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유홍준 (지은이) | 창비 | 2013-07-25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권 규슈 편에서는 일본이 고대문화를 이룩하는 데 한반도 도래인이 전해준 문명의 영향, 조선 도공들이 일본에 터를 잡고 눈부신 자기 문화를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를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답사한다. 2권 아스카·나라 편에서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에 위치한 주요한 옛 절을 답사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 관계, 그리고 자생적으로 꽃피운 일본문화의 미학을 돌아본다.
미술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조예가 깊은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일방적인 역사 인식이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쌍방적인 시각,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시각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 유홍준은 한반도가 일본문화에 끼친 영향뿐 아니라 그뒤에 일본 스스로 이룩한 일본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아끼지 않으면서 문화란 상호 교류하고 이동함으로써 더욱 발전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빛은 한반도로부터
일본답사기를 시작하면서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규슈 답사
자연관광과 문화관광의 어울림
제1부 북부 규슈
규슈 요시노가리
빛은 한반도로부터
히젠 나고야성과 현해탄
현해탄 바닷물은 아픈 역사를 감추고
가라쓰
일본의 관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의 흔적들
아리타
도자의 신, 조선 도공 이삼평
아리타·이마리
비요(秘窯)의 마을엔 무연고 도공탑이
다케오·다자이후
그때 그런 일이 다 있었단 말인가
제2부 남부 규슈
가고시마
사쿠라지마의 화산재는 지금도 날리는데
미산 마을의 사쓰마야키
고향난망(故鄕難忘)
미야자키 남향촌
거기에 그곳이 있어 나는 간다
부록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
답사 일정표와 안내지도
책속으로 위로
가라쓰야키의 이런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부터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일어난다. 일본은 우리 도자기 기술을 가져다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도자기왕국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는 그 원조 격이면서 왜 그러지 못했는가에 대한 한탄이다. (…)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도자기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 분청사기가 뛰어나다는 주장만 했지 생활 속에서 그것을 즐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 도자의 가치를 일본인들은 일찍이 알아챘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마냥 즐기고 있다. 우리는 고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줄 몰랐고, 일본은 그 고유기술을 통째로 가져가 자신들의 위대한 도자기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성할 대상은 우리 자신에 있다. -일본편 1권 「가라쓰: 일본의 관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의 흔적들」 중에서
과거사에 별로 갈등을 느끼지 않는 젊은 세대들은 벌써 그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가까운 이웃으로 넘나들고 있다. 일본 여성들이 한류스타에 열광하여 드라마 「겨울연가」의 현장을 보겠노라고 남이섬으로 관광 오고, 우리 젊은이들은 SMAP, 아무로 나미에의 공연을 보러 도쿄돔으로 달려간다. 기성세대들이 개인적 정략을 위해 구태의연함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미래의 주인공들은 그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희망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향해 이 책을 썼다. -「일본 답사기를 시작하며: 일방적 시각에서 쌍방적 시각으로」 중에서 더보기
출판사 서평 위로
문명의 빛은 한반도로부터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출간
유홍준의 새로운 안목으로 일본문화의 근원과 정수를 말한다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제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에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정수’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그동안 펴낸 제7권까지의 국내편 ‘답사기’는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소개하면서 그 가치와 의의를 저자 특유의 입담과 안목으로 새롭게 조명해온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이자 기행문학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답사기’ 자체가 이미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와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로 선보인다. 이번에 출간된 ‘답사기’ 일본편은 그동안 한일 관계의 주요한 주제였던 과거사 문제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해 한국이 일본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흔적을 찾고 그 바탕 위에서 일본문화가 꽃피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탐사해 나간다. 결국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과 일본이 일방적인 역사인식이나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쌍방적인 시각, 더 나아가 동아시아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할 때 미래지향적으로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답사기’ 국내편이 우리 국토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면서 아끼는 마음을 고취시키는 데에 일조했다면, 이번에 출간된 일본편은 일본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상호교류하고 섞이면서 발전해가는 문화의 진면목을 깨우쳐준다고 할 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한국
