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세사에 대해 심도있게 정리해 놓은 우량 개설서. 비관심 분야도 좀 있고 근세사에 대하여 아는 내용도 좀 있어서 정독을 안하고 중단했으나 일본 근세에 대하여 알고 싶은 분은 필독서. 동네 도서관이라 장서가 적기는 하지만 일본 관련 비치 서적 중 가장 마음에 든 책]
현재 나와 있는 정도의 역사서술로는 시대 흐름 정도만 알 수 있을 있을 뿐, 심도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일반 독자와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일본근세사』는 일찍부터 일본근세사 연구에 정진해 온 저자 이계황 교수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일본근세사 개설서다. 저자는 가깝지만 낯선 에도(江戶) 일본의 얼굴을 밀도깊게 천착하고 방대한 연구사까지 총망라해 담았다.
목차
들어가며 ㆍ4
제1부 막번체제幕藩體制의 형성과 확립 ㆍ 23
제1장 센고쿠戰國 시대의 개막 25
제1절 오닌應仁의 난과 센고쿠 시대의 개막 25
제2절 유럽과의 만남 35
제2장 오다ㆍ도요토미織豊 정권 40
제1절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정권 40
제2절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정권 47
제3장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과 막번체제의 확립 55
제1절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정권의 형성 55
제2절 막번체제의 확립 67
제2부 막번체제의 전개 ㆍ 97
제1장 이에쓰나家綱ㆍ쓰나요시綱吉ㆍ이에노부家宣기 99
제1절 이에쓰나기 99
제2절 쓰나요시기 106
제3절 이에노부기 114
제2장 요시무네吉宗 정권과 교호享保 개혁 116
제1절 요시무네 정권 116
제2절 교호 개혁 119
제3장 사상 126
제1절 유학儒學 126
제2절 국학國學 134
제3부 막번체제의 구조 ㆍ 139
제1장 장군과 천황天皇 141
제1절 장군 권력과 천황 141
제2절 천황의 기능 151
제2장 대외관계의 형성과 그 구조 157
제1절 외교관계의 회복 157
제2절 명ㆍ청 교체와 대외관계=‘쇄국제’의 확립 175
제3장 경제구조 178
제1절 농촌 지배 178
제2절 도시 지배 187
제3절 전국시장과 지역시장 195
제4장 생활과 문화 210
제1절 농민의 생활 210
제2절 도시민의 생활 234
제4부 막번체제의 동요 ㆍ 255
제1장 도시와 농촌의 변화 257
제1절 도시 257
제2절 농촌 261
제2장 산업의 발달과 유통구조의 변화 269
제1절 산업의 발달 269
제2절 유통ㆍ시장구조의 변화 276
제3장 호레키寶曆ㆍ덴메이天明기의 정치와 제 정책 279
제1절 다누마田沼 정권의 성립과 그 정책 279
제2절 마쓰다이라 사다노부松平定信 정권의 성립과 간세이寬政 개혁 282
제4장 분카文化ㆍ분세이文政기의 막정 295
제1절 분카기 295
제2절 분세이기 301
제5장 존황론尊皇論ㆍ화이론華夷論ㆍ난학蘭學 304
제1절 유학의 존황론ㆍ화이론 304
제2절 국학의 존황론ㆍ화이론 308
제3절 난학蘭學 314
제5부 막번체제의 붕괴 ㆍ 317
제1장 농촌의 변질과 덴포天保 개혁 319
제1절 농촌의 변질 319
제2절 자연재해와 농민운동 324
제3절 덴포 개혁 328
제2장 막번체제의 붕괴 346
제1절 대외위기의 고양과 정치사상의 동향 346
제2절 개국 355
제3절 공무합체公武合體운동 362
제4절 막번체제의 붕괴 371
제6부 학설사 ㆍ 393
1. 소영주ㆍ구니잇키론-촌락론ㆍ지역사회론과 관련하여 395
2. 센고쿠다이묘론(영주제론=다이묘 영국제론)ㆍ막부 슈고체제론 400
3. 관고제貫高制론ㆍ석고제石高制론ㆍ다이코 검지太閤檢地론 404
4. 도시론-지나이쵸寺內町ㆍ이행기 도시론ㆍ근세도시론 411
5.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ㆍ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정권론 416
6. 임진왜란 원인론 424
7. 초기 호상론初期豪商論ㆍ주인선朱印船 무역ㆍ‘쇄국제’론 437
8. 백성론ㆍ촌공동체론[촌법村?ㆍ촌입용村入用ㆍ촌차입村借과 관련하여]ㆍ촌청제론 443
9. 농민 잇키農民一揆ㆍ촌방소동村方騷動론ㆍ시마바라島原의 난 452
10. 이에쓰나ㆍ쓰나요시ㆍ요시무네 정권론(교호 개혁론과 관련하여) 462
11. 천황제론-근세 초기를 중심으로 468
12. 여성사론ㆍ젠다론 477
13. 신분제ㆍ신분적 주연론 482
14. 지방사ㆍ지역사ㆍ지역 사회론 488
나오며 ㆍ500
참고문헌 ㆍ503
연 표 ㆍ510
찾아보기 ㆍ524
가깝지만 낯선 에도(江戶) 일본의 얼굴을 밀도깊게 천착하고
