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 전쟁에 참전한 영국군과 오스트레일리아 군에 관한 이야기.
7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정독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중단. 6.25전쟁에 대하여
보다 깊게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읽어 볼만한 책. 자료 조사도 깊이 하고 글도 엄청 잘 썼다.
마치 한편의 소설 읽는 느낌이 날 정도로. 저자는 부인도 우리나라 사람이고 국내에 거주 중]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까지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던 영국. 그 영국의 군대는 머나먼 우리나라에서도 싸운 적이 있었다. 그것도 우리 민족의 비극, 한국 전쟁에서! 한국 전쟁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해였던 1950년. 그 해에 낙동강과 인천, 사리원, 평양, 박천, 장진호, 흥남 등 모든 격전지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였던 영국군. 그러나 근 70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어느 영국인 기자의 치열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드러낸다.
목차
서문
용어
일러두기
제1부 승리
프롤로그: 한밤의 이방인들
제1장 동쪽의 포성
제2장 한국 하늘 아래
제3장 지옥 속으로
제4장 전황의 변화와 새로운 우방국들
제5장 적 전선 후방
제6장 먼지 구름과 불타는 마을
제7장 창끝
제2부 비극
제8장 북풍
제9장 그을린 대지
제10장 하얀 지옥
제11장 검은 눈
제12장 음울한 크리스마스
부록: 그들은 지금 어디에?
감사의 말과 자료출처
역자 후기
주
찾아보기
부당하게 잊혔던 한국 전쟁이 생생하고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철저한 취재와 뛰어난 문장으로 만든 놀라운 작품!
누구도 기억 않는 절망적인 싸움에서 드러났던 용기를 묘사한 책!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까지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던 영국.
그 영국의 군대는 머나먼 우리나라에서도 싸운 적이 있었다. 그것도 우리 민족의 비극, 한국 전쟁에서!
한국 전쟁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해였던 1950년. 그 해에 낙동강과 인천, 사리원, 평양, 박천, 장진호, 흥남 등 모든 격전지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였던 영국군. 그러나 근 70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어느 영국인 기자의 치열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드러낸다.
? 이 책의 내용
1945년 이후 영국이 치른 전쟁 중 가장 크고 참혹하고 잔인한 전쟁인 한국 전쟁. 그중에서도 가장 지독했던 몇 개월에 대한 생생하고 감동적이며 충격적이기까지 한 기록!
일기, 노트, 편지, 생존자 90명과의 인터뷰 등,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
전선 370km 후방에 대한 영국 코만도의 습격에서부터 인해전술을 뚫고 벌인 필사적인 탈출전, 백병전에서부터 저격수 대 저격수의 결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가 총을 든 병사 개개인의 시각으로 묘사된다.
전쟁 후 60년이 지난 지금 비로소, 영국군과 오스트레일리아군들이 목격한 적 부상병 및 포로 학살, 마을 소각, 민간인 살해 등 전쟁의 잔혹한 실상도 밝혀진다.
이 책은 제27 영연방 여단과 영국 해병대 41 코만도가 1950년 UN의 이름 아래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남한을 지키기 위해 벌인 처절한 사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국 군인들은 불과 출발 1주 전에 명령을 받아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은 인원 부족 및 장비 부족에 시달렸다. 기갑차량, 야포, 운송수단, 방한복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들은 불모의 외국 땅에서 이 전쟁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이로써 제27여단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았으며 41코만도 또한 미국 대통령 부대 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은 인류의 가장 참혹했던 세기에 벌어진 가장 지독한 전쟁에서 얻은 것이다. 이 책 제목의 첫 번째 문구(그을린 대지)는 북한 마을과 작물, 통신망을 모두 초토화시킨 유엔의 지침을 가리키며, 두 번째 문구(검은 눈)는 흰 눈을 검게 만든 네이팜 공격을 가리키는 것이다.
1950년은 냉전 기간 중 자유세계 국가가 공산 국가 영토를 침공한 유일한 해다. 당시의 참전 군인들은 20세기의 중요한 순간, 폭풍의 눈 속에 있었던 것이다. 모택동은 유엔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군을 투입시킴으로써 중국을 초강대국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 참전은 현대 역사에서 가장 큰 운명의 반전을 만들었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의 수는 포클랜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이 북한 지역에서 겪은 전투에서의 패배는 10년간에 걸친 베트남전에서 겪은 패배보다도 크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전쟁은 사실상 잊혀 가고 있다.