일본을 수식하는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정확한 표현은 바로 ‘가깝고도 먼 나라’일 것이다. 우리 근대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을 뿐 아니라 틈만 나면 역사왜곡을 시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들은 고대국가 형성에 결적적인 기여를 하고 벼농사와 한자문화를 전해준 한반도 ‘도래인(渡來人)’들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의 문화가 한국을 ‘거쳐’ 들어왔노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저자 유홍준은 그 말은 곧 “아들이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아버지 손을 거쳐 회사 돈이 들어왔다’고 말하는 셈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한편 지리적으로는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우리 역시 과연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본은 최근의 경제불황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께 전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의 반열에 섰다. 우리는 근대의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고통의 감정 탓에 일본을 제대로 보려고 하기보다 외면하고 증오하는 감정을 앞세웠다. 고대사에서 백제와 왜의 혈맹관계도 잘 알지 못했고 조선시대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답사기’ 일본편은 단순히 일본의 문화유산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였고, 고대 일본문화에 우리 한반도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로 눈으로 확인하고 쓴 책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일본편에서 1권 ‘빛은 한반도로부터’(규슈)는 일본이 고대문화를 이룩하는 데 한반도 도래인이 전해준 문명의 영향, 조선 도공들이 일본에 터를 잡고 눈부신 자기 문화를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를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답사한다.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아스카?나라)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에 위치한 주요한 옛 절을 답사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관계, 그리고 자생적으로 발전해간 일본문화의 미학을 돌아본다.
저자 유홍준은 여기서 우리가 왜, 새삼 지금 ‘답사기’ 일본편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각 권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답사기’ 일본편이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일본에 소재하는 문화유산이고 일본의 문화유산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우리 조상들의 흔적과 영향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주된 테마이다.
일본문화의 근본과 정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일본편 1권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규슈 지역을 답사하며 일본 고대사와 관련된 유적을 돌아보고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확인한다. 답사는 북규슈와 남규슈로 나눠서 진행된다. 북규슈 답사는 먼저 거대한 청동기시대 주거지인 요시노가리(吉野ケ里) 유적지, 지금은 폐허가 된 임진왜란 때의 침략기지 히젠 나고야성(肥前 名護屋城),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로 전하는 가카라시마(加唐島), 조선 분청사기가 일본화된 가라쓰야키의 옛 가마터, 장대한 고려 불화가 소장되어 있는 가가미 신사(鏡神社), 조선 도공의 얼이 새겨진 아리타(有田)와 이마리(伊萬里), 백촌강 전투 후 망명온 백제인들이 백제식으로 쌓은 수성(水城)을 찾는다. 남규슈에서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 박평의와 심당길 두 집안이 이룩한 사쓰마야키의 고향인 미산(美山)마을과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던 옥산궁(玉山宮), 백제 후손들이 1300년을 두고 이어오는 사주제(師走祭, 시와스마쓰리)의 현장인 미야자키 백제마을을 돌아본다. 사쿠라지마의 활화산 등 그저 자연풍광을 즐기거나 골프 여행을 떠나는 규슈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규슈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규슈 지역을 답사해온 저자는 백제의 도기와 조선 도공의 영향을 받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확인하면서 그에 비해 쇠퇴의 길을 걸었던 우리의 도자기 문화를 애석해한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한 출사표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말했듯이 우리와 일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서로에 대한 시각을 일방적으로 곡해하거나 오해하면서 비롯된 콤플렉스는 한일 관계와 교류사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나라와 나라를 가르는 물리적인 국경이 여전할지라도 각종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서든 누구든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설령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당면했을지라도 그 간극과 대립을 허무는 데에 문화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뼛조각과 돌과 도기와 불상으로 남아 있는 문화교류의 흔적을 통해 한일 관계의 건설적인 회복을 다시금 꿈꾸는 데 이 책은 기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서로의 근본에 대한 인정과, 올바른 역사인식은 곧 동아시아의 문화적 발전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고 본다. 저자 유홍준은 “한국?일본은 중국과 함께 동아시아 문화에서 각기 당당한 지분율을 갖고 있는 동등한 문화적 주주 국가”라고 주장하며 그런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공생하는 자세라고 짚어준다.