방대한 연구사까지 총망라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일본사 개설서는 대략 10여 종, 분량은 대략 250~500쪽 정도 된다. 이들 개설서에서 근세사 부분은 40~100쪽 정도를 할애하고 있고 그 내용은 대동소이한 편이다. 흔히 한국·중국·일본을 동(북)아시아 3국으로 묶어서 보곤 하지만, 사실 근세 일본의 모습은 한국·중국과는 상당히 상이하여 용어로부터 시작하여 국가체제, 사회, 문화는 오히려 낯설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따라서 현재 나와 있는 정도의 역사서술로는 시대 흐름 정도만 알 수 있을 있을 뿐, 심도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일반 독자와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특히 일본사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일본사 지식을 습득하고자 할 경우, 균형 잡히고 높은 수준의 연구성과를 반영한 시대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시대사다운 시대사를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책은 일찍부터 일본근세사 연구에 정진해 온 저자 이계황 교수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일본근세사 개설서다. 저자가 책의 첫 부분에서 일본사 개설을 이수한 대학생이나 대학원의 일본사 전공자, 그리고 여러 면에서 일본과 연구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사 전공자들과 동아시아사, 비교사 방법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 그리고 일본사와 일본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꼭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머리말에 해당하는 《들어가며》, 본론에 해당하는 《1~5부》, 그리고 테마별로 학설사를 정리한 《6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나오며》와 《연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말을 빌려 본서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들어가며》에서는 패전 후를 중심으로 한 일본근세사 연구사를 간략히 다루었다. 각 시기마다 일본 연구자들이 무엇을 왜 고민하고, 역사 속에서 그 해답을 얻으려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독자들은 이 장을 통해 일본역사학의 시기별 연구경향을 이해하고, 나아가 패전 후 일본역사학계의 전반적 흐름까지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며》에서 언급한 이 내용들은 《제6부》 학설사와 서로 호응하도록 서술되어 있다. 《들어가며》가 시간 축을 따라 서술한 연구사라면, 《제6부》는 일본근세사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어 온 연구 테마 14개를 선정하여 이것을 시간의 축을 따라 서술하였다. 이 학설사를 통해 각 테마에 대한 일본 역사학계의 연구쟁점, 연구방법, 연구성과 등을 살펴보고, 본문의 서술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는 도입 부분에 센고쿠 시대(戰國時代)의 개막을 두고, 막번체제 형성기로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기를 위치시켰다. 그리고 히데타다·이에미쓰 정권기, 특히 이에미쓰 정권기를 막번체제의 확립기로 위치시켜, 막번체제 확립 과정을 주로 정치사의 흐름 속에서 동태적으로 파악하였다. 《제2부》는 막번체제 확립기에 막번체제의 기본적인 정책과 구조가 제시되었다는 전제 하에, 그러한 정책과 구조가 전국 규모로 어떻게 정착하여 기능하여 가는가를 이에쓰나기, 쓰나요시기, 이에노부기, 요시무네기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막부 주도의 막번체제가 전국 규모로 가장 원활히 기능하는 시기는 쓰나요시기고, 그러한 의미에서 막번체제 최전성기를 쓰나요시기로 보았다. 이 전성기를 거치면서 농업생산력 향상과 일부 지역에서의 상품생산, 그에 따른 유통의 활성화와 화폐경제의 확대로 경제구조가 변화하면서 시행된 것이 교호 개혁이다. 이 개혁은 막번체제를 관철·강화하면서 일정하게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였다.
《제3부》는 막번체제의 구조와 그 상호관계에 대해 서술하였다. 막번체제의 구조를 장군과 천황, 대외관계, 경제구조, 도시와 농촌 등의 분야로 나누고 각 분야의 구조를 설명하여 막번체제에 대한 다각적이고도 총합적인 이미지를 그려냈다. 단, 저자는 2000년대 이후의 지역사회론과 신분적 주연론에 입각한 연구성과들은 반영하지 않았는데, 그 연구성과들을 충분히 반영한 시대사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그 성과들을 반영할 경우 일본 근세사상을 왜곡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어서라고 한다.
