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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 서머셋 모옴

Bawoo 2014. 11. 24. 22:18


인간의 굴레

 

 

이 책은 '윌리암서머셋 모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필립은 의사인 아버지가 10여 세 무렵 돌아가시고, 이어 다정다감하고 미인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터켄버리에 사시는 사제인 백부님댁에 보내진다. 자녀가 없는 백모님의 사랑 아래 성장한다. 내성적이고 절름발이로서 신체적 열등감을 지녔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킹스쿨을 졸업한다.  백부님이 권유하는 사제의 길로 갈 수 있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입학을 포기한 뒤, 독일에서 1년 보낸다. 하숙집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 간 뒤, 프랑스 파리에서 화가를 지망하면서 2년 머문다. 극도의 궁핍한 가운데 화가가 되려고 분투하는 예술가들을 여럿 만나고 친구의 자살을 혼자 수습하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그림 수업에 정진한다. 하지만 자신은 평범할 뿐, 뛰어난 화가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미련없이 터켄버리 백부님댁으로 귀향한다.

 

그 후에 런던으로 가서  회계사의 길을 가려고 견습생활을 한다. 그것도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포기하고 다시 백부님댁으로 귀향하여 고심 끝에 의학생의 길로 뛰어들어 간다. 우여곡절 끝에 7년간 공부하여 의사가 된다. 이 7년 간 모순 그 자체인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되고 견습 의생의 막바지에 주식에 마지막 학비를 투자한다. 전쟁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파산한다.  짧지만 노숙까지 체험하고 의학 공부를 포기한 채 육체적인 노동에 종사하다가 백부의 죽음으로 유산을 받게 된다. 그 돈으로 의학공부로 돌아와 드디어 의사가 된다. 그즈음 가족처럼 절친한 친구의 맏딸인 샐리와 결혼을 약속한다. 아내를 얻게 되자 의사가 되면 船醫가 되어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려고 하던 계획을 포기하고 바닷가에서 병원을 개업하기로 결정한다. 필립은 평범하나 행복한 가정을 가지는 꿈에 사로잡힌다. 여기서 소설은 끝난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해서 이 소설에 몸의 삶이 있는 액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몸의 아버지는 프랑스 주재 영국대사관의 고문변호사였다.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먼저 돌아가시고 이어 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 사제인 숙부에게 보내져 자녀가 없는 숙모의 사랑 아래 성장한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나 아내가 되는 셀리의 아버지와의 만남이나 파산하여 노동자계급으로 전락하는 부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는 한번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의사 자격증을 따지만, 개업하여 환자를 돌본 적이 없이 장편 소설을 출판하면서 작가로 평생을 살았다. 특히 희곡 작가로 대성한다.  이 작품과 <달과 6펜스>로 소설가로서도 문명을 날린다. 몸은 대중소설가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당대 다수의 독자가 그의 소설을 읽었으며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그가 소설에서처럼 동양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그의 독특한 경력은 스파이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동경때문에 스파이가 되어 그곳에 체류한 적이 있다. 그의 가정생활을 보면 40대에 한번 결혼한 후 딸을 하나 얻지만 10년 만에 불행한 결혼에 종지부를 찍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91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영국 프랑스 미국 스페인 등에서 살았지만 그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지낸 프랑스였다. 영여왕에게 작위를 받았고 프랑스의 니스에 멋진 빌라를 짓고 유럽의 명사나 상류층과 교유하면서 화려한 삶을 살았다.  

 

2, 사랑의 굴레

 

필립은 불구라는 신체적인 열등감을 가져서 그런지 같은 계급의 교양있는 아름다운 처녀와 연애하지 않는다. 여성과의 첫경험은 20살 되기 전에 백부님댁에 잠깐 묵고 있었던 나이 많은 가정교사 처녀와 가진다. 거의 어머니뻘 되는 여성이다. 함께 생활하고 산보하면서 가까워지지만 필립이 적극적으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녀가 런던으로 가자 곧 잊어버린다. 헤어진 후에 그녀가 울면서 매달리는데도 매정하게 연락을 끊는다.

