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감상실 ♣/[ Brahms]

Brahms- "Violin Conzerto d major

Bawoo 2014. 7. 13. 11:18

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작곡 : 1878년, 초연 : 1879년 1월1일, 라이프치히

(바이올린 ; 요아힘, 지휘 : 브람스)

 

 

 


David Oistrakh, Violin
Otto Klemperer, cond.
Orchestre National de la Radiodiffusion Francaise



전악장 이어듣기


I. Allegro Non Troppo


II. Adagio


III. Allegro Giocoso, Ma Non Troppo Vivace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인 이 작품은 베토벤, 멘델스존의 곡들과 더불어 역사상 훌륭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로 손꼽힌다. 브람스가 이 곡을 1878년의 여름휴가 기간 동안, 알프스 산지의

푀르차흐에서 작곡했는데, 푀르차흐는 그가 <교향곡 재2번>을 작곡한 곳이기도 하다.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그 곳을 브람스는 “많은 선율이 떠다니므로 그것을 밟지

않으려면 매우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브람스의 음악에서는 ‘자연의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인 외과의사 빌로트는 그의 <교향곡2번

D장조>를 가리켜 “푸른 하늘, 샘물의 속삭임, 햇빛, 그리고 시원한 나무그늘을 연상시킨다.”라고 했는데,

그 말을 이 협주곡에도 그대로 적용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2악장은 남국의 따사로운 햇살과 고즈넉한 목가적 정취로 가득한데, 브람스 특유의 겸손한 어투로

 “연약한 아다지오”라고 불렀던 이 느린 악장은 그야말로 “천상의 음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유려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꿈결 같은 오보에 선율이 아련한 애상을 자아내고,

마치 콜로라투라 아리아처럼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이 섬세함과 온화, 중후와 격정을 오가는

다양한 사유와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듬고 있는 것이다.

 

 

요제프 요하임(1831-1907)

브람스의 오랜 친구이자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이 곡의 탄생 배경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두 살 연상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Josef Joachim)과의 관계이다. 브람스는 스무 살 때 래메니의 소개로 요하임을

처음 만났는데, 서로의 음악성에 깊이 매료된 두 사람 곧바로 절친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그 우정은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평생 동안 지속되었다.

 

두 사람에게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서로에게 비평을 구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

하면서도 브람스는 당연히 요하임에게 의견을 물었다.

처음에 그는 우편으로 자신이 ‘4악장’으로 된 하지만 (나중에는 3악장으로 변경)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 중이라며 독주부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다.

 

이에 요하임은 브람스를 직접 방문하여 세부적인 연주기교에 대한 이견을 제기했는데, 그에 대해 브람스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졌다. 며칠에 걸친 격론 끝에 두 사람은

차차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브람스는 요하임의 독주부에 대한 수정 의견은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기본개념에서 벗어난 사항은 완강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브람스는 이곡에 대한 요하임의 공로를 인정하여 완성된 작품을 그에게 헌정했고,

제1악장의 끝부분에는 친구의 카덴차를 위한 자리를 비워두기도 했다.

 

당대의 지휘자 한스 폰 뵐로는 이 곡을 가리켜 “브르흐가 바이올린을 ‘위하는’ 협주곡을 작곡한 반면,

브람스는 바이올린에 ‘반하는’ 협주곡을 작곡했다” 고 평한 적이 있다.

이 평가는 작품 속에서 극단적인 대립의 양상으로 치닫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관계를 지적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바이올린이 접하는 영웅적인 입지와 브람스의 독창적인 협주곡 양식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곡에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는 제1악장에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듯하고,

제3악장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주를 벌이는 듯하다.

 이런 모습에 작곡 당시 브람스와 요하임 사이에서 벌어졌을 논쟁을 빗대어보는 건 어떨까?

 

한편, 브람스는 이곡에 여러 음악가들에게서 받은 영향을 반영했다.

먼저 그는 비오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2번>을 듣고서 그 자유로운 창의성과 풍부한 환상성,

그리고 솔직한 정열에 감탄해 마지않고, 사라사테의 연주를 듣고서 그 탐미의 극적치를 보여주는

 감미로운 음에 매료되었다. 또한 그는 요하임의 ‘항가리 곡조에 의한

협주곡’에 나타난 기교적 메시지와 집시풍 기법에도 주목했다.

 

이 가운데 집시양식에 대한 애호는 브람스의 평생에 걸쳐 두드러진 경향인데,

이 협주곡의 마지막 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집시풍(또는 헝가리풍)피날레’는 그와

적대관계에 있었던 리스트조차 부러워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허지만 가장 중요한 영향은 역시 베토벤에게서 유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이 협주곡은 베토벤의 협주곡과 동일한 D장조를 중심조성으로 취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면에서도 베토벤의 그것과 유사하다.

 

즉 장대하고 조직적인 제1악장에 이어 가요적인 제2악장과 무곡풍의 제3악장이 등장하되,

기본적으로는 고전적인 전통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웅대한 악상의 힘 있는 전개와

목가적인 정취의 환기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는 점에서도 다분히 베토벤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

특히 그가 이 곡에서 구축해보인 <교향적 협주곡>이라는 새로운 또한 베토벤의

업적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낭만적 정서와 겸허한 숨결, 중후한 빛깔은 어디까지나 브람스 고유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곡은 요하임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만큼 제1악장에 9도나 10도까지의

음정을 곧잘 사용한다. 뛰어난 기교를 필요로 함은 물론,

손이 작은 연주가에게는 어려운 곡이기도 하다.

 

브람스의 단 하나인 이 협주곡은 그의 최대의 걸작으로 평온, 우수, 정열이 담긴 하지만

차분한 맛과 중후한 면모가 다른 작곡가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그만의 특성으로 다가오는 명곡임에 분명하다.

 

 

 

* 정경화(1996)

 

 

 

* 믹스

 

* Midori Gotō -- Zubin Mehta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