이 책은 한국전의 가장 극적이고 충격적인 몇 개월 동안의 역사를 되살려낸다. 전쟁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전에 참전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군인뿐만 아니라 전쟁을 경험한 당시의 UN군 기자, 한국 민간인들의 의견이 모두 포함됐다. 기록적인 인간의 비극을 본 모든 목격자들의 증언을 모은 것이다.
이 책은 독자 여러분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 이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한국 전쟁에 대한 것이며, 한국에 주재하고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집필되었다.
이 책은 부산 방어선에서의 전투, 유엔의 북한 침공, 그리고 중국의 개입에 의한 엄청난 충격 등 전쟁의 가장 극적인 몇 개월을 다루었다.
이 책은 흔해 빠진 미국인의 관점이 아닌, 영국인과 오스트레일리아인, 한국인의 관점으로 본 한국 전쟁 이야기다.
이 책은 약 10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지하게 조사해 만들어진 내러티브 역사서이며, 마치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정치인이나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최전선의 전쟁 모습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전쟁의 가장 주목할 만한 다음 순간들에 대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리원 전투에서 북한군과의 조우.
-북한 후방 깊숙한 곳을 공격한 영국 코만도.
-당시 평양과 김일성 벙커의 내부에 대한 묘사.
-중국군이 처음으로 등장한 박천 전투.
-장진호 주변의 치열한 전투.
-‘기적의 배’ 메레디스 빅토리를 이용한 흥남 철수 작전.
책속으로
북한군들은 영국군들 속에 섞여, 매우 기쁜 표정으로 연신 영국군 차량 옆구리에 스텐실로 그려진 하얀색 별(UN군의 식별표지)을 가리켰다. 북한군들은 미소를 지으며, 영국군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환영의 뜻을 전하며, 담배와 이런저런 선물을 전해주었다. 지나가던 어느 북한 병사는 스코틀랜드인 병사의 등을 두들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로스케!”
수수께끼는 풀렸다. 아가일 대대 병력이 사리원 북쪽에서 남쪽으로 들어왔기에, 다른 길로 도시에 들어온 북한군은 이들을 이 전쟁에 참전하러 온 소련군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아가일 대대의 장비를 보고 북한군은 한결 더 판단을 굳혔다.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뜨개질로 만든 캡 컴포터(cap comforter)라는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이 착용하던 모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리고 이 병사들이 든 소화기는 미국제가 아니라 영국제였다.(본문 50쪽)
생각 있는 장교는 이렇게 서둘러 한국 파병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미들섹스 연대의 존 윌로비 소령은 이런 글을 적었다.
“우리 부대는 사실상 파병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여단 본부에서는 현 상황을 마치 동화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국 파병이 워낙 성급하게 정해지고 실시되었기 때문에, 제27여단의 병사들은 자기 부대를 ‘울워스(Woolworth: 싸구려 물건을 많이 파는 백화점) 여단’ 또는 ‘신데렐라 여단’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또 어떤 병사들은 자신들이 파견되어야 할 만큼 사태가 긴급하다는 점에 빗대 자기 부대를 ‘닥치고 파병 여단’으로 불렀다.(본문 104쪽)
전선 후방에는 이 전쟁의 어두운 면이 숨어 있었다. 게릴라들은 군복을 입지 않기 때문에 양민들과 분간이 어려웠다. 따라서 비정규전에서 양민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없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국군이 북한인민군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대한민국 경찰과 기타 준군사 부대들은 게릴라들에 맞서 싸웠다. 불에 기름을 붓는 요소는 또 있었다. 한국 전통 사회에서 여성은 남자들이 정해 준 역할만을 수행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침략해 온 공산주의자들은 여성에게 더 많은 사회적 역할 수행을 약속해 주었고 주었고, 점령지에 여성위원회를 설치했다. 많은 한국 여성들이 공산주의자들이 내건 여성 해방이라는 미끼에 제대로 걸려들었다.(본문 150쪽)
사상자 1명이 발생했다. 중대에서 제일 키가 큰 병사였던 샤프였다. 버밍엄이 그를 진찰하러 갔다. 너무 어두워서 버밍엄은 샤프의 부상 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샤프의 부상 부위를 보니 그가 참호를 자신의 키에 비해 매우 얕게 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밍엄은 샤프의 머리를 더듬었다. 버밍엄의 손에 잡힌 샤프의 두개골은 넓은 부위가 깨져 깔쭉깔쭉해져 있었다. 박격포탄이 낙하했을 때 샤프의 머리는 참호 위로 튀어나와 있었고, 박격포탄 파편이 그의 머리에 명중하면서 상당 부분의 두개골을 날려 버린 것이었다.(본문 185쪽)
네이팜은 특유의 폭발음을 내며 폭발했다. 약간의 호박색 색조를 띤 검은색 버섯구름이 빠르게 하늘로 치솟았다. 용광로 같은 열기와 지독한 석유 냄새가 282지점을 휩쓸었고, 동시에 용암 같은 주황색 화염이 마치 장마철에 불어난 시냇물처럼 산꼭대기에서 산비탈로 터져나왔다. 최악의 오인 사격이었다. 폭심에 있던 하일랜더 병사들은 그야말로 ‘지상의 지옥’ 속으로 내던져졌다. 네이팜의 불길이 닿는 것이면 사람이건 나무건 돌이건 모조리 불이 붙었다. 장병들은 온 몸에 불이 붙어, 고통 속에서 몸을 뒤틀다가 쓰러져 숯덩어리로 변해 갔다.
