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는’
박두진
아무 일도 너희에게 일어나지는 않으리.
안에 오랜 피가 서려 불길 일으켜
멸하라 멸하라고 분노했어도,
두 골짝 고루 비춰 해를 주시는
하느님은 너희들도 사랑하시는 것을,
악한 자가 어찌 길이 형통하며
패역한 자가 다 안락함은 무삼 연고니이까?
악인이 더 잘되는 모순된 세상
신의 뜻에 인간행동이 더해져야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은 신(神)을 바라본다. 그러나 신이 주재한다는 세상도 인간이 주재하는 세상 못지않게 이(利)가 의(義)를 누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80년대 초 대학에 입학해 이런 세상의 모습에 번민하던 젊은 시절, 시인 박두진은 “여호와여 내가 주와 변론할 때에는 주께서 의로우시니이다. 그러나 내가 주께 질문하옵나니”로 시작하는 예레미야의 항변(예레미야 12장 1절)을 화두로 던져주었다. 이는 예레미야의 질문이자 박두진의 질문이었고, 또한 나의 물음이었다. 신이 직접 다스렸다는 예레미야의 시대, 즉 구약(舊約) 시대도 세상은 정의롭지 못했고, 신이 직접 내려왔었다는 신약(新約) 시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예레미야의 질문 위에 녹두장군 전봉준을 추모한 시인 김남주의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를 덧대었다.
“보아 다오, 그들은/강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자유를 위해 구걸 따위는 하지 않았다/…/성단의 탁자에 손을 얹고 선을 구걸하지도 않았고/돈뭉치로 선을 사지도 않았다”
그렇게 신의 뜻에 인간의 행동이 더해질 때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출처: 중앙일보-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참고>
예레미야 :히브리의 예언자, 개혁가, 〈구약성서〉 〈예레미야〉의 저자.
고대 근동 역사에서 중대한 시기에 발생한 종교 및 정치 사건들에 깊이 휘말렸으나, 그런 가운데서도 영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여, 유대인 동족들로 하여금 BC 586년에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게 함락되고 많은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로 끌려가는 등의 재난을 견뎌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BC 627(또는 626)년, 즉 요시아 왕 재위 13년에 예언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예언을 하라는 야훼(하느님)의 명령을 받은 그는 "저는 아이라서 말을 잘 못합니다"하고 거절했으나, 야훼는 자신의 말을 직접 그의 입에 넣어주고 그를 '만방에 내 말을 전할 나의 예언자'로 삼는다는 보증을 해주었다.
예레미야 Book of Jeremiah
〈구약성서〉의 주요예언서.
Prophecy of Jeremias라고도 함.
유다 역사에서 가장 극심한 격동기 40년 동안 활동한 유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요시야 왕 13년(BC 627/626)에 예언자로 부름을 받아 BC 586년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 포위·함락된 뒤까지 활동했다.
그가 남긴 예언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당시의 험난한 사건들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주요부분은 대개 유다와 예루살렘을 비판하는 예언(1~25), 예레미야에 관한 이야기(26~45), 이방민족들을 비판하는 예언(46~51), 역사 후기(52)로 나누어진다. 첫번째 부분에 나오는 예언들은 대개 예레미야가 직접 한 것이고, 대체로 3인칭의 산문체로 예레미야에 대해서 말하는 2번째 부분은 서기 바룩이 기록한 듯한데, 36장에 따르면 바룩은 예레미야가 불러주는 대로 이스라엘과 유다, 모든 민족들을 비판하는 예언들을 썼다고 한다. 이방민족들을 비판하는 예언들의 일부는 예레미야가 쓴 것으로 보이며, 후기는 대부분 〈열왕기 하〉(24:18~25:30)를 인용했다.
이 책이 지니는 독특한 특징은 예레미야의 '고백들'에 나타난다. 개별적인 애가들을 묶은 이 고백들은 사람들이 아주 싫어하던 소식을 전하는 예언자가 되어 여러 번 옥에 갇히고 목숨까지 빼앗길 뻔하면서 겪은 내적인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 고백들 때문에 예레미야의 생애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른 예언자들의 생애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이 책의 문헌형성사는 길고 복잡하다. 기본 자료층은 예레미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을 비판한 예언들로 구성되며, 그 가운데 일부는 바룩이 예레미야의 구술(口述)을 두루마리에 받아적은 내용과 일치하는 듯하다. 예레미야에 관한 이야기 모음들(특히 26~45)은 다소 늦게 바룩이 편집한 듯하다. 이러한 2개 자료들에 예레미야의 후기 활동과 그밖의 자료들(특히 46~51)에서 나온 한 자료가 덧붙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편집자들이 자료들을 삽입하고 배열하는 가운데 나온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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