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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끝이 좋아야 좋은 것이다-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Bawoo 2014. 8. 30. 20:42

무슨 일이든 면밀히 조사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인데, 버나드 바루크는 자서전 '나의 이야기(My Own Story)'에서 진정한 투기자란 미래를 정확히 관찰하고 그것이 현실화하기 전에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투기자의 어원이 라틴어 스페꿀라리(speculari), 즉 '몰래 엿보고 관찰한다(spy out and observe)'는 의미라고 소개한 것도 바루크인데, 그는 진정한 투기자를 유능한 외과의사에 비유했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서로 모순되는 수많은 현상들 속에서 중요한 사실을 찾아내야 하고, 바로 그 사실에 기초해 냉정하고 명확하게, 또 아주 솜씨 좋게 수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를 의사에 비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집중하듯 투자자 역시 시장 상황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체온과 맥박을 재보고 눈동자와 혓바닥의 색깔을 살펴본 다음 진단을 내리는 것처럼 투자자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체크해본 뒤에야 비로소 어떤 식으로 거래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20세기 초 바루크와 비슷한 시기에 월가에서 활동했던 제시 리버모어도 그의 책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에서 주식 트레이더와 외과의사의 훈련 과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외과의사가 되려면 해부학과 생리학, 약물학을 비롯한 수십 가지 세부 과목을 배워야 하고, 이론을 배운 다음에는 평생 현장에서 그것을 실습하며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을 체득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외과의사가 환자를 보고 한눈에 진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오랜 세월 관찰해온 수많은 사례들에 기초해 진단을 내리고, 경험을 통해 배운 적절한 치료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것은 사례와 경험이다. 앞서 이론으로 배운 지식은 책이나 다른 사람한테서 전수받을 수 있지만 실전 경험은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토록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막상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면 너나 할 것 없이 손해를 보고 마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직접 체득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정이 개입되는 주식 투자에서는 조금 아는 게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투자 실력이 뛰어날까? 아니다. 그것도 대개는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신경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윌리엄 번스타인은 저서 '투자의 네 기둥'에서 "투자가 의학처럼 과학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모든 의학 정보는 까다로운 임상실험을 거쳐 나온 것이고, 의사들은 간단한 감기약조차 충분한 검증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새로이 처방하지 않는다. 그런데 투자를 할 때는 이런 과학적 검증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에 귀 기울인다는 얘기다.

사실 바루크가 '월가의 현자(賢者)'로 기억되는 까닭은 그가 조지 소로스처럼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도 아니고, 존 템플턴처럼 60년 이상 꾸준히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는 불과 25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벌자 미련 없이 떠났다. 그러고는 워싱턴으로 가서 나머지 인생을 백악관 경제자문과 외교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보냈다. 말년의 바루크는 비록 대단한 정치적 거물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반면 열다섯 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해 평생 시장을 떠나지 않았던 리버모어는 길이 90미터와 60미터짜리 호화 요트와 대저택을 소유했을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기도 했고, 한창 때는 '월가 최고의 승부사'로 불리며 당대의 은행가 J.P. 모건조차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결국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월가의 거물로 행세하려고 발버둥치다 제때 그만두지 못하는 바람에 험한 꼴을 당하고 만 인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끝이 좋아야 좋은 것이다. 진짜 관찰하고 분석해야 할 것은 눈앞의 사건과 현상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삶이다. 그래서 인생이 어려운 것이다.

 

*출처; 머니투데이 바정태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