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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시선 2035] 영화 ‘국제시장’과 세대격차 서로 어루만지는 날 오기를

Bawoo 2015. 1. 9. 10:13

“‘이래 살면 안 된다’ 이 말 아이가. 친구들이 다 그라든데….”

 아빠의 감상평 한마디가 나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다. 우리 아빠도 영화 속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처럼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서 일하면서 우리를 먹여 살렸다. 그 기간만 20년쯤 된다. 덕분에 나는 등록금 한 번 내 손으로 벌지 않고 대학을 졸업했다. 아들딸을 무사히 키워낸 게 가장 큰 자부심인 우리 아빠도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삶을 후회하는 걸까. 아빠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차적으론 제 할 일 하느라 바빠 얼굴조차 보기 힘든 아들딸에 대한 불만의 표현일 터다. 거기에 아빠의 후회를 더 깊게 하는 건 노후에 대한 걱정이다. 국가와 가족을 위해 평생을 일했다고 자부하는데도 당장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앞날이 막막하다는 거다.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만으로 그동안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표적인 노령일자리로 꼽혔던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의 채용 경쟁률은 20대 1을 훌쩍 넘긴다는 보도가 나온다. 30~40대 지원율도 높다고 하니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위축감이 든다. ‘국제시장’을 보러 우루루 몰려갔다는 부모님 세대의 ‘향수’ 이면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아버지 세대의 고생 후일담을 지겨워하는 젊은 세대도 이해가 된다. 해방 이후 가장 풍부한 교육을 받은 세대라고 불리지만 정작 청년 고용률은 40% 수준이다. 영화 속 주인공 덕수는 죽을 만큼 고생하고 또 그만큼 보상을 받지만, 제대로 고생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멀게만 느껴진다. 면접관에게 곤란한 질문을 받고서 애국가 한 방으로 취업에 성공한 덕수의 이야기는 2015년 한국에선 판타지에 가깝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 세대’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아버지 세대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윤제균 감독은 “소통과 화합을 말하려 했는데 막상 영화를 개봉하고 나니 갈등이 폭발했다”고 당황스러워했다. 당황스러워만 하기에는 갈등의 골이 깊다. ‘정년 연장이냐 청년 일자리냐’ 하는 문제는 이미 언론사의 단골 시험 주제다. 한쪽의 희생으로 다른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다. 영화의 흥행 코드인 아버지 세대의 ‘향수’와 최근 논란을 촉발시킨 아들딸 세대의 ‘냉소’는 양쪽 모두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한 동전의 양면이다.

 영화는 영어 제목 ‘아버지에 대한 헌시(Ode to my father)’처럼 과거를 끌어와 아버지의 현재와 미래를 위로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로 아버지의 과거를 어루만지는 날은 언제쯤 올까.

* 중앙일보-류정화 JTBC 국제부 기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국제시장

나는 오늘 2014년 12월 27일 인천 부평 ‘롯데시네마 부평점’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6‧25 전쟁에 개입해 북한을 돕는 중공군 공격을 피해 후퇴하는 미군 함정을 어렵게 얻어타고 흥남부두를 떠나며 겪는 피난민 대열의 비참한 아비규환 현장에서 주인공 황정민이 어린 동생 윤막순과 아버지 윤진규와 헤어진 후 부산 국제시장에 정착해 살며 겪는 힘든 피난민 생활의 아픔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윤덕수 황정민이 어린 나이에도 가장 장남이라는 책임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밑 바닥 생활을 하며 고생을 하다 어느날 친구 오달수와 함께 서독 광부 파견에 자원하여 격는 코믹 연기가 영화를 재미를 더한다. 그런 가운데 어렵게 서독광부 파견 시험에 합격하여 서독 현지 탄광에서 광부 노릇을 하며 겪는 피눈물나는 고생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그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런 정도로 힘든일을 할 수 있을까 저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또 한편으로 저 정도로 고생을 하며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서독파견 광부, 간호사분들이 있어 그 시절 북한 보다도 가난하게 살던 우리나라 재건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회상하며 머리가 숙여진다.

그런 와중에도 살아서 주인공 황정민은 광부일로 돈을 벌어 귀국 했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란 말처럼 그 많은 가족들 거느리는 과정에, 과거 피난 시절에 비하면 사람사는 형편이 좋아졌음에도 불구 가족들이 상대적 빈곤감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주인공은 다시 전쟁이 한창인 월남으로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하는데 특히 더 감동적인 것은 주인공 황정민과 친구 오달수의 끈끈한 우정에 감탄하게 된다.




주인공 황정민은 월남에서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기사회생 하며 어렵게 살아나지만 불행이도 한 쪽 다리가 잘린 불구자가 되어 귀국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는 상봉 장면에선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어찌나 흐르던지 손수건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다. 또한 1980년대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란 프로그램을 통해 흥남부두에서 잃어버린 막내 여동생 막순이를 찾는 과정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 막순이와 전화 연결하여 여동생임을 확인하는 장면에선 바로 곁에 중학교 1학년 손자 아이가 있는데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흐느껴 울고 말았다.




나는 며칠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를 62년지기 초등학교 동창들과 단체 관람도 했다. 그때도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의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리고 머지 않은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때도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데, 오늘 본 영화 국제시장은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 각기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다사다난 했던 2014년 한 해도 이제 며칠 있으면 뒤로 하고 대망의 2015년을 맞이 한다. 덧 없는 한 해와 작별하는 길목에서 가족이 함께본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우리 가족에게 ‘열마디 말보다 훨씬 더 큰 산 교훈’을 얻은 뜻 깊은 감동의 영화라 생각하며 영화 국제시장에 감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