍게도 그의 나이 네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샤흐트너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했는데, 꼬마 볼프강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펜을 놀리고 있더란다. 레오폴트가 무얼 하고 있는지 묻자 볼프강은 맹랑하게도 "클라비어(독일어로 건반악기의 총칭)를 위한 협주곡을 쓰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레오폴트와 샤흐트너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여기저기 잉크로 얼룩진 악보에 쓰인 음표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서는 그것이 진짜 ‘협주곡’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 레오폴드, 누이 난네를과 함께 연주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신동 모차르트.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일화에 등장하는 협주곡은 전해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제 겨우 작곡에 걸음마를 시작하던 무렵의 볼프강이 고도의 작곡기법이 필요한 협주곡을 완성시키지는 못했던 것이리라. 실제로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기 위해서는 그 후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은 열한 살 때의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 작곡된 네 편의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의 소나타 악장들을 편곡하여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모차르트는 피아노 협주곡 장르에 관한 한 ‘노출된 학습기’를 거치면서 사뭇 신중하게 접근했던 셈이다. 그가 열다섯 살 때 작곡한 세 편의 피아노 협주곡(K.107)도 마찬가지 경우인데, 번호가 붙지 않은 그 세 곡 역시 J. C. 바흐(J. S. 바흐의 막내아들)의 소나타들을 편곡한 것이었다. 모차르트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선보인 것은 열일곱 살 때였다. 1773년 12월에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D장조>(K.175)가 바로 그것이다. 1777년 '죄놈' 협주곡을 작곡한 해의 청년 모차르트 모습. 이 첫 오리지널 협주곡은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 정교한 양식과 대위법적인 피날레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을 무색케 할 정도이며, 제1악장과 제3악장의 관현악 파트에 트럼펫과 팀파니가 포함된 부분은 피아노 협주곡 장르에 진정한 첫걸음을 내딛는 모차르트의 당찬 포부와 패기를 나타내는 듯하다. 다만 기법적인 면에서 새로운 점은 없고, 악상에서도 아직은 십대 소년의 풋풋한 내음이 묻어난다. 이후 1776년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피아노 협주곡 세 편(제6, 7, 8번)이 나온 다음, 마침내 모차르트 최초의 ‘걸작 협주곡’이 등장한다.
성년을 선언하다 1777년 1월에 모차르트는 법적으로 성년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성년을 선언하게 된다. 그 즈음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제9번 E♭장조>는 규모도 크고 내용도 이전에 비해 한결 성숙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비르투오소를 위한 협주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성격은 작품의 별명에도 드러나 있다. 이 곡에 붙은 ‘죄놈’이라는 별명은 한 여류 피아니스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마드무아젤 죄놈'(Mlle. Jeunehomme*)은 프랑스 출신으로 1776년 말에서 1777년 초에 걸친 겨울 동안 잘츠부르크를 방문했으며, 모차르트는 그녀의 연주를 듣고 영감을 얻어 이 협주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그녀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지만, 이 곡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의 피아노 연주 솜씨는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Jeunehomme는 ‘jeune(젊은)+homme(남자)’, 그러니까 ‘청년’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마드무아젤 죄놈’이라 했으니 ‘미스 청년’이라, 쪼매 웃기네요^^ 아마 이 여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만큼 대단히 박력 있게 연주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죄놈’이란 표기도 야릇하죠. jeune은 ‘죈’으로, homme은 ‘옴’으로 발음되는데, 불어에서는 리에종(liaison)이란 발음규칙이 있어 ‘죈+옴’이 ‘죈옴’이 아니라 ‘죄놈’으로 된 겁니다. ‘죄놈’ 하니 대뜸 ‘뭔 제목이랴? 죄를 지은 놈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긴 하지만, 뭐 그렇게 발음하고 적는다고 하니, 어쩌랴ㅎㅎ _라라와복래
미츠코 우치다의 위 연주 동영상입니다. 1st Mvt. Allegro
2nd Mvt. Andantino
3rd Mvt. Rondo - Presto
제1악장 : 알레그로, E♭장조, 4/4박자 이 '죄놈' 협주곡은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1악장의 개시부인데, 첫 마디에서 오케스트라가 화음으로 된 팡파르를 울리자마자 곧바로 독주 피아노가 등장하여 오프닝 프레이즈를 완성하는 것이다. 마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부드러운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이 개시부는 기존 협주곡의 관례를 깬 것이다. 고전적인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만에 의한 긴 도입부(제시부)가 나온 후에야 비로소 독주악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차르트가 여기에서 보여준 독창성은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며, 이러한 모험적 시도는 훗날 베토벤과 그 후예들에 의하여 발전적으로 계승된다. 제2악장 : 안단티노, c단조, 3/4박자 아울러 이 작품은 정서적인 깊이라는 면에서도 돋보인다. 자못 심오한 표정의 아리오소 선율과 레치타티보 풍 패시지로 채워진 느린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부각되는 오페라적인 표현과 구성, 음색의 정교한 조탁은 그의 전성기의 협주곡들을 예견케 한다.
제3악장 : 론도. 프레스토, E♭장조, 2/2박자 그런가 하면 마지막 론도 악장에서는 활기찬 흐름 위에 현란한 기교를 실어 비르투오소적 협주곡의 전형을 보여준다. 다만 그 중심부에 놓인 '미뉴에트 에피소드'는 템포, 박자, 분위기, 짜임새 등 모든 면에서 전후의 부분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데, 이 또한 모차르트답게 흥미롭고 독창적인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천음반 우선 이 협주곡에 각별한 애착을 보였던 알프레트 브렌델의 고별공연 실황음반을 골라보았다. 역시 모차르트 해석의 대가였던 오랜 동료 찰스 매케라스와 호흡을 맞추며 노련한 연주를 들려준다. 다음으로는 '죄놈'이라는 별명에 착안하여 여류 피아니스트 두 명을 꼽아본다. 우치다와 쿠퍼 공히 모차르트다운 활력과 재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표정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마지막 한 장은 쿠퍼와 더불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안스네스의 음반이다. 더없이 깨끗하고 견실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북유럽인답게 다분히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표현들을 가지런히 펼쳐 보이고 있다.
글 황장원(음악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 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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