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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Bawoo 2014. 6. 13. 21:28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지금 아픈 곳이다. 한 곳이 아프면 그곳을 치료하기 전까지는 온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도 지금 아픈 사람이다. 그가 낫기 전까지는 온 가족이 아프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람들 역시 지금 아픈 사람들, 지금 우는 사람들이다. 우는 자, 아파하는 자가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요, 무너진 공동체다.

 우리가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체제적·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생겨난 아픈 사람들은 마땅히 온 사회가 달려들어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과 사회는 정신의 아픔을 치료해 줄 영적 치료자와 몸의 아픈 곳을 치료할 의사와 공동체의 아픈 곳을 치료할 공적 지도자와 지식인들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타인의 아픔을 치료하고 시대를 넘기 위해 자기를 버린, 또는 버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묻자. 한국 사회는 과연 세월호를 넘을 수 있을까? 세월호 이후의 대응을 돌아보면 수장된 젊은 영혼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사건으로서의 세월호’를 넘는 것조차 청와대와 국회와 언론과 학교와 종교의 모든 영역에서 이토록 갈라지고 다투는데 ‘구조로서의 세월호’를 넘는 것은 언감생심 아닌가?

 ‘구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명감수성, 인간존엄성을 우리 마음에서 앗아가 버린 돈 유일주의와 물질만능의 사회 자체다. 그렇다면 누가 물질숭배의 맘몬 배에서 먼저 내려와 인간과 생명 중심으로 돌아가자고 외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먼저 아픈 곳을 째고 시대의 가장 앞선 치료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물질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들만이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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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물질중심이라면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종교가 마땅히 먼저 나서야 한다. 하나 이 땅의 종교는 세상 못지않게 물질적이다. 하나님의 것인 교회를 사고팔고 세습하며, 교회의 규모 및 목자들의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세상보다 더 크고, 대형 교회의 재산 분쟁과 세습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분파도 세상 어떤 영역보다 많으며, 교회의 설립과 해체 주기가 자영업 창·폐업 못지않고, 목자 배출 체계 및 취업경쟁이 세상 대학보다 더 치열하며, 수입에 대한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

“떡으로만 살지 말라”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는 말씀대로 교회가 먼저 물질에서 내려오라. 교회 재산 완전 헌납과 공유화, 교회 회계 공개, 세습 절대 금지, 목회자 급료 형평화, 목회자 세금 납부, 미자립·중소 교회와 대형 교회의 상생을 실행해 교회가 먼저 교리를 실천하여 물질과 차별이 아니라 구원과 상생의 길을 간다면 그때 세상도 교회로부터 배우려 할 것이다. 모든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던진 안중근 의사에게서 배우자. 교회 변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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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6/13일자, 위 제하의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글에서 발췌- 우리나라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공감하면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