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은 ‘큰 추위’, 소한(小寒)은 ‘작은 추위’이니 대한이 더 추울 성싶지만 반대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은 그래서 생겼다.
‘꽃샘추위’ ‘잎샘추위’가 봄추위라면 한겨울 추위는 ‘강추위’다. 이때 강추위는 순우리말일까 한자어일까. 둘 다 맞다. ‘강추위’ ‘강(强)추위’ 모두 사전에 올라 있다. 강추위는 ‘눈도 바람도 없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이고,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다. 눈이 오느냐, 안 오느냐의 차이다. 알고 쓰든 모르고 쓰든 ‘폭설과 함께 온 강추위’라면 강(强)추위를 뜻한다.
강(强)추위는 1990년대 후반 사전에 오른 낱말이다. 본래는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추위, 즉 고유어인 강추위만 있었다. 그런데 언중은 눈이 내리고 매운바람도 부는 추위를 ‘강추위’라고 쓰기 시작했다. ‘매우 센’ ‘호된’의 뜻을 가진 한자어 ‘강(强)’의 말맛에 이끌려서다.
순우리말 강추위의 ‘강-’은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물기가 없는’ ‘억지스러운’의 뜻을 지닌 접두어다. 강술은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기침은 마른기침을 이른다. 강울음은 억지 울음이다.
이 중 ‘강술’은 입말과 말법이 너무 동떨어진 말이 됐다. 언중은 안주 없이 깡다구 있게 마신다는 뜻으로, 혹은 강한 말맛 때문에 ‘깡술’을 입길에 올린다. 그런데도 사전은 오로지 강술만을 쓰라고 한다. 열에 열, ‘깡소주’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오늘은 대한이다. 오들오들 떠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참, 북한 사람들은 ‘오돌오돌’ 떤다. 떠는 모양새도 말법 때문에 남북이 다른 셈이다. 어쨌든 강추위에 ‘깡술’을 마시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부디 조심하시길.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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