 

필립이 절실하게 사랑한 여성은 런던 병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밀드레드라는 무식하고 교양 없고 이기적이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이 곤경에 처하거나 돈이 필요할 때 그를 찾는다. 그럼에도 필립은 그녀를 위하여 갖은 노력을 하며 경제적인 출혈을 감수하면서 뒤를 봐준다. 그녀가 독일인 유부남에게 속아서 결혼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자 배신감에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때 그는 얼굴은 못생겼지만, 통속소설을 쓰는, 별거 중인 여성과 교제한다. 그녀와는 대화가 통하고 마음의 위로나 안정을 얻지만 밀드레드처럼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전혀 미련없이 필립을 떠났지만 남자가 자신을 차버리고 본부인에게 간 뒤에 임신한 밀드레드는 필립에게 연락을 한다. 임신한 몸으로 남자에게 버림받았기때문이다. 필립은 그녀가 춣산할 때까지 자신의 집에 기거하게 하면서 돌봐준다. 출산한 후 아기를 시골 유모에게 맡기는 비용, 밀드레드의 의상비, 외식비 등등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함께 지낸다. 그럼에도 밀드레드는 필립을 사랑하지 않고 그의 친구인 의학생과 관계를 가진다. 밀드레드는  필립의 돈으로 필립의 친구인 의학생과 밀회를 하고 그 남자의 고향에 머물다가 사라져버린다.  그 뒤 필립은 자신이 버린 소설가 애인을 찾지만 이미 그녀는 별거 상태를 마감하고 이혼후 편집장인 남성과 약혼한 뒤였다.

 

필립은 이 시점부터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정리한다. 그렇지만 2권 말미에 그녀가 자식이 죽은 후에 창녀로 생계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서 돌봐준다. 이때는 사랑이 아니라 우정과 같은 것이다. 밀드레드는 이때 필립에게 육체적인 사랑을 요구하지만 필리븐 요지부동 응하지 않는다. 드디어 그 모순에 가득찬 사랑의 감정이 식은 것이다. 분노한 밀드레드는 필립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에 떠나버린다. 모순 가득한 사랑에서 벗어나 결혼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던 지인의 딸이며 자신을 오롯이 사랑하는 건강하고 용감한 처녀와 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인간의 굴레이다. 필립의 인생에서 굴레가 된 것은 신체적인 불구와 모순에 가득찬 짝사랑으로 끝난 사랑의 여정인 것같다. 철저히 이용당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짝사랑을 계속한다. 필립은 자신을 던져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르시스라고 말한다. 자기애가 강하여 상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럴까? 주고받아야 사랑이 아닐까!

 

밀드레드와의 비정상적인 사랑에의 탐닉을 보면서 작가인 몸의 일생, 특히 그의 사랑에 대하여 알고 싶었지만 자료가 없었다. 책의 말미에 붙은 연보를 통하여 알게 된 것은 몸이 신체적인 불구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말더듬이로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연보에는 한 번의 사랑과 마흔 넘어 한 결혼, 그리고 딸 하나 낳은 후에 불행한 결혼을 마감하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기록만 건조하게 있었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건이나 말더듬이라는 약점, 그외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소설 속에서 자학적인 사랑의 모습을 형상화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3, 비범한 꿈을 꾸었으나 평범하고 현실적인 삶으로의 안착

 

필립은 장래가 보장된 사제의 길을 버리고 독일에서 일 년간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화가가 되겠다고 가난 가운데 그림을 그린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보장된 삶을 살기 위하여 회계사가 되려다 의사가 된다. 모순에 가득찬 자학저긴 짝사랑을 한 여인을 단념한 뒤, 결혼은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과 한다. 결혼을 결심한 뒤, 동양을 향한 꿈이나 보헤미안적인 기질을 버리고 의사 개업을 결심한다. 직업이나 사랑에 있어서 젊은 날 방황했으나 무사히 범상한 현실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사제인 백부에게 양육되었지만 백부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에게 쉽게 주어질 수 있는 사제의 길을 포기하면서 신앙 자체를 버린다. 힘이 정의라고 여기며 도덕이나 윤리, 종교적인 계율보다 자유를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으로 간주한다. 20세기 초, 유럽에 떠돌던  무신론적 자유주의나 현실주의적 사고방식이 소설의 저변에 깔려 있다. <블로거 소냐 님 http://blog.daum.net/sohhnia/16157165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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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 요약>

 

필립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대성당 건물을 바라볼 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어떤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 창문 밖으로 손질이 잘된 오래된 잔디밭과 잎이 무성한 멋진 나무들이 보였다. 그걸 내다보고 있노라면, 아픔인지 기쁨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 그를 사로잡았다. 심미적 감정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113쪽. ----------

