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병원 벤치에 앉으니
나뭇잎 하나 내려와
내 무릎에 앉네
바람이 데리고 갈 때까지
나뭇잎 서러울까봐
내 일어서지 못하네
아내가 내 무릎에 앉았네
세월이 내려놓을 때까지
서러울까 봐
서러워할까 봐
내려놓지 못하네
나뭇잎이 한 계절
나뭇가지 빌려 매달려 놀다가
하염없이 떨어져 그 나무 밑에 눈물로 눕듯이
인생도 잠시 세월에 편승한 것
서러움이야
사라짐에 대한 감정일 뿐
세월이 싣고 가던 생명 하나
내려놓는다고 어찌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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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길을 가는 사람아
낙엽길을 걷고 있는 저 등 굽은 사나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에 잠겼는가
그 숱한 세월에 닳아빠진 인생
이별한 사람들과의 인연줄
가슴 저미는 회한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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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가는 길이 서러워 서로 몸 비비고 살다가 얼마후 겨울 찬 바람에 어디론가 흩어질 것이고 내년에 돋아나는 나뭇잎 또한 낙엽 될 것이리
올해의 나뭇잎과 내년의 나뭇잎은 같은 시절에 같은 나무에 같이 달려 있진 않았지만 떨어져 만나리
나와 몸 비비고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으며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또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은 나와 어디서 만날 것인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소멸해 가나니 소멸은 새로운 탄생을 위한 것
내가 간 후에도 또 나처럼 먼지 속에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행복을 느끼고 불행에 울면서 사는 존재들은 있고
그들 또한 낙엽처럼 사라져 갈지니
영원한 것이란 사라지는 것들을 포함하고 있는 자연과 자연 사이를 관통하는 세월뿐이니 가는 길이 서럽다 하더라도 그 서러움조차 세월이 관장하는 것
인생의 무게로 어깨 처진 저 낙엽길을 걷는 사람아
그대 옆으로 세월이 지나가누나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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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길을 걸으며
붉은 연서 다 쓰고나면
바람 불지 않아도
그리움처럼 고이 내려앉는다
앉는 자리가 가시밭이건 물이건
낙엽은 원망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여 밟혀도
밟아도 모두 다 속삭일 뿐이다
밟으면 부서질지라도
끝내 떨군 가지 밑에서 살고 싶다
등 대어 비비며
쌓이고 썩고 날려 가면서도
낙엽은 떨궈낸 나뭇가지 쳐다보지 않는다
그리움으로 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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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길을 가며
어미 손 놓고 떨어져 누워
부숴지고 썩어 흙이 되기를 기다린다
아직은 몸 비비대며 발길마다 울어주는 것은
세월을 놓지 못하고 바둥대는
아픈 가슴 어루만져 주려는 마음일 터
붉은 함성으로 흔들던 너는
열정 넘치는 깃발이었지
너를 밟고 가는 서러움은
내 세월이 너와 같다는 것
천 년을 산들 더 살고 싶지 않으랴마는
계절의 진리 앞에 순응하는 미덕
나도 떠날 때는 그렇게 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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