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의 초상화’ (1634년).
지난가을 렘브란트(1606∼1669)의 초상화 공동 구매가 진행됐습니다. 화제작은 로스차일드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의 초상화’였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최대 소장 집안이 그림 판매 의사를 밝히자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가 즉각 관심을 보였습니다. 명작 소장을 위한 신경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그림값 1억6000만 유로(약 2120억 원)를 절반씩 지불하면서 이례적 구입 절차를 마무리했습니다.
렘브란트의 초상화가 제작될 무렵 네덜란드는 황금기였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고, 종교의 자유도 얻었지요. 시민들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독립과 번영으로 자신감과 경제력을 갖춘 시민들은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개인과 커플, 가족과 단체 초상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빛나는 자신들의 현재를 미술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옌 코피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결혼에 즈음해 초상화를 의뢰했지요. 오늘날 웨딩 촬영에 임하는 예비부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화가는 실물 크기 캔버스 두 개에 신랑과 신부를 각각 그렸습니다. 검은색 옷에 풍성한 하얀 레이스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낸 신랑이 힘 있는 군주처럼 당당합니다. 진주 장신구에 황금 줄이 달린 공작 부채를 든 신부의 차림이 부유한 귀족처럼 화려합니다. 부부의 초상화도 마주 보고 설치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을 것입니다. 남녀를 따로 그린 후 같은 장소에 나란히 걸어둔 17세기 초상화처럼요.
한 상자의 귤처럼 절반으로 나눌 수도 없고, 공동 구매한 초상화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수 있을까요? 신랑, 신부가 같이 있어야 의미 있는 초상화인데 말이지요. 양국 정부는 순번을 정해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네덜란드의 라이크스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방안에 동의했답니다. 세계적 금융 부호 집안이 140여 년 동안 소유한 이래 단 한 차례 공개된 명작의 가치를 나눌 기회가 늘어난 셈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렘브란트 초상화 공동 구매 소식을 접하며 독점을 넘어선 소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 봅니다.
[동아일보 -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