 

그것(불구라는 것)을 반항심으로 받아들이면 수치로만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하느님이 네게 짊어지게 한 십자가로 생각해 보아라. 네 어깨가 특별히 강하여 사랑의 표시로 십자가를 지게 하셨다고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그러면 그게 불행이 아니라 행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117쪽. ----------

 

 프라이스 양은 예측불가능한 사람이었다. 오늘은 사이좋게 헤어졌다 하더라도 다음에 언제 또 토라져서 함부로 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필립은 그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자기는 정작 잘 그리지 못하면서도 뭘 가르쳐야 할지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녀의 끊임없는 조언 덕분에 필립의 솜씨는 상당히 향상되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337쪽. ----------

 

  “ (…) 그런데 자넨 이 세상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지라 필립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요컨대,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을 너도 남에게 하라, 는 것인가?”

“그런 셈이죠.”

---------- <인간의 굴레에서 1>, 348~349쪽. ----------

 

 “글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자유롭다는 환상을 너무 철썩같이 믿고 있어. 그래서 나도 그걸 쉽게 받아들이고 마네. 나는 내가 자유로운 행위자인 것처럼 행동하지. 하지만 어떤 행위가 이루어질 때는 우주의 모든 힘들이 저 영겁에서 함께 작용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 분명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지. 그건 필연이니까. 선한 행위였다 해도 난 공적을 주장할 수 없고, 나쁜 행위였다 해도 난 비난받을 수 없네.”

---------- <인간의 굴레에서 1>, 351쪽. ----------

 

 

 

그는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막 잠에서 깬 어린 짐승처럼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흐르는 강물, 산들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포플러, 새파란 하늘, 이 모든 것을 그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378쪽. ----------

 

 

“세상에 가장 굴욕스러운 일은 말이지, 먹고 사는 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야. 난 돈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멸감밖에 들지 않네. 그런 자들은 위선자가 아니면 바보야. 돈이란 제 육감과 같아. 그게 없이는 다른 오감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지. 적정한 수입이 없으면 인생의 가능성 가운데 절반은 막혀버리네.

---------- <인간의 굴레에서 1>, 414쪽. ----------

 

 예술가에게 가난이 제일 좋은 채찍이 된다는 말들을 하잖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가난의 쓰라림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그래. 가난이 사람을 얼마나 천하게 만드는지 몰라. 사람을 끝없이 비굴하게 만드네. 사람의 날개를 꺾어버리고, 암처럼 사람의 영혼을 좀먹어 들어가지.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적어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고, 너그럽고 솔직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 정도는 있어야지. 나는 말이야,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예술하는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을 자기 예술에만 의존하다면 그런 사람을 정말 가련하게 보네.”

---------- <인간의 굴레에서 1>, 414~415쪽. ----------

 

 

“네 돈은 이제 나와는 상관없다. 너도 이제 독립된 인간이고.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다. 네게 한없이 쓸 만한 돈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불행한 일이지만 네 신체가 불편하여 돈 벌기가 남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 말이다.”

필립이 이제 알게 된 것은, 누구든 자기에게 화가 나면 맨 먼저 그의 불구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는 점이었다. 거의 누구도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사실로써 필립은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425쪽. ----------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본능적인 느낌으로, 무슨 말을 하면 그녀의 마음이 움직일지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하자니 진절머리가 났다.

“가혹해. 정말이지 못 견디겠어. 하기야 당신은 절름발이의 심정을 모르겠지. 그래, 내가 싫을 거야. 나도 기대 안해.”

“필립, 그건 아녜요.” 그녀가 얼른 대답했다. 목소리에 갑자기 연민이 어려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이제 필립은 연극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잖아요, 필립. 어떨 때 당신이 좀 피곤하게 굴긴 하지만. 이제 마음 풀어요.”

그녀가 그에게 입술을 갖다대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맞춘다.

“어때, 이젠 기분좋아요?” 그녀가 물었다.

“그래, 좋아 죽겠어.”

---------- <인간의 굴레에서 1>, 494쪽. ----------

 

 모퉁이 저편에 경찰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르라.

---------- <인간의 굴레에서 1>, 429쪽. ----------

 

* 출처: 블로그 'pek 501의 서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