친절한 일본여행 안내서이자 충실한 일본학 개론서
인간?예술?역사가 어우러져 총체적인 인문교양서의 장을 열었던 ‘답사기’는 이번 일본편에서도 변함없이 그 성취를 이뤄 일본의 역사, 문화, 인물, 예술 등 그야말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성한 내용을 망라해놓았다.
더불어 1권에는 부록으로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를 마련해 일본 역사에 대한 개요를 정리해놓았다. 특히 일본의 고대사를 역사?문화적 시대로 일목요연하고도 꼼꼼히 정리해놓아 일본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내편 ‘답사기’와 마찬가지로 실제 답사여행을 위한 지도와 일정표를 부록으로 함께 실었다. 1권에는 북규슈 3박 4일과 남규슈 2박 3일의 일정표가, 2권에는 아스카?나라 3박 4일의 일정표가 실려 있다.
일본으로 직접 답사여행을 떠날 독자들뿐 아니라 ‘답사기’를 읽으며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독자들을 위한 일본학 개론서로서도 손색없도록 꾸몄다.
지난 20년 동안 국내편 ‘답사기’의 대장정이 만들어낸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답사기’는 결코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일회적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오랜 기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월을 이겨낸 우뚝한 스테디셀러이다. 특히 이번 일본편은 문화의 힘으로 한일관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저자의 의지가 빛나는 중요한 성과라 하겠다.
<추천사>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일회적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수십년의 세월을 이겨내며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홍준 ‘답사기’의 존재는 한국 인문학의 축복이자 기행문학의 우뚝한 성과다. 그 저자가 이번에는 일본의 역사와 인문, 예술적 지식에 그의 남다른 눈썰미를 돌렸다. 우리 문화유산을 다룰 때보다 한결 힘들었을 이런 작업을 해낸 데는 문화의 힘으로 한일관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충정이 담기기도 했기에 더욱 고맙고 감동스럽다.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한일 역사인식의 최대 장애는 고대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고대 이래 한반도와 얽히고설킨 뿌리는 일본 열도 도처에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편견과 왜곡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한일 고대사의 현장이라고 할 일본 규슈 지역을 답사하면서, 한반도가 일본에 미친 문화적 영향의 자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시선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문화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히 여기며, 독자적인 토양에서 풍요한 문화로 키워나간 일본 사회의 미적 감각과 노력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국경과 민족의 관념이 지금과는 달랐을 고대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고개 드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가는 지금의 한일관계 속에서 고대사를 둘러싼 선입관에 과감히 도전하는 이 책이 일본의 독자에게도 읽히는 기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종원(일본 와세다대 교수, 국제정치학)
대중서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화려한 지식도, 쉽고 유려한 문장도 아니다. 바로 ‘핵심을 파고드는 통찰력’이다. 이 책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문서의 전범이다. 이 책이 지난 20년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그리고 이번 책도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비법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의 글은 미술, 역사, 풍토, 일본인의 문화적 습성 등을 깊이있으면서도 포괄적으로 고찰한, 이른바 학문간 융복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중국 고대문헌이나 유적이 우리 고대사를 재구하는 자료가 된다면, 일본 고대사 또한 우리 역사의 한 장으로서 인지되어야 마땅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민중의 기초적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고대사가 구한말부터 일본 학자들의 주관에 의하여 마음껏 그려진 산물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이제 우리의 관점에서 마음껏 일본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치밀한 연구, 과감한 발상, 자유로운 상상력의 시작으로서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도래인’이 어찌 ‘도래인’인가? 그들이 곧 일본문명의 주축이요 지배자가 아닐까? 그리고 음성학적으로 더 정밀한 일본어 표기법이 새롭게 국책으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도올 김용옥
일본 문화유산 답삿길에서도 유홍준은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인답게 미술사가로서 지식 정보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시적 상상력과 소설적 서사력 그리고 건축적 지혜를 발휘하여 판단하고 해석한다. 법륭사 서원가람 회랑의 오묘한 공간감이 다름 아닌 ‘창살의 디테일’에 비롯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라는 건축가 미스의 아포리즘에 그는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로 화답하며, 우리에게 그곳의 시각적 리듬을 듣게 하고 인간적 체취를 맡게 한다.