머스탱 전투기들은 148지점에 급강하 기총소사까지 가했다. 지면에 작렬하는 기관총탄이 진지를 가로지르며 흙먼지를 높이 피워 올리자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참호로 뛰어들었다.(본문 205쪽)
미 해병대에는 AP 통신의 사진기자인 맥스 데스포도 있었다. 그는 서울 시가지에서 걸작 한국 전쟁 기록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 사진은 가장 인상적인 전쟁 기록 사진으로 남아 있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전쟁에서는 한 프레임 안에 전투 중인 적과 아군을 동시에 담기란 극히 어렵다. 데스포는 무너진 시가지에서 꼼짝 못하고 있던 미 해병대 1개 분대와 함께 있었다. 병사들은 적의 저격을 받고 쓰러져 가고 있었지만, 적의 저격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또 총성이 울렸다. 데스포는 몸을 돌렸다. 북한인민군 저격수가 배수로의 시멘트 블록 아래에 숨어, 불과 수 미터 떨어진 해병대원들의 발목 높이에서 총을 쏘고 있었던 것이다. 데스포는 말했다.
“운이 다한 것인지 본능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적 저격수가 몸을 일으키자 해병대원들이 사격을 가해 그를 쓰러뜨렸습니다.
----------------------------------------------------------------------------
머나먼 은둔의 땅에 온 영연방군, 그들의 전쟁 《..
미디어 서평(총12건)
- [책과 삶]인민군 포로와 참전 영국군이 겪은 한국..
- ▲ 전쟁포로…송관호 지음·김종운 정리 | 눈빛 | 320쪽 | 1만3000원 ▲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앤드루 새먼 지음·이동훈 옮김 | 책미래 ..
- 경향신문 2015.06.26
- [책과 삶]인민군 포로와 참전 영국군이 겪은 한국전쟁
- 경향신문 2015.06.26
-
▲ 전쟁포로…송관호 지음·김종운 정리 | 눈빛 | 320쪽 | 1만3000원▲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앤드루 새먼 지음·이동훈 옮김 | 책미래 | 736쪽 | 2만5000원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5년이 지났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한국인들이 다수가 됐지만, 전쟁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한반도 정세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6·25 당시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책들이 잇달아 나왔다. <전쟁포로>는 동족상잔이라는 한국전쟁의 특수한 상황을 몸소 겪은 송관호옹(86)의 회고록이다. 현재 북한 지역인 강원도 이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 발발 직후 인민군에 징집됐다. 유엔군의 북진으로 후퇴하던 그는 목숨을 걸고 탈영에 성공했다. 그러나 고향 바로 앞에서 미군의 포로가 된 그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됐고, 반공포로 석방 때 풀려났다. 정전 후에는 다시 국군에 징집돼 만기제대했고, 이후 미군부대 군속으로 근무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 "우리도 약탈했다" 英 참전용사들 전한 한국전 참..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50년 8월 중순. 영국군 제27여단 미들섹스 대대의 소대장인 크리스 로렌스는 소대원을 집합시켰다. “우리는 한국..
