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는 왜 그림 속에 인체의 장기를 숨겼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각종 발명품과 예술품을 이용하여 흥미롭게 만들어진 소설 '다빈치코드'는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구성력이 돋보이는 다빈치 코드와는 다르게 어떤 의사들은 또 다른 르네상스의 거장인 미켈란젤로가 인체의 장기를 자신의 작품속에 숨겨서 표현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켈란젤로 코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부분의 미술 전문가들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고, 알고 있는 것만 보는 성향이 있다'며 이 미켈란젤로 코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의학자들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미켈란젤로 코드'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최고 걸작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1505년 미켈란젤로는 새로운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초대를 받아, 로마를 방문하여 무덤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황의 후원으로 여러 작업을 하던 중 1508년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의 천장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당대 프레스토화의 거장이었던 라파엘로와의 비교가 너무 싫어서 천장화를 맡았고 1512년 완성하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라파엘로와의 라이벌 관계보다는 오히려 천장화는 예술가와 과학자로써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기획단계에서는 하늘에 12개의 별자리(십이궁도)를 그리기로 했으나, 미켈란젤로는 창세기의 내용을 담은 300명의 인물 묘사와 9개의 테마로 구성을 바꾸었습니다. 40.5미터의 길이와 14미터의 폭인 천장화는 9개의 테마는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12명의 선지자를 주변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9개의 테마는 천지창조와 관련된 3개의 테마인 빛과 어둠의 분리(The Separation of Light and Darkness), 해와 달과 지구의 창조(The Creation of the Sun, Moon, and Earth), 물과 땅의 분리 (The Separation of Land and Water)로 창세기의 첫 3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4번째와 5번째 테마는 최초의 남자와 여자였던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과 이브의 창조(The Creation of Eve)이고 6번째 테마는 선악과를 먹고 낙원인 에덴의 동산에서 쫓겨나는 것을 묘사한 유혹과 추방(The Temptation and Expulsion)입니다.
7번째 염소를 제물로 바치는 노아를 묘사한 것으로 알려진 노아의 제사(The Sacrifice of Noah)이고 8번째와 9번째는 각각 물로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대홍수(The Great Flood)와 술에 취한 노아(The Drunkness of Noah)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천장화를 따라가다 마지막으로 최후의 심판을 위해 재림하신 예수님이 그려져 있는 벽화로 마무리되어 있는데 미술가들에 의하면 원근감을 이용하여 2차원의 그림을 3차원적 느낌이 나도록 묘사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코드란 무엇인가?
1990년 미국 의학 협회에서는 4번째 테마인 아담의 탄생과 뇌의 해부도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논문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2000년 국제 신장 학회지에서는 3번째 테마인 물과 땅의 분리에서 인체 신장과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논문이 발표됩니다.
두 논문을 보고 브라질의 외과의였던 질송 바헤또(Gilson Barretto)는 레지던트시절 바티칸 시티를 배낭여행하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보고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던 그가 그림속에서 본 것은 인체의 각종 장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르셀로 지 올리베이라(Marcelo G. de Oliveira)와 협력하여 이 연구결과를 책으로 발간하게 됩니다. 미켈란젤로는 이탈리아의 로렌조 디 메디치가문에 발탁되었던 십대 초반 이미 해부학에 관심을 가졌고, 18세에 이미 자신이 직접 해부할 실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해부학적 지식은 예술가들을 위한 해부학 서적을 출판할 정도로 뛰어났고, 해부학자였던 레알도 콜롬보(Realdo Colombo)가 의학서적을 출판할때 연구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미켈란젤로의 풍부한 해부학적 지식은 그의 예술적 작품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급기야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4번째 테마가 뇌의 단면도를 묘사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1990년 논문에 따르면 아담에게 생명을 주는 신의 모습은 뇌의 횡단면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다름아닌 이성라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 뇌를 그려넣었다고 합니다.
90세까지 장수했던 미켈란젤로가 신장결석때문에 평생을 고통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채 그림을 그리면서 극심한 통증을 참아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그림과 시에 신장의 기능을 묘사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 국제 신장협회의 논문은 시스티나 천장화의 3번째 테마인 '땅과 물의 분리'에서 오른쪽 신장의 단면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액체로부터 고체가 걸러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당시 신장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암시했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이라는 책에서는 다른 인체기관인 폐, 중이 등이 묘사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아직 책을 읽지 못해 어떤 비밀이 더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왜 그림 속에 코드를 넣었나?
미켈란젤로가 코드를 삽입한 이유에 대해 두가지 가설이 있는데 첫째는 미켈란젤로가 교황청에 반대하여 은밀히 인체의 장기를 그려넣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평생 교황청의 지원을 받아 넉넉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특히 해부학을 연구하기 위해 공적으로 시신을 제공받았다는 점에서 약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두번째 가설은 그가 자신의 상징으로 인체 장기를 그림 속에 삽입했다는 주장입니다. "모든 화가는 자기 자신을 그린다. (Every painter paints himself)"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미켈란젤로는 단지 그림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는데, 그것이 외면적인 모습이 아니라 해부학적 모습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도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라는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마치며
미켈란젤로 코드에 대한 논문을 읽으면서 코드 존재의 유무를 떠나 예술작품을 전혀 다른 분야의 학문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학문의 전공자가 발견한 내용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인정해 주는 학문사회의 분위기가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늘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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