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 閑談]/<단상, 한담>

Bawoo 2015. 8. 27. 08:06

 

 

요 며칠  꿈자리가 계속 뒤숭숭하더니 안 좋은 일이 자꾸 일어났다. 나이가 들면 안 좋은 꿈은 꼭 맞는다고 하더니.

 

지난 토요일 도서관 갔다 오는 길에는 아직 10대일 남녀 한 쌍이 내 앞길을 비켜주지 않고 그냥 지나가다가 나하고 부딛쳐 손주뻘인 어린 아이하고 한바탕했는데, 그제는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살고 있는 며느리가 귀가길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들 내외가 사는 사택 가는 길이 좀 어둡다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그것을 노리는 치사한 놈이 있을 줄이야. 전화를 받은 아내는 "우리라도 내려가 있는게 어떠냐"며 당장이라도 내려 갈 기세였다. 이런 아내를 "어젯밤 꿈자리가 엄청 안 좋았어서 난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려고 해." 그러면서 제지를 하고서는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기로 작정했었다. 집안에만 있으면 과연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 하면서. 이번에는 안 좋은 꿈이 안 들어맞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집안에서 꼼짝않고 있으면서 음악을 들으며 블로그 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코 한 쪽으로 뭔가 주르르 흐르는 느낌이 들더니 입고 있는 메리야스를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이는 코피가 흘렀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밤샘 시험공부를 하고 난 뒤에 터졌던 느닷없는 코피 이후로는  처음. 그러니까 50여년만에 처음 겪는 일인가.

겁이 덜컥 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자꾸만 망가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즈음이라 더욱. 혹시 다른 어느 곳에 큰 병이 생겨 그 표시가 코피로 나온 것은 아닌가 싶어서.

꽤 많은 코피를 두번이나 흘리고 이튿날 아침에 한번 더 흘리고는 동네 이비인후과 문 열 시간을 기다려 부리나케 달려갔다. 보다 더 큰 안 좋은 곳이 두어군데 있는데도 이는 견디며 지낼만 하기에 그냥 버팅기고 있지만 코피만큼은 그냥 놔두기엔 뭔가 찜찜해서. 코피가 계속 터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 틀림없기에.

 

"핏줄이 터졌군요"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는 혹 무슨 큰 병이 원인이 아니가 걱정했는데. 아는 게 병이라고 언젠가 '코피가 나는 원인 중에는 다른 어느 곳에 큰 병이 생긴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글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냥 멎기는 어렵고 고주파 치료를 해서 터진 부분을 막아줘야 됩니다."

고주파 치료가 뭔지 모르겠고 혹 비용 많이 나오면 어쩌나 싶어 치료 대기 중 경리보는 간호사에게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으니 얼마 안 나온단다. 많아야  몇만 원 정도. 몇만 원도 적지 않다 싶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치료를 받고 1,4000원을 치료비로 지불했다. 치료비가 예상보다 적게 나온 것에 안도하면서, 큰 병이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안심을 했던 바로 조금 전의 마음에 한 겹을 더 얹어. 내일 하루 더 나오라는 말을  전혀 귀찮게 생각을 안 하면서. "이만한게 얼마나 다행이야" 싶은 마음으로.

 

아마 몸을 혹사시킨게 쌓인 탓일께다. 젊은 시절부터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는 있지만 60중반의 나이에 하루 10시간 정도를  거의 매일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책, 컴퓨터 보는 일에 들이고 있는 생활이 무리라는 징후.

결국 이날 하루는 온전히 쉬었다. 그림 그리는 일, 글 쓰는 일 다 하지를 않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아내의 "돈도 안 되는 일을  몸 상해가면서까지  할껀 또 뭐람" 하는 핀잔을 들으면서,

이번 악몽은 코피 터지는 일로 때운 것이구나 생각을 하면서, 요즈음 들어 신기하게 들어맞는, 나쁜 꿈을 꾸고 나면 크든 작든 꼭 안 좋은 일이 꼭 생기는 일이 앞으로는 다시  없기를 바라면서. 나쁜 꿈 자체가  아예 안 꾸어지기를 바라면서.

 

 

 

2015. 8. 29. 코피 터진 이틀 뒤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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