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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엔저 시즌2' 일본이 떤다

Bawoo 2014. 9. 4. 10:10

1달러=105엔 … 작년 말 이후 최저
미 경제 살아나 달러값 상승 영향
일본 수출에 전혀 도움 안 되고
국채 투매 부작용 우려만 커져

 

‘엔저 시즌 2’가 시작됐다. 이달 들어 일본 엔화 값이 미국 달러와 견줘 104~105엔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베노믹스 바람이 가장 거셌던 지난해 12월 말과 같은 수준이다.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값은 105엔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여 만에 다시 엔저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원화와 견준 엔화 값의 약세 흐름은 더 일찍 시작됐다. 지난달 14일 이후 100엔의 값이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그날 이후 보름 넘게 900원대 엔화 값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장중 한때 966원 선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미국 달러 강세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시즌 1 때와 다른 점이다. 당시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벌인 아베노믹스 캠페인이 핵심 요인이었다. 무제한 양적 완화,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 경제 구조개혁 등 이른바 ‘세 가지 화살론’이 엔화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번 달러 강세는 미 경제가 상대적으로 좀 더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성장률은 애초 4% (연율)였으나 4.2%로 상향 수정됐다. 이달 1일 나온 8월치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59.0으로 2011년 3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고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는 유럽이나 소비세 인상 뒤탈에 시달리는 일본보다 나아 보인다”며 “실물 경제의 차이가 외환시장에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쪽 요인도 꽤 있다. 아베 총리는 3일 개각을 단행했다. 후생노동성 장관에 시오자키 야스히사 정조회장을 임명했다. 시오자키는 공적연금(GPIF)을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공적연금으로 해외 주식 등을 사들이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엔화 공급이 늘 것이란 전망 때문에 엔화 값이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베 총리 등이 선호하는 엔저가 다시 시작됐지만 이번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엔저가 일본의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서다. 올 6월 경상수지 적자는 39억 달러에 이른다. 올 1월엔 155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일본 기업들이 생산 시설 등을 해외로 많이 이전해 엔저에도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엔저로 인해 에너지 수입 가격이 크게 뛰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엔저의 실물 경제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바람에 전문가들은 금융 채널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타오동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은 일본 국채(JGB) 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일본도 미국처럼 국채를 외국에 팔아야 한다. 현재는 일본 국채 대부분이 자국 내 투자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타오는 “일본 재정불안 탓에 해외에서 일본 국채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일본 내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 일본 거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가 엔저 때문에 국채 값이 떨어지면 국채를 처분해 충격을 완화하는 비밀 계획을 세워놓은 사실이 올 2월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엔저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국 등 경쟁국들에만 드리우는 게 아니란 자국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 출처: 중앙일보-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