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도서관엘 오면
늘
기가 죽는다
그것도 아주 많이많이.
내가 쓴 책은 단 한 권도 없는데
너무 많은 책들이 있어서
기가 죽고,
내가 알고자 하는 것들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들을
책으로 써 논
많은 사람들 때문에 기가 죽는다.
음악, 미술, 한시, 역사, 경제등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책들을
이 사람들은 언제 이렇게 공부를 해서
나보고 꼭 읽어보라고 강요하듯
안 읽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유혹하듯
이리도 많이 써 놓은 것인지
감탄하는 마음으로
책을 떠들어 보면서
또 기가 죽는다.
시, 소설등 순수 창작물은
왜 또 이리도 많은 것인지
이 많은 작품들 중에 내가 읽은 것보다는
안 읽은 작품들이 훨씬 더 많은데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기에
이리도 많은 작품을 쓴 것인지
정말 기가 죽는다.
그러나 기 죽지 말자.
내 비록 단 한 권의 책도 못쓰고
앞으로 겨우 창작집 한 권 낼 계획뿐이 없지만
그것도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지만
매일매일 쓰고 그리는 하찮은 글, 그림
나 죽고 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 것이지만
절대 기죽지 말자.
그들은 그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그냥 내 일을 하자.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책 읽는 일
그림, 글 아직도 하찮은 수준이지만
그래서 남들 앞에 내놓기가 좀 그렇지만
열심히 그리고 쓰자.
책도 열심히 읽자
좋은 책 써 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그런 책을 쓴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는 마음을
전달은 안 되겠지만 쓴 이에게 표하면서
나는 그냥 열심히 읽자.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소화시킬 수 있는 그런 책들을
그래서,
남들은 안 알아줘도
나는 나를 알아주는 그런 삶을 살자.
여직껏 그리 살았으니
앞으로도 쭈~욱
몸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자.
힘을 내서 열심히
그렇게 살자.
앞으로 사는 날까지 쭈~욱
그게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열심히
2015. 7. 3 도서관에 갔다가 느낀 생각을 글로 옮겨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