- 이데일리 2015.06.24
- "우리도 약탈했다" 英 참전용사들 전한 한국전 참상
- 이데일리 2015.06.24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50년 8월 중순. 영국군 제27여단 미들섹스 대대의 소대장인 크리스 로렌스는 소대원을 집합시켰다. “우리는 한국으로 간다!” 그러자 소대원 중 한 명이 물었다. “한국이 어디있습니까?” 소대장이 대답했다. “나라고 알겠나?”한국전쟁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발했지만 사실상 작은 3차대전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북한의 내전으로 불거져 결국 미국을 선두로 전투병 지원국 16개국을 포함해 의료지원국 등 21개 국가가 참여한 UN연합군과 북한·중국의 동맹군이 한반도를 초토화한 전쟁으로 확대돼서다. 한국전쟁에서 UN참전국 가운데 전사자가 가장 많았던 국가는 단연 미국이었다. 178만 9000명이 참전해 3만 6940명이 목숨을 잃었다.
- 저 꼴을 당하려고 식민지에서 해방된 건가
- [한겨레]한국전쟁 참전 영국군 생존자들 증언민간마을 무차별 폭격한 미군 비판반공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한국전쟁을 바라보는 또 다른 ..
- 한겨레 2015.06.19
- 저 꼴을 당하려고 식민지에서 해방된 건가
- 한겨레 2015.06.19
- [한겨레]한국전쟁 참전 영국군 생존자들 증언
민간마을 무차별 폭격한 미군 비판
반공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앤드루 새먼 지음, 이동훈 옮김
책미래·2만5000원
"윌로비는 미국 전투기가 폐허가 된 마을에 기총소사를 가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한국인들은 저 꼴을 당하려고 일본에게서 해방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저널리스트 앤드루 새먼의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전에 낙동강전선에 투입된 영국군 부대가 이후 38선을 넘어 북진을 거듭하다 그해 말 중국군 개입으로 패퇴(1·4후퇴)하기까지의 활약상을 담은 책이다. 90명이 넘는 참전병사들 인터뷰와 그들의 회고록, 영국군 전쟁일지 등의 관련 문서들을 토대로 당시 전투와 전쟁 상황을 참전자들의'휴먼 스토리' 위주로 재구성해 2011년에 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6·25전쟁(한국전쟁)을 영국인 시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한국전쟁 관련 책들이 다수 출간되는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은 이런 특징만으로도 관심을 끌만하다. 당시 미국이 주도한 '유엔군' 이름으로 참전한 나라들 중에 미국 외의 참전국 군인들 얘기가 대중도서로 출간되고 우리사회에서 읽힌 예가 우선 흔치 않다. 참전 16개국 이름들은 더러 기억할지 몰라도 그 나라들 군인들이 어떻게 파병돼 그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 제27여단, 그리고 영국 특수부대 '41코만도'의 참전 배경과 부산항 입항, 그리고 처음 투입된 낙동강전선 이후 인천상륙작전 때 상륙지점을 감추기 위한 양동작전, 북한군이 그들을 소련군으로 오인했던 사리원 진공, 박천 진주, 그리고 2차대전 이후의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처절했다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 등에 이르기까지 영국군과 거기에 배속된 오스트레일리아군의 활약상은 그것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을까. 책 내용도 대부분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생존자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한 스토리는 생동감이 있다.
한국전쟁에 대해 지은이는 "냉전기간에 벌어진 분쟁 중 분노의 악마적인 힘이 이만큼 크게 분출된 싸움은 없었다"면서 "자유세계가 공산국가 영토를 침공한 유일한 전쟁" "초강대국 사이의 처음이자 유일한 전쟁" "영국이 2차대전 이후 치른 전쟁들 중 가장 큰 전쟁" "영국과 미국이 참전한 전쟁 중에서 부대 전체가 괴멸된 적이 있는 유일한 전쟁"이라 얘기한다. 그는 그럼에도 이 전쟁에 대해 세상사람들이 베트남전쟁은 물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심지어 포클랜드 전쟁보다도 모르는 전쟁, '잊혀진 전쟁'이 돼버린 현실을 지적하면서 재평가를 시도한다. 심지어 한국의 젊은세대들조차 무관심해 뵈는 한국전쟁 망각증은 전쟁 양상과 그것을 전하는 매체 환경이 지금과는 너무 달랐던 데서도 연유하지만, 그보다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현재진행형인데다 당사자들(특히 미국, 중국)이 그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잊혀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책이 북과 중국군을 절대악으로 상정한 스테레오 타입의 반공주의 도서는 아니라는 점, 북과 중국을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또 하나의 피해자로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많은 한국전쟁 관련 도서들이 갖고 있는 약점 중의 하나는 북을 절대악으로 몰아가는 시야의 편협성·협소성이다. 한국전쟁을 선악 대결구도로만 바라보면 그 전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평가하기 어렵고, 따라서 그 대응과 극복도 어려워진다. "한국전쟁은 정당한 전쟁이었다"고 하거나 여성의 전쟁참여, 외국군에 대한 한 소년의 저항을 공산주의 세뇌교육, 이념대결 탓으로 보는 듯한 이 책도 외국군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기존 관점을 완전히 벗어던진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대결도식에서는 좀 벗어나 있다.
