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文學) 마당 ♣/- 우리 현대시

트램펄린-이준규

Bawoo 2014. 11. 8. 13:36

          트램펄린

                                                       이준규

                                                  

공터가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공터의 끝에 교회가 있었다. 교회의 뒤로 테니스장이 있었다. 테니스장 옆에는 밭이 있었다.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그곳은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 되었다. 조금 떨어져 도로가 있고 도로 위에는 육교가 있었다. 공터의 다른 끝에는 아파트가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공터의 가운데에 트램펄린이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텅 빈 공터에 홀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공터의 끝에는 교회, 테니스장과 비닐하우스가 있는 밭,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장이 되는 밭, 공터의 다른 끝에는 아파트와 덩그러니 놓여 있는 트램펄린. 공중 높이 뛰어오를 때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들’은 사라지고 탄력을 잃어가는 쓸쓸한 저녁. 어둠이 내리는 공터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황병승·시인>

이준규(1970년 ~ ) 시인. 

 

2000년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자폐〉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에 선정되어 솔뫼창작지원금을 수여받았으며, 제12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텍스트 실험집단 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제12회 「박인환문학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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