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Jan Vermeer
이 책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빛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한 쉬우면서도 균형 잡힌 입문서이다. 저자가 추정한 베르메르의 전 작품 32점이 화가의 삶과 격동하는 네덜란드의 시대 상황, 그리고 델프트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 등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그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수께끼의 화가 베르메르,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려 미술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네덜란드 회화전과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 귀고리 소녀>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베스트셀러 소설의 출간, 그리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상영을 통해 대중에게 더욱 가까워진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 그러나 ‘수수께끼의 화가’, ‘신비의 화가’ 등으로 포장된 그의 비밀스런 이미지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소설이나 영화 속에 묘사된 화가의 모습은 과연 사실일까?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화가와 하녀 그리트의 관계를 무척 설득력 있게 묘사하였는데, 그들을 둘러싼 진실과 허구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여러 사람들이 주장한 것처럼 베르메르는 정말 광학도구의 도움을 빌려 작업한 것일까? 왜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는 베르메르의 <레이스를 뜨는 여인>을 극찬했을까? 또 테러리스트들은 왜 항상 베르메르를 탐내는 것일까?
침묵의 삶을 예술의 알리바이로 삼았던 신비의 화가에 대한 완벽한 X-파일
이 책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빛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한 쉬우면서도 균형 잡힌 입문서이다. 저자가 추정한 베르메르의 전 작품 32점이 화가의 삶과 격동하는 네덜란드의 시대 상황, 그리고 델프트의 현장감 넘치는 사진 등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그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베르메르의 카메라 옵스큐라 활용설을 반박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제작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과 비교 가능한 동시대 화가들의 풍부한 도판 자료는, 다소 전문적인 미술사적 사안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후 200년간 잊혀진 존재였던 베르메르를 재발견한 미술비평가 토레-뷔르거를 재조명하였고, 네덜란드 미술계를 혼란에 빠뜨린 세기의 위작 사건을 심도 있게 파헤쳤으며, 진품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네 점의 작품을 철저히 분석하였다. 또한 테러리스트들이 베르메르의 작품을 인질 삼아 정치적인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했던 범죄 사건들의 전말을 밝혀낸다.
이 책을 통해 ‘어두운 골방에서 자신의 작품에만 몰두하는 고독한 천재’라는 비현실적인 화가상 대신, 시대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고 때로는 시행착오와 삶의 고단함도 맛봤던 보다 친근한 베르메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한 풍속화의 거장, 베르메르의 삶과 예술 세계
렘브란트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1675). 베르메르가 활동하였던 당시 네덜란드에서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풍속화가 널리 유행하였다. 이런 흐름을 타고 베르메르도 역사화에서 풍속화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그는 주로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눈부신 고요와 정적을 화폭에 담아냈다.
우유를 따르거나 편지를 쓰는 여인의 단순한 일상 풍경을 그린 그의 작품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끄는 미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형태와 표면에 작용하는 햇빛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치밀하고 완벽하게 묘사한 그의 표현 기법에서 비롯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의 부드러운 조화, 알레고리를 배제한 간결한 공간, 현실에 머물러 있지 않은 듯한 등장인물의 고요한 정지 자세 등을 통해 그는 네덜란드 민중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회화 예술로써 완벽하게 재현한 베르메르에 대해 앙드레 말로는 ‘회화 그 자체의 근본적 가치 때문에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림을 통해 다양한 의미와 교훈적인 내용을 표현하려고 했던 다른 화가들에 비해 베르메르는 회화의 고유한 가치를 중시하였는데, 이는 현대 회화의 정신과 서로 통하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풍속화가들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유독 베르메르의 그림들이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베르메르는 델프트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그 도시에서 살았으며,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카타리나 볼네스와 결혼하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였다는 기록, 일 년에 두세 점의 작품만을 제작했던 신중한 화가였다는 점, 만년에 프랑스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그림을 한 점도 팔 수 없어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11명의 자녀를 남겨둔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져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잊혀졌으나 19세기 중반 미술비평가 토레-뷔르거에 의해 재발견되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미술계를 뒤흔든 세기의 위작 사건과 도난 사건
‘작품의 희소성,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가려진 삶, 사후 200년이 지나서야 명성을 얻게 된 잊혀졌던 화가’와 같은 요란스런 수식어들은 베르메르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여러 번의 위작 사건과 도난 사건 등 수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순간에 네덜란드 미술계를 큰 혼란에 빠뜨린 주인공은 ‘한스 반 메헤렌’이라는 네덜란드 화가였다. 그는 1945년 미술품 감정가들이 베르메르의 초기 작품으로 판정했던 그림들이 사실은 자신이 그린 위작이라고 선언하였는데, 당시 저명한 미술관들이 그 그림들을 앞다투어 고액으로 구입한 뒤 전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의 충격적인 증언으로 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한 진위 여부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후 미술사가들의 철저한 연구 결과에 의해 지금 베르메르의 작품은 30~35점으로 알려져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널리스트 구치키 유리코가 자신의 저서인『도난당한 베르메르』(新潮選書)를 요약하고 있다. 여러 차례 있었던 베르메르 작품의 도난 사건을 흥미롭게 추적한 이 글은 마치 ‘그림 속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책 속의 책’의 역할을 하며 또 하나의 읽는 즐거움을 전해준다.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훔쳐간 <연애편지>와 <기타를 치는 여인>, <편지 쓰는 여인과 하녀>는 결국 되찾을 수 있었지만, <합주>는 1990년 보스턴에서 도난당한 이후 지금까지 행방불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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