《제4부》는 제3부 막번체제의 구조를 염두에 두면서 막번체제의 동요 과정을 서술하였다. 막번제 동요기를 어느 시기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역시 다양하지만, 저자는 18세기 중반의 호레키(寶曆)기(1751~1763)로 설정하였다. 이는 막번체제 초기 이래의 여러 변화에 대해 막부가 교호(享保: 1716~1735) 개혁을 통해 나름대로 대응함으로써 체제 시스템을 기능하게 했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교호 개혁이 나름 성과를 보였음에도 이것이 제 모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은 아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호레키 연간에 들면서부터 도시와 농촌, 유통조직 등의 막번체제 시스템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고 보았다. 이 시기 농촌과 도시의 변화를 막번체제, 특히 주로 경제구조 측면에서 서술한 저자는 당시의 경제·사회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며 막번체제를 동요시켰는지를 나타내 보였다. 동시에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막부의 대응 양태를 시간 축에 따라 서술하였는데, 특히 간세이(寬政) 개혁에 주목하였다. 간세이 개혁은 당연히 막번체제의 원리를 관철할 의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막번체제의 원리 고수는 결국 현실의 변화들을 체제 내로 완전히 흡수할 수 없었음을 짐작케 한다. 간세이 개혁이 봉건반동적 개혁으로서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막번체제의 한 축을 이루는 쇄국제도 러시아의 남하로 인해 위협받기 시작하고, 장군과 천황과의 관계 역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고 보았다. 이후 막부는 여러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구상·실시하나 모두 실패하고 만다.
《제5부》에서는 간세이 개혁 실패 이후 한편으로는 막번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농촌사회의 변질로 막번체제가 기능부전에 빠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구세력의 동양진출로 쇄국제가 위협받아 체제가 대내외적 위기에 처하는 상황과 그에 대처한 막부와 여러 번들의 덴포(天保) 개혁을 먼저 다루었다. 이어서 그 결과로 막번체제의 근간인 막부와 번의 관계가 동요·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주로 정치사적 입장에서 서술하였다. 서양세력과의 접촉과 그것을 둘러싼 막부와 웅번의 움직임 및 대외문제를 둘러싼 정치세력들의 동향도 동태적으로 그려냈다.
석고제(石高制)를 기반으로 하고 있던 농촌은 각 지역의 상품생산과 그와 관련된 유통구조의 변화, 그에 따른 시장구조의 변화와 농민운동의 성격변화로 막번체제는 기능부전에 빠지고, 이에 대응해서 막부와 번이 실시한 것이 덴포 개혁이다. 그러나 막부는 농민과 지배층의 기본모순을 해결할 능력뿐 아니라 쇄국제를 지탱할 군사적 능력마저 이미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개혁에 실패한다. 반면 서남 웅번(雄藩)들은 경제를 번에 집중시키는 등의 개혁을 통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개혁 과정에서 막부와 번, 또 그 각각의 내부에서도 정치·경제적 대립이 첨예화하고, 서양세력에 대한 대응에서도 각각 대립하였다. 이 같은 과정의 총결산으로 막번체제는 붕괴한다. 결국 막번체제 지배의 핵심적인 축이었던 석고제를 기반으로 한 인민지배, 막부 우위의 정치·경제구조와 유통정책, 대외적 쇄국제의 붕괴로 막번체제는 무너졌던 것이다.
한국 일본역사학계의 현실을 감안한 수준 높은 근세사 개설이라는 목적을 감안하면, 책의 구성과 체제가 일반적인 시대사 형식을 취하면서 학계의 정설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겠으나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일본근세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일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선 저자는 일본근세의 시점(始點)을 오다 노부나가 정권에 두고 있다. 저자는 이것과 관련하여 노부나가가 센고쿠다이묘 권력의 성격을 극복?지양하여, 자신의 지배영역을 ‘천하(天下)’로 보고, 이 ‘천하’를 지배하는 계급을 무사, 지배원리를 ‘무사도’에서 구하고 그 스스로를 전국 규모의 ‘천하인’으로 봄으로써 중세권력과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근세권력=장군권력(Shogunate Power)을 만들어낸 데 주목하였다. 동시에 도요토미 정권을 ‘전국 규모의 다이묘 영국체제’로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즉 근세권력의 출발점으로서의 오다 정권, 도요토미 통일정권=‘전국 규모의 다이묘 영국체제’, 근세국가의 형성=이에야스 정권, 근세권력과 국가의 제도적 확립=이에미쓰 정권기라는 관점을 내내 관철시키고 있다.
이 책 제3부의 천황과 관련된 서술과 대외관계에 대한 서술도 주목된다. 근세기 천황에 대해서는 고래 이래로 천황의 정치적 지위가 영향을 미쳤고, 그러므로 메이지 유신에 의해 천황제절대주의가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중세적 종교·권력으로서의 천황은 근세기에 몰락하였고 오히려 이 때문에 천황은 무가권력에 의해 근세국가에 제도적으로 장착될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쇄국으로 대표되는 대외관계에 대한 인식 역시, 일본적 화이질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설정을 부정하고, 철저히 당시의 국제관계에 바탕하여 성립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였다.
마지막으로 《들어가며》와 《제6부》에서 다룬 방대한 학설사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테마별로 균형잡힌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데, 관심 분야의 연구경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저자는 수미상관을 이루는 이 2개 장을 통해 2000년 전후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일본학계의 근세사 연구 흐름과 문제의식, 연구방법, 연구성과 등을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절실하게 서술하였다. 이는 저자의 일본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학문적 깊이를 보여줌과 동시에 저자의 지난한 역사적 고민의 소산으로, 한국의 일본사 연구자는 물론이려니와 한국역사학계, 그리고 심도 있는 일본사 연구성과를 요구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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