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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소비성향 둔화…금리인상 신중해야

Bawoo 2015. 10. 1. 16:40

  심각한 소비성향 둔화…금리인상 신중해야

( 스웨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통 애널리스트로 선진국 경제를 공부할 때 가장 의아했던 것은 일본 경제가 왜 갑자기 침체에 들어갔는가였다. 내부 이코노미스트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갑자기 사람들이 부채를 갚기 시작했어”였다. 원래 앞뒤 설명을 잘 해주지 않는 분이라 속으로 ‘무슨 뜻이지?’ 하며 넘어갔다.

글로벌 경제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일본의 주가, 부동산 가격 차트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급등과 급락을 보고 모두들 놀란다.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의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은 장기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의 내수 부진도 이어졌다. 앞서 이코노미스트가 말했던 것과 같이 갑자기 사람들이 부채를 갚기 시작했고 소비를 줄인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본의 정책 금리변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1985년 프라자 협정을 통해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이 부진했고 이로 인해 경제 성장률 둔화가 우려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86년 일본은 5%였던 기준 금리를 3%까지 낮췄다. 1987년에 다시 한번 금리를 인하해 2.5%의 금리 수준을 1989년초까지 유지했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게 나타났던 시점이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2.5%였던 1989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9%, 영국의 기준금리는 1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금리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내수부분의 버블이 심각해지자 일본은 1989년 5월에 2.5%였던 금리를 단숨에 3.25%로 인상했다. 이후 일본의 정책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해 1990년 8월 6%에 이르게 됐다. 이 배경엔 글로벌 금리 수준에 맞추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인상은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일본 국민들이 갑자기 부채를 갚기 시작한 것은 금리가 갑자기 급등했기 때문이었다. 즉 갑작스러운 금리인상이 국민들로 하여금 소비보다는 빚을 갚게 했고 여유 있는 사람들마저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게 만들었다.

내수 위축이 심각해진 뒤에야 일본은 다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나 신뢰가 한번 깨진 탓에 좀처럼 소비가 회복되지 못했다. 1991년 7월 5.5%로 금리를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금리가 1995년 9월 0.5%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인하는 지속됐다. 1990년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일본의 내수 경기는 아베정권의 적극적인 확장정책이 지속되기 전까지 뚜렷한 회복을 보이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스웨덴의 상황에서도 볼 수 있다. 유럽의 강소국가로 주목받았던 스웨덴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던 2008년 10월 재빨리 기준금리를 인하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유럽 선진국과 달리 양호한 성장을 유지했던 스웨덴은 그러나 2010년 7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수출이 스웨덴 경제의 심각한 부진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었으나 내수 소비가 뚜렷이 개선되지 않았고, 주요 수출국인 유럽 선진국의 수요 역시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단행된 금리인상은 스웨덴 국민들의 소비성향을 위축시켰다. 결국,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인상한 금리는 스웨덴의 수출 경쟁력 또한 낮추며 수출까지 부진해졌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2012년 다시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현재 스웨덴의 기준금리는 –0.35%다. 그럼에도 스웨덴의 내수 소비가 뚜렷이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웨덴과 상황이 유사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소비성향 둔화 역시 그 원인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의 혼선에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여 수출 경쟁력을 높였다. 수출 호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되었던 소비 성향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그런데 스웨덴과 같이 우리나라 역시 2010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2%였던 기준금리는 2011년 7월 3.25%까지 가파르게 인상됐다. 가파른 금리인상은 가계에 부담으로 돌아왔고 소비를 줄여 차입금을 상환하려는 국민들이 많이 생겼다. 차입이 없는 가구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는 행태가 나타나게 됐다.

2010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던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성향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72.9%(통계청)로 떨어져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소비성향은 여전히 하락 중이며 2분기에는 71.6%를 기록했다.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2012년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나 소비성향을 개선하는데는 역부족인 상태다.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 의지에도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는 점이 가계가 소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인상만이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수출을 통해서 유지 가능하다는 점도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  머니투데이 손윤경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