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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줄잇는 중앙은행 '깜짝행보' 다음은?

Bawoo 2015. 2. 6. 09:51

韓·中·印·印尼 등 통화완화 뒤따를 듯...'비정상' 행보 美 금리인상 역풍 경고도

 

새해 들어 중앙은행들의 '깜짝 행보'가 줄을 잇고 있다. 대개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부양 조치다.

전문가들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중앙은행의 이례적인 통화부양 행보가 앞으로 더 지속되겠지만 신흥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역풍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인도 이집트 페루 덴마크 캐나다 러시아 등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중앙은행은 최저 환율제를 폐기했고 싱가포르 통화당국은 싱가포르달러의 평가절상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대부분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일부 중앙은행은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통해 새 조치를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폐기한 것만 빼면 모두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조치다. 통화완화는 통화 가치 하락의 배경이 된다.

중국 인민은행도 4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하는 것으로 통화완화 행렬에 합류했다. 지준율은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예금액의 비율이다. 이를 낮추는 만큼 대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춘 것은 201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깜짝 행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롭 수바라만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시기나 규모로 시장을 놀라 게 할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주목할 나라로 △한국 △중국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꼽았다.

그는 디플레이션 압력, 중국의 성장둔화, 수출 부진 등이 이들 중앙은행의 깜짝 조치 배경이 될 것이라며 지난 2개월간 악재가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태국은 최근 싱가포르에 이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디플레이션)가 됐다. 한국도 담뱃값 인상 효과를 배제하면 대만처럼 디플레이션이 임박했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낮거나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디스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다.

중국의 경제지표도 심상치 않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추락했다. 제조업 경기가 2년여 만에 위축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시아의 수출엔진도 이상조짐을 보인다. 한국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최근 1월 무역수지를 발표했는데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0.4% 줄었다.

이에 따라 수바라만은 한국은행이 4월과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리인하 시기가 이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인민은행은 2분기부터 연말까지 분기마다 지준율을 0.5%포인트씩 추가 인하하고 2분기에는 금리도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바라만은 또 인도 중앙은행이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4월을 유력한 시기로 꼽고 금리인하가 더 단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전망이지만 결정시기가 연내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4월 정례회의에서 추가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20-30%정도 된다고 수바라만은 분석했다.

타이무르 바이그 도이체방크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깜짝 행보가 잇따르는 것은 불안감과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ECB가 지난달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등 중앙은행들이 하나둘 통화완화 공세를 취하자 나머지 중앙은행들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그는 신흥시장의 경쟁적인 통화완화가 몰고 올 부작용을 경고했다. 1980년대 초와 90년대 중반의 경험에서 보듯 미국의 금리인상은 신흥시장에서 자본이탈을 촉발해 현지 통화에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최근 두드러진 신흥시장의 통화완화 움직임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금리인상 역풍을 피하려면 금리인하 대신 금리인상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 머니투데이-김신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