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불곡산
- 원인숙(1959~ )
석양을 받으며
막바지 단풍이 남김없이 타오르더니
마침내 그 빛깔들을
모두 거두었다
사랑도 그리움도
이젠 쉬어야 할 시간
안으로 더 깊이 채찍질하며
침묵을 시작하는 나무들
산등성이를
오르는 바람도 말이 없다
타올랐다 식어간다는 것. 더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 식어가는 시간 속에서 타오르던 날들을 차갑게 들여다보는 시간. 11월이고, 사랑도 그리움도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채, 마지막 석양 속에서 온몸을 불사른 단풍나무들이 침묵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불곡산의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단풍의 불길 속에서 함께 타올랐던 바람도 더불어 침묵하는 시간. <황병승·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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