예컨대 이런 얘기는 어떤가?
"한국전쟁 이전 영국 해병대가 미국 해병대와 합동작전을 한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1900년 중국 의화단의 난을 진압하기 위한 다국적군 투입 때였다. 두 부대는 같은 유산을 물려받았다. (…) 이번에도 두 부대는 1900년에 함께 싸웠던 적과 동일한 적을 상대로 함께 싸울 것이다."
전 세기의 중국에 대한 제국주의 침탈과 한국전쟁,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은 모호하긴 하지만 그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훨씬 풍성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한국 민간인과 북·중국 병사들 처참한 희생에 대한 시선도 반공주의 도식에선 벗어나 있다.
한국이 저 꼴 당하려고 '해방'됐느냐며, 미국의 민간마을 폭격을 안쓰럽게 바라본 사람은 미국의 강력한 참전 요구로 급조돼 급파된 영연방 제27여단의 미들섹스 연대 제1대대 소속 존 윌로비 소령이다. 27여단은 미들섹스 연대 외에 아가일 연대 제1대대와 오스트레일리아 연대 제3대대로 구성돼 있었고, 당시 한국군 육군 제1사단 등과 함께 미 제8군의 선봉인 제1군단 지휘 아래 있던 소규모 여단이었다. 기갑부대도 포병도 없고 수송도 미군에 의존해야 하는 부대였다.
"저는 어느 오시(OC. 중대장)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북한 사람이랑 남한 사람은 구별하기 힘들어.' 그러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우린 신경 안 써. 북한이든 남한이든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영국군 제27여단 소속 돈 바레트 하사)
"마을 안으로 돌진해서 건물마다 모두 총을 쏴 갈긴 적이 많았지요. 하지만 아마 그 중 절반 정도는 그 마을에 민간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랬던 거예요. 당시는 누구도 그런 거 신경쓰지 않았어요."(오스트레일리아 제3대대 소속 렌 오피 병사)
"우리에게 저항하는 마을은 불태워버렸습니다."(아가일 연대 앨런 로더 소위)
'국(gook)'이라는 한국인·아시아인에 대한 멸칭 사용 등 당시 인종차별적었던 서양 군인들의 얘기를 이처럼 인용한 건 물론 그들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이런 얘기는 또 어떤가?
"어떤 나라에 쳐들어가서 그 나라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게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그 광경을 보고 생겼습니다. 그 사람들은 공산주의니 뭐니 하는 데는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저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사는 게 주된 관심사였을 뿐인데 말이지요. 이게 '해방'이라면 참 웃기는 해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없었으면 더 잘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미들섹스 대대 군의관 스탠리 보이델)
한승동 선임기자sdhan@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
- 연합뉴스 2015.06.19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드루 새먼
- 연합뉴스 2015.06.19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앤드루 새먼이 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15.6.19
mon@yna.co.kr
(끝)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
- 연합뉴스 2015.06.19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드루 새먼
- 연합뉴스 2015.06.19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앤드루 새먼이 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15.6.19
mon@yna.co.kr
(끝)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
- 연합뉴스 2015.06.19
- 신간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기자간담회하는 앤드루 새먼
- 연합뉴스 2015.06.19
-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한국어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 앤드루 새먼이 책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2015.6.19
mon@yna.co.kr
(끝)
'♣ 책 도서관 ♣ > [참고용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척, 조선의 사냥꾼 (이희근 지음 (0) | 2016.01.23 |
---|---|
일본 근세사 - 이재황. (0) | 2015.12.15 |
독일의 역습:한스 쿤드나니 지음 (0) | 2015.08.29 |
베트남전쟁의 한국 사회사 윤충로 지음-]‘오래된 현재’ 베트남전쟁의 후유증은 치유됐을까 (0) | 2015.08.29 |
템플러 (마이클 해그 지음, 책과함께 펴냄)-성전기사단, 필리프 4세 욕망에 무너지다 (0) | 2015.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