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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치명적 자만

Bawoo 2014. 12. 30. 22:55


치명적 자만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지음, 신중섭 옮김 / 자유기업원




독교의 경전인 성서(the Bible)의 시작은 창세기다창세기는 천지창조와 인간의 탄생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타락하게 됐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주목할 부분은 인간의 타락 부분이다이 이야기는 의 꼬임으로부터 시작한다.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하나님은너희가 그 나무 열매를 먹으면너희의 눈이 밝아지고하나님처럼 되어서선과 악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아시고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선과 악을 안다는 것이것은 곧 이성을 의미한다. ‘은 인간에게 태초의 인간에게 이성을 가지면이상 사회에 다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인간은 절대로 죽지 않는 영생의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고신의 영역에 서서 사회의 모든 일들을 통찰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그러나 결말은 참혹했다.

 

하나님이 물으셨다. "네가 벗은 몸이라고누가 일러주더냐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네가 먹었느냐?" (중략여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할 것이니너는 고통을 겪으며 자식을 낳을 것이다네가 남편을 지배하려고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 남자에게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아내의 말을 듣고서내가 너에게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의 열매를 먹었으니이제땅이 너 때문에 저주를 받을 것이다너는죽는 날까지 수고를 하여야만땅에서 나는 것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간은 이성을 통해 유토피아를 추구했다이성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과 인간을 구별지어주는 유일한그리고 가장 고귀한 능력이라 믿었다그러나 이성이 인간에게 준 것은 참혹한 디스토피아였다실제 역사상으로도 그랬다플라톤토마스 모어그리고 이 글의 토픽이 될 마르크스까지 저 나름의 유토피아를 내놓았다그러나 한번이라도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는 실현된 적이 없었다.

 

 

영국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그의 생전 마지막 저서인 치명적 자만을 통해 이를 강력하게 지적했다그는 철학적·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 이성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그의 가정에 따르면인간은 구조적으로’ 세상에 대해 무지하다다만 인간은 다른 자연과 철학과 같이 혼돈과 무지의 불투명한 세상에서 더 오래 살아가기 위해 진화할 뿐이다사회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지금의 자연스러운’ 질서는 인간이 진화 과정을 통해 살아남기에 가장 최적의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하이에크는 이런 문명적 질서를 확장된 질서(extended order)’라고 부른다확장된 질서는 자연스럽게 오늘날 자본주의의 질서로 연결된다.

 

확장된 질서는 하나의 제도이자 규범이다그래서 이 질서는 학습과 사회 구조를 통해 인간에 내재화 된다다만 태고로부터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지 진화되고 발전해 인간에게 전승된 것이다그래서 나는 확장된 질서를 인간 역사 속에서 형성된 잠정적 선()이라고 본다.

 

확장된 질서는 인간의 본성의 영역도 아니고그렇다고 이성의 영역도 아니다이 질서는 인간의 본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분명 이 질서는 가장 최적의 적응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인간의 이성과도 거리가 멀다이 질서는 인간의 이성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실제 하이에크는 인간에게 이성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질서는 형성되어 왔으며인간의 이성을 통해 이 질서가 습득 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확장된 질서는 본능과 이성 사이경계에 놓여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인 셈이다.

 

간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한 가지 착각에 빠지게 된다이성은 완전하며본능과는 반대된 인간만의 완벽한 무언가라고 말이다그래서 인간은 이성을 통해 어느 순간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고그 세상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기게 됐다급기야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터득해온 확장된 질서를 뒤집기에 이른다기성 질서특히 자본주의에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인간은 자본주의의 모순점을 극복하도록 스스로 디자인한 세상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런 이성에 대한 믿음은 오랜 역사 동안 인간에게 우리 사회를 더 합리적이고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그러나 현실은 다르다인간은 구조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인간이 사회를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는 무한한데 비해인간이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 자만한다.마치 태초의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그러했듯인간은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이를 하이에크는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라고 부른다.

 

하이에크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사회주의를 맹렬히 비난한다인간의 이성을 통해 사회를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다는 사회주의의 논리는 인간의 자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하이에크는 사회주의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라고 명명했다하이에크는 구성주의적 합리주의가 미래를 미리 정해 놓은 채로 명령과 지시에 따르는 인위적인 질서라고 본다또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는 본래 사회성을 띠는 인간의 본능과 개인주의와 사유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의 확장된 질서그리고 사유와 판단의 주체인 이성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았다이는 하이에크에게 가짜 자유주의이다.

 

실제 하이에크의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생산으로부터의 소외와 자본가와 노동자의 착취 관계를 타파해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마르크스의 생각은 오히려 역사 속에서 정반대로 실현됐다국가는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했음에도정작 사람들이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지 못했다도리어 국가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강제력을 동원하고 급기야는 하나의 디스토피아로 전락했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동구권의 붕괴는 인간은 사회 전체를 계획하기에는 아주 작은 존재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게 했다.

 

재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의사 결정은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시장이다시장의 근본 시작은 무지에서 비롯된다왜 만드는지누가 쓰는지 절대 알 수 없는 상태가 무지다사람들은 무지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다나는 여기에서 자유가 비롯된다고 본다누구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경쟁을 하게 된다각자가 더 좋은 것을 내세우고그 가운데에 더 좋은 것이 살아남게 되는 과정이 경쟁이다경쟁을 통해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경쟁은 인류 역사가 흘러오면서 지금까지 형성된 마지막 진화물이다.그렇다고 지금의 모습이 최종의 목적지는 아니다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역사 가운데에 확장된 질서는 현재의 모순들을 극복하고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모든 것이 그렇듯인간도질서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개인주의의 사회는 무지한 인간과무지로부터 나오는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노력이 십분 발휘되는 곳이다인간은 신이 아니다그렇기에 인간은 진화하는 존재이지완성된 존재가 아니다물론 가끔 회의(懷疑)는 필요하다사회를 뒤집어 보는 발상도 필요하다이런 발상은 더 나은 현실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인간 스스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인간이 모르는 어느 곳에서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숨어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인간이여지금처럼 무지하자.그리고 이렇게 자유하자.

 

* 출처:http://mstylestar.egloos.com/2954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