이렇듯 유홍준 사유의 종착은 항상 ‘인간’이다. 더욱이 그 인간은 추상화된 이상형이라기보다 따뜻함이 넘치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는 천년 전의 문화유산들이 ‘지금, 우리’ 앞에 생명을 가지고 다가서게 한다. -민현식(건축가)
교수님의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답사현장에 있는 것 같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곳을 거닐면, 어느새 책 속의 활자들이 살아나 교수님 목소리로 들리고 나의 두 눈은 카메라 렌즈처럼 사진 속 문화유산을 바라본다. 때론 그곳의 냄새와 공기도 느끼며! 책 읽기의 재미를 넘는 감동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 남는 깨달음까지. 그곳이 국내든 일본이든 우리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면 함께 존재하는 답사기가 나는 참 고맙다. -임수정(배우)
유홍준의 일본 답사기 ‘한·일은 쌍둥이’
등록 : 2013.07.28
일본 고대 꽃피운 한반도 문화
전문성과 재미로 종횡무진 훑어
“두 나라 모두 콤플렉스 벗어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1·2
유홍준 지음
창비·각 권 1만6500원
출간 20년을 맞은 인문서 밀리언셀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2권이 동시에 발매됐다. 북한편 2권(제4, 5권)을 포함해 지난해 나온 제7권 제주편까지 모두 330만권이 팔린 기세가 한반도 외편에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미학·미술사가로서 25년간 공들여 준비해 온 일본 답사기에 대한 큰 기대와 함께 약간의 긴장감도 드러냈다. 더욱 꼬여가고 있는 최근 양국관계 속에서, 한국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일본문화 탐방에 대한 한·일 양쪽의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선을 그도 의식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책들은 ‘문제적 작품’일 수 있다.
일본편 1권은 한반도의 고대문화가 처음 일본땅에 전래되고, 임진왜란 뒤 1천명 넘게 끌려가 일본 도자기 문화를 꽃피운 조선 도공들의 발자취가 살아 있는 규슈 답사기다. ‘빛은 한반도로부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청동기시대 주거지 요시노가리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침략을 위해 쌓은 히젠 나고야성, 백제 무령왕 탄생지로 알려진 가카라시마, 한·중·일의 고대 국제전이었던 백촌강 전투 패배 뒤 백제인들이 일본에 쌓은 수성(미즈키), 그리고 수많은 조선 도공들과 그 후예들의 삶터는 일본과 한반도의 역사가 고대부터 사실상 한몸같이 얽혀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2권은 아스카·나라편으로,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는 부제가 달렸다. 아스카는 5세기 이후 가야인들과 백제인들의 집단 이주와 함께 일본 고대사가 시작된 땅이다. 동대사(도다이지) 등 오랜 유명 거찰들이 산재한 나라는 일본 고대국가가 완성된 곳이며, 이곳 역시 한반도의 과거가 현존하는 듯 착시현상이 일 정도로 도래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유홍준 답사기는 그러나 이런 사실들을 늘어놓으면서 ‘민족적 자긍’에 도취하거나 그것을 고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편협한 민족주의를 심히 경계한다. 그 바탕 위에 전문가적 식견과 도무지 지루할 겨를이 없는 작가적 재기발랄을 버무려 일본 문화와 역사, 한-일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역사까지 폭넓게, 개방적으로, 종횡무진 훑어간다. 전문성과 재미가 어우러진, 다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이 ‘유홍준표’의 고품격 글쓰기야말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최대의 성공비결이다. 그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호방하면서도 섬세한 일본 문화 관찰·평가엔 무릎을 치고, 아울러 아슬아슬해 뵈는 그의 문제제기를 곱씹어 보지 않을까.
그 문제제기의 골격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에 압축돼 있다.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대사에서 한반도에 신세 진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도 ‘(중국 문화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왔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한반도의 영향을 될 수 있는 한 축소하려는 옹졸한 사고를 버려라. 두 차례(고대 <일본서기>와 근대 황국사관)의 역사왜곡을 솔직히 인정하라. 혼자만의 일방적 생각으로 살아가면 또다시 재앙을 부를 것이다. 동아시아 리더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덕을 보여라.”
그리고 한국인들에겐 이렇게 얘기한다. “일본을 있는 그대로, 역사적 사실 그대로 이해하라. 문명의 빛을 전해준 것은 우리의 자랑이지만, 일본 고대문화를 죄다 한국이 만들어줬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도래인이 만든 일본 문화는 일본 문화이지 한국 문화가 아니다. 중국에서 와서 한반도에 정착하고 변용된 문화를 중국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하면 수긍하겠나. 아메리카 도래인인 영국인들이 미국에서 만든 문화는 영국 문화 아닌 미국 문화 아닌가. 한국도 피해의식을 버리고 당당해질 때가 됐다.”
<총·균·쇠>를 쓴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눈”,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며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한 얘기에 그는 동의한다.
일본편 1·2권은 이런 문제제기 골격에, 규슈와 아스카와 나라 문화유적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사·음미한 ‘유홍준표’ 전문성과 재미들로 채워져 있다. 읽다 보면 일본이 곧 한국의 살아 있는 과거고, 한국 또한 일본의 또다른 과거라는 걸 실감하게 될지 모른다. 일본 연구자들은 현대 일본인들의 70% 정도가 한반도인과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부정하는 것은 곧 자기 부정과 같다는 메시지를 거기서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독화살에 당당히 맞서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기사입력 2013-07-25 08:51
“이제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만천하에 드러내어 한일 양국이 공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펴낸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24일 정동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누군가는 쌍방에서 날아오는 독화살을 장풍으로 날려버리면서 당당히 맞서지 않고서는 한일 고대사의 유대를 성공적으로 복원할 수 없다”는 마음에서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책을 마음에 둔 것은 20년도 넘는 일이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규슈에서 만난 수학여행온 고등학생들이었다. 이들에게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알려주자고 가볍게 시작한 것이올 초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보고 일본의 풍토와 역사까지 담아내는 본격적인 답사기로 발전했다.
일본편은 규슈지역(1권)과 아스카·나라 (2권)로 구성돼 있다. 제1권은 도래인의 고향, 아스카로부터 시작된다. 삼국의 대립속에 한반도를 떠나 멀고 험한 여행 끝에 백제, 가야인들이 도착한 곳은 오사카 가와치의 ‘가까운 아스카’라는 곳이었으나 도래인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아스카가 생겼다. 가야 도래인이 만든 도기, 4세기 백제 근초고왕 때 말과 한자를 전해준 아직기와 왕인 박사, 일본의 방대한 규모의 전방후원분의 뿌리, 백제마을 난고손 등 책은 조심스럽게 한일 고대사의 흔적을 훑어가며 오랜 친연관계를 보여준다.
유 교수는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문화를 무시한다”며, “한일 양국은 모두 이 콤플렉스의 색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고대문명이 한반도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한국 또한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보면서 우리가 전해준 것을 바탕으로 그들이 만들어간 문화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60년대 썼다면 맞아죽었지요. 지금 한국은 꿀릴게 없잖아요. 책을 쓸 때 양쪽을 의식하고 썼어요. 무엇보다 이 책이 일본을 이해하는 좋은 안내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편은 앞으로 교토편과 오사카·대마도 편 등 두 권이 더 나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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