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기대로 바뀐 건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4년 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이 나왔을 때, 이 영화의 흥행은 영화 자체보다 경쟁작 빈곤으로 인한 반사이익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했다. 속편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그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콘텐츠 자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시리즈 2편 격인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에서 영화의 두 축,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은 전보다 훨씬 호흡이 잘 맞는다. 길게 늘어질 것 같은 장면은 아예 차단했다. 속도감도 빠르고, 코믹감은 곱절이나 늘어났다. 설 연휴에 맞춘 가족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정조 19년, 외딴 섬에 유배 중인 김민에게 어느 날 소녀 다해가 바다 건너 찾아온다. 매일 ‘동생을 찾아달라’는 소녀의 하소연을 김민은 애써 외면한다. 불량은괴가 조선 전역에 유통되자, 김민은 유배지를 이탈해 뭍으로 나간다. 뭍에선 숨진 소녀들의 시체가 떠내려오고, 김민과 서필은 이 소녀들이 불량은괴를 만들다 청산가리에 중독된 사실을 알고 그 정체를 밝히기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영화 제목은 ‘조선명탐정’이지만, 극의 흐름은 탐정이라기보다 탐험에 가깝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예리한 수사력을 발휘하는 셜록 홈즈의 능력보단 각종 무기와 야광물질을 만드는 맥가이버의 능력과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심이 결합된 캐릭터라는 점에서 좀 황당하기도 하다.
그런 논리적 연결성을 제외하면 관람의 장애물은 없다. 무엇보다 깨알같은 코믹들이 수시로 터져 보는 재미를 높인다. 김민은 전편보다 더 능청맞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서필은 더 야무지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역할이 살짝 바뀐 것도 관람 포인트다.
전편에서 매혹적인 여인 한객주(한지민)의 역할은 이번에 히사코(이연희)가 맡았다. 그녀 앞에서 목소리 톤과 태도가 달라지는 김명민의 ‘오버 연기’는 수긍이 간다. 수많은 남성 관객들의 태도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 뚱뚱한 기생이 권하는 술에 “오늘 술 끊었습니다”라고 받는 오달수의 대사는 각본이 아닌 애드리브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다.
영화는 ‘종합선물세트’의 표본이다. 코믹을 선두로 노비의 딸로 태어난 소녀들의 ‘인권’을 강조하는 진중한 메시지, 블록버스터의 흔적을 몇 개씩 솎아내는 장면까지 흥행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공식들을 죄다 갖다 붙였다. 그럼에도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다시 잡은 김석윤 감독의 연출은 과하지 않고 적당한 절제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손쉽게 훔친다.
가수 조관우의 시각장애인 연기는 탁월하다. 가수의 연기 도전 같은 모양새가 아니라, 뼛속까지 연기자인 것처럼 연기한다. 배우 이연희의 신비로운 연기도 극 전개에 잘 묻힌다. 큰 재미, 소소한 감동이 어우러진 잘 빠